혼인 건수가 꾸준히 밑돌고 있다. 이는 결혼적령기인 2030 청년층에게 경제적 부담감이 가중되고 있고, 연애조차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미리캔버스
혼인 건수가 꾸준히 밑돌고 있다. 이는 결혼적령기인 2030 청년층에게 경제적 부담감이 가중되고 있고, 연애조차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미리캔버스

코로나19 확산 이후 급감한 혼인건수가 지난해 엔데믹에도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연속 20만건을 밑돌았는데, 연말 감소세가 커져, 올해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건수는 19만3673건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2021년 이후 3년 연속 20만건을 밑돈 수치다. 

연간 혼인건수는 매년 감소세를 보이다가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빠르게 위축됐다. 이후 2023년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대기수요 해소로 1분기 반짝 증가세를 보인 후 다시 감소했다. 

특히 경제적 부담감이 커지면서 청년층의 결혼 기피 현상이 심화된 지난해 12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11.6%나 줄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연령별로 보면 결혼적령기인 20·30대의 기피가 눈에 띄게 늘었고 남녀 모두 초혼건수가 줄었다. 

더 심각한 부분은 청년층이 결혼은 물론 연애조차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데이터컨설팅기업 피앰아이가 전국 20~59세 미혼남녀 117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현재 연애하고 있지 않다'는 응답이 무려 75.8%를 차지했다. 그 이유로는 경제적 이유가 꼽혔다. 이전에는 '마음에 드는 상대가 없어서'가 1위였던 것을 감안하면 청년층이 느끼는 경제적 부담감이 얼마나 큰지 유추할 수 있다. 

연애 비용이 부담스러운 청년층에게 수억원이 필요한 결혼을 권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최근 기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 결혼 비용은 평균 3억474만원으로 조사됐다. 신혼집 마련 비용을 빼도 6298만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정부와 지자체가 내놓는 저출산 정책이 청년층의 혼인건수 증가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최근 각종 금전적 인센티브 등이 나오고 있지만, 눈앞의 경제적 부담으로 결혼을 꺼리는 청년들에게는 다소 먼 내용이란 지적이 나온다. 또 당장에 출산을 하는 가구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 결혼에 대한 긍정적 시그널을 주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30대 1인 가구 박 모 씨는 "결혼에 대한 생각이 예전보다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마음에 맞는 이성이 있다면 결혼할 생각이 있었는데, 지금은 경제적인 조건도 따지게 됐다"며 "'어렵다 어렵다'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아무래도 영향을 미치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또 다른 30대 1인 가구 임 모 씨도 "연애를 하고 있고 결혼 생각도 있다. 그래도 당장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며 "저출산이 심각하다고는 하는데 그다지 와닿지도 않는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일지도 모르는 결혼을 언제 폐지될지도 모르는 정책을 믿고 한다는 건 좀 아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가 반영되면서 올해도 혼인율 증가 전망은 깜깜하다. 만혼, 미혼 등 결혼 행태 변화가 굳어지고 있어서다. 또 혼인건수의 경우 최근 추이를 보면 코로나19 확산과 상관없이, 대세적인 하향 곡선을 그려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경제적 부담을 혼인 기피의 주원인으로 꼽고 있는데 경제상황 역시 녹록지 않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 성장률로 2.1%를 전망했다. 수출 상황은 양호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 회복이 더뎌서다. 여기에 주요국 성장 및 물가흐름, 통화긴축 완화 시기, 국내 부동산 PF 구조조정 파급영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높다. 

한편 지난해 출생건수는 22만9970건, 사망건수는 35만2721건을 기록, 12만2750건의 자연감소가 발생했다. 4년 연속 인구 데드크로스가 이어지면서 인구정책 경고등은 한층 짙어졌다. [1코노미뉴스 = 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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