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모인 마트 노동자 300명이 대형마트 일요일 의무휴업 평일전환에 반대하며 행진하는 모습./ 사진 = 조가영 기자
국회에 모인 마트 노동자 300명이 대형마트 일요일 의무휴업 평일전환에 반대하며 행진하는 모습./ 사진 = 조가영 기자

정부의 대형마트 의무휴업 무력화 시도에 반대하는 마트 노조 300여명이 거리로 나와 피켓을 들었다.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앞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무휴업 폐지 및 일요일 의무휴업 평일전환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마트 노동자들은 노란 유니폼을 갖춰 입고 "우리도 쉬고싶다. 주말휴식권 보장하라"는 구호를 연신 외쳤다. 시위대가 든 피켓에는 '의무휴업 빼앗는 윤석열 정권 심판', '대형마트 일요일 의무휴업 사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관계자들을 비롯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배진교 녹색정의당 의원, 윤미향 무소속 의원 등 시위대 300인이 참석했다.

5일 오전 국회 본관 앞에 모인 시위대 모습./ 사진 = 조가영 기자
5일 오전 국회 본관 앞에 모인 시위대 모습./ 사진 = 조가영 기자

이들은 "유통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마트노동자들의 휴식권과 건강권이 훼손당하고 있다. 마트 현장은 현재 부족한 인력으로 쉴틈없이 돌아가고 있는데 한 달에 두 번 쉬는 일요일 마저 없어지면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더욱 올라갈 뿐만 아니라 일요일에 일해도 휴일수당도 못 받고 인력충원도 없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처지"라며 시위를 이어 나갔다.

사회를 맡은 허영호 마트노조 사무처장은 "윤석열 정권의 대형마트 의무휴업 무력화 시도가 심해지고 있다. 올해는 서울, 부산까지 의무휴업 개정이 추진되려 한다. 마트노동자들의 건강권과 휴식권은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정권에 우리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전국적으로 서명운동을 펼쳤고 3만5000명이 서명에 함께했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 300명이 모여 마트노동자의 목소리를 전달하려고 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강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취임한 지 2년이 되어가는데 노동자들은 그간 빼앗기고 짓밟힌 기억밖에 없다. 마트노동자들은 10년 넘게 유지돼 온 의무휴업을 빼앗길 위기에 있다. 정부는 취임하자 마자 의무휴업 폐지를 국정과제 1호로 추진하면서 현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해 의무휴업을 지정한다는 법 취지도 무시되고, 평일변경은 이해당사자와 합의해야 한다는 법조문도 우습게 여기면서 막무가내로 변경해버리고 있다. 한달 10번의 주말 중 고작 2번 쉬는 주말휴식마저 유통대기업들의 이윤을 위해 내놓으라하는 정부는 과연 누구의 정부인가"라고 지적했다.

이날 마트노동자들의 의무휴업을 함께 지키려고 참석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연대발언을 하는 모습./ 사진 = 조가영 기자
이날 마트노동자들의 의무휴업을 함께 지키려고 참석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연대발언을 하는 모습./ 사진 = 조가영 기자

앞서 지난해 2월 선제적으로 대형마트 휴무를 주말에서 평일로 전환한 대구에서 많은 소매업체, 특히 대형마트의 대체제를 다루는 업종들이 폐업하거나 업종을 변경한 비율이 대폭 상승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 위원장은 "규제를 풀었더니 경제가 살아났다며 마치 대형마트 규제 때문에 지역상권이 어려워진다는 식으로 언론플레이를 하는 정부가 과연 정상적인 정권인가 싶다"며 "실제 대구에서는 평일전환 이후 유통 소매업의 80%가 폐업하거나 업종전환을 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연대발언을 맡은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현재는 여소야대로 법 개정이 안 되니 대구를 비롯한 일부 지자체에서 조례 개정을 통해 시행하고 있다. 그래도 가짜뉴스를 동원하는 것은 도를 넘었다"며 "정부가 대구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한 후에 전통시장 매출이 35%나 증가했다고 집중 조명했었지만 이는 틀린 정보다. 평일 변경 1년 만에 골목상권은 초토화됐고 대형마트 반경 500m 내에 존재하던 소매상 수백 곳이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배진교 녹색정의당 의원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을 폐지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형마트와 온라인 플랫폼 등 거대 유통자본이 서민들의 먹거리를 강탈하지 않도록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배 의원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매우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규제이고 없애기는 커녕 도리어 확대해야 할 규제다. 대형마트들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과의 역차별을 주장하고 있지만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하는 격이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골목상권을 위협한다면 어떻게 규제를 할 것인지 논의를 해야지 규제를 풀어달라고 할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직후 300명의 시위대는 국회의사당역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회의사당역 4번출구에서 출발해 당산역까지 약 2km 정도 행진이 이어졌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노란 물결에 지나가던 시민들은 걸음을 멈추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 심판하자", "일요일 의무휴업 지켜내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이어 나갔다. [1코노미뉴스 = 조가영 기자]

마트 노동자들이 "의무휴업은 일요일로"라는 구호와 함께 일제히 행진하는 모습./ 사진 = 조가영 기자
마트 노동자들이 "의무휴업은 일요일로"라는 구호와 함께 일제히 행진하는 모습./ 사진 = 조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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