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렬 교수 영산대 부동산학과/주택ㆍ도시연구소장
서정렬 교수 영산대 부동산학과/주택ㆍ도시연구소장

서울시가 청년 및 중장년 '1인 가구'대상의 '둘레길' 체험 프로그램을 만든다. 서울시가 1인 가구 대상의 특화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왜, 1인 가구 대상의 체험 특화 프로그램을 만들어 진행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한다. 1인 가구 친화도시 서울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1인 가구수는 156만명이다. 서울시민 10명중 3.8명이 1인 가구다. 비중으로는  20.8% 수준이다. 경기도의 21.8%에 이어 전국 두 번째 다. 특정 시 거주 1인 가구 비중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1인 가구가 생활하면서 느끼는 행정 수요와 요구가 있을 수 있고 그러한 수요와 요구에 응하는 것 이외에 행정 주체인 서울시가 이들 1인 가구를 행정 대상으로 고려해 소위 특화 행정을 시도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1인 가구 대상의 특화 프로그램 내용은 서울시 거주 19세에서 39세 사이 1인 가구 청년을 대상으로 '서울둘레길'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서울 둘레길 가운데 이번 특화 프로그램에 포함된 곳은 우면산, 북한·도봉산, 망우·용마산, 가양·월드컵 등 4개 인기 코스를 포함하고 있다. 입지적으로는 서울의 동서남북에 고루 위치한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신청한 코스를 걸으며 참여자들끼리 대화하는 방식이다. 이번 특화 프로그램은 청년 1인 가구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40세에서 64세 중장년층 1인가구들도 신청·참가할 수 있다. 중장년층은 남산, 서울숲, 월드컵공원, 북서울꿈의숲 등 4개 공원에서 숲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1인 청년세대에 비해서는 평탄지가 많은 곳들이 선정되었다. 참가 1인 가구들의 연령대를 고려한 것으로 이해된다. 이번 프로그램은 소위 ‘둘레길’ 트레킹 이외에도 전문해설사와 서울 시내 주요 관광명소를 다니며 체험하는 '씽글이의 도보여행'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이번 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서울시는 약 240명을 모집해 총 16개 팀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참여자들이 특정 성별에 치우치지 않도록 성비를 고려해 선발할 방침이기도 하다. 이번 1인 가구 특화 프로그램은 3월 22일 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1인 가구포털 홈페이지(1in.seoul.go.kr)를 통해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 거주 청년의 34.7%가 우울 증상이 있으며 이 가운데 16.7%를 고위험군으로 조사되었다(2022 서울청년패널로 본 청년의 삶, 서울연구원). 비단, 1인 가구 청년세대에 국한된 '사실(fact)'이 아닐 수 있음을 '현재'라는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다수의 사람들은 안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에 대체로 공감한다. 그럴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서울시가 서울 거주 1인 가구를 위한 특화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도 이러한 상황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하는 이유도 이러한 인식으로부터 기인하기도 하다. 우울증은 외로움 때문만은 아니지만 외롭다는 생각 자체만으로도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자신이 그러한 상태를 미리알고 있으면 좋겠지만 대부분 부지불식간에 찾아오는 우울증을 막기 힘든 것 또한 개인의 의지를 벗어난다.

젊은 MZ세대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지만 이들 젊은 세대가 거주형태로 '공유주택'을 선호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외로움' 때문인 것으로 여러 조사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청년들만 그렇지 않다. 65세 이상의 1~2인 노인가구들 또한 마찬가지로 외로움을 느낀다. 그래서 찾는 곳이 이들 노인가구 역시 ‘따로 또 같이’로서의 공유주택이다. 정확한 명칭으로는 '노인 공공 공유주택'이 그것이다. 노인 공유주택은 지자체와 LH, 중간관리업체가 함께하는 사업이다. LH는 건물을 짓고 임대를 담당한다. 지역 지자체는 거주자별 상황에 맞는 복지 부분만을 지원하고 중간 시설관리업체에서는 시설관리를 전담하는 구조다. 1인 가구 젊은 청년세대나 노인세대나 할 것 없이 느끼는 외로움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 선택하는 '공유주택'은 그래서 단순 주거를 해결하는 수단이 아닌 계층별·집단적일 수 있는 우울을 느끼는 심리, 외롭다고 느끼는 정신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사회적 복지 수단일 수 있다. 이것이 혼자로서의 생활을 선호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혼자로서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따로 또 같이'생활이 가능한 공유주택을 선호하는 이유인 것이다. 1인 가구 혼자로서의 '집콕'이 아닌 외로움도 달래고 트레킹으로서의 외부활동을 통해 활력 증진 차원에서 서울시가 '숲콕'을 권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서울시의 역할이 중요하다. 무엇이 중요하냐하면 이번 행사에 참석하는 사람들끼리 걸으며 대화를 유도하도록 서울시는 프로그램을 그렇게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간단하다. 어쩌면 서울시가 이번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도 있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1인 가구 청년세대, 1인 가구 중장년세대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이들 1인 가구 들은 어떤 내용으로, 어떤 대화들을 하게 될까? 그래서 그들 1인 가구 개인 또는 공통의 관심사가 무엇이며, 서울시 입장에서는 이들의 대화나 요구 사항 가운데 서울시정에 반영되어야 할 의미 있는 '인사이트(insight)'를 찾기 위함이 아닐는지 하는 생각이다. 

우리나라 개별 도시 전체가 해당되는 것이지만 서울시에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1인 가구 비중이 커지는 것은 불문가지다. 따라서 1인 가구를 위한 서울시정이 필요하다. 그런 맥락의 정책적 모니터링을 위해서라도 이번 '1인 가구'대상의 특화 프로그램 운용은 그런 측면에서의 '의미'가 있을 수밖에 없다. 더욱 많아져야 한다. 늘어나고 있는 1인 가구가 어떤 것들을 필요로 하고 어떤 행정적 도움이 있어야 하는지 알기 위한 접근이 요구된다. 이것은 서울시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지자체와 민선 지자체장들이 관심을 가질 문제다. 바야흐로 '1인 시대', '1인 가구'가 많아지는 시대적 흐름으로서의 '추세이자 방향성'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트렌드(trends)'인 셈이다. [1코노미뉴스= 서정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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