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저장강박으로 인해 쓰레기가 쌓인 한 가정집./사진=1코노미뉴스, 미리캔버스
(왼쪽) 저장강박으로 인해 쓰레기가 쌓인 한 가정집./사진=1코노미뉴스, 미리캔버스

최근 고령층 사이에서 '저장강박증'으로 인한 쓰레기집이 늘면서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심각한 고령화와 더불어 1인 가구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른 사람들과 교류가 원활하지 않은 '사회적 고립'이 큰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점차 지역사회 안전망이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장강박증은 강박장애의 일종이다. 물건의 가치나 사용여부 상관없이 버리지 못하고 모두 모으거나 저장하고, 그렇지 못하게 되면 불편한 감정을 호소한다. 이는 단순히 취미로 물건을 수집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다.

저장강박증은 장기간 전문가와의 상담과 치료, 환자가 치료에 임하는 적극적인 태도, 주변의 지지가 중요하다. 다만 저장강박증 환자는 쌓인 물건에 의해 악취가 발생하거나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가 되더라도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다. 이는 치료를 더욱 더디게 만들기도 하며, 치료가 됐더라도 증상이 다시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저장강박증의 원인은 아직까지 확실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그러나 ▲스트레스 ▲치매 ▲조현병 ▲우울증 ▲뇌손상으로 인한 가치판단 능력 저하, 의사결정 능력 저하 ▲사회적 고립 등을 겪는 사람에게 증상 발현률이 높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주변에서 피해를 호소하게 된다. 집 안팎에 쌓아놓은 물건과 쓰레기로 인해 발생하는 악취나 비위생적인 환경이 지속되면서다. 또 본인에게 호흡기 감염, 피부질환 등 건강악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자칫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 사고로 번질 수도 있다.

실제로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에 살고 있는 A씨는 집앞 쓰레기집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A씨는 "집 앞 혼자 사시는 할아버지 한분이 온갖 쓰레기를 몇년 전부터 모으고 있었다"며 "악취는 기본이고 여름이면 바퀴벌레가 들끓는다. 고통받던 주민분들이 구청에 민원을 넣었다. 그 결과 10명쯤 되시는 봉사자분들이 모두 할아버지집을 청소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물건을 또 주워오더라"라고 호소했다.

다른 지역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B씨는 "이웃 할머니가 온갖 물건을 집에 가지고 들어와 복도만 나가면 쓰레기냄새가 진동을 하고 여름에는 창문도 못 열었다"며 "아파트 관리실에 문의해도 해줄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왔다"라며 "주민들과 함께 구청에 계속 민원을 넣고 있다"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저장강박으로 인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면서 현재까지 '저장강박 의심가구 지원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는 총 73곳 뿐이다. 그마저도 관련 조례가 없는 지자체는 1회성으로 집 안 쓰레기만 치우는 수준으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쓰레기만 정리하는 것이 아닌, 평소 주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입 모은다. 미국 뉴햄프셔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과 인정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물건에 과도한 애착을 보이며, 인간관계에서 안정을 찾으면 저장강박 증상이 완화된다는 결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코노미뉴스 = 안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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