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코노미뉴스=장영선 기자]정부가 25일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개도국) 지위를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미래 협상시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 경제의 위상, 대내외 여건, 경제적 영향을 두루 고려해 개도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했다”며 “농민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책ㆍ재정지원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미래 새로운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 이미 확보한 개도국 특혜는 변동 없이 유지할 수 있다며 미래 협상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비할 수 있다게 정부 측 주장이다.

문제는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결정이 농업 부문 보조금 삭감 등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며 반발해서다.

실제로 이날 농민단체는 서울 외교부 청사 앞에서 정부 방침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다. 농민단체의 주요 요구 사항은 ▶공익형 직불제 도입 ▶농업 예산 확대(전체 예산의 4%) ▶농가 소득 보장 ▶농산물 가격 안정 대책 ▶통상ㆍ식량 주권 실현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민ㆍ관 합동 특별위원회 구성 등이다. 

홍 부총리는 농민 반발을 의식한 듯 “개도국 지위 포기가 아니라 미래 협상에 한해 특혜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정에 따라 결정한 현재 농산물 관세율이나 농업보조금총액(AMS)은 새 농업협상이 타결되고, 각국이 이행계획서를 제출ㆍ검증한 뒤 국내 비준 등 절차를 마무리할 때까지 유지된다”며 “더구나 가까운 장래에 WTO 농업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또 "미래 협상이 타결돼야 (한국의) 개도국 특혜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그전까지는 국내 농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면서 "마무리 단계인 쌀 관세화 검증 협상 결과에도 영향이 없다. 개도국 특혜는 지위와 별개의 사안이므로 과거에 참여한 아시아·태평양 무역 협정(APTA) 등과도 관련 없다"고 부연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26일 경제 발전도가 높은 국가가 WTO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특혜를 누리고 있다며 WTO가 90일 내 이 문제에 실질적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미국이 이들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기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또는 주요20개국(G20) 가입국, 세계은행 분류 고소득국가, 세계 무역량 0.5% 이상 차지 국가 등이다. 한국은 이들 요건에 모두 해당되는 유일한 국가다.

정부 관계자는 “농업 보조금을 가격을 지지하는 형태로 직접 주는 방식(현 직불금) 대신 가격과 직접 연계하지 않는 방식으로 바꾸면 지금보다도 지원을 더 늘릴 수 있다”며 “통상 후진국은 직접 가격을 보조하지만, 선진국으로 갈수록 간접 지원하는 형태며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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