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명절이 설날과 추석이라면, 독일에는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이 있다. 학교도 공식적인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 외에 부활절 방학과 크리스마스 방학을 1-2주일씩 따로 두고 있을 정도로 큰 축제이다. 

크리스마스의 경우 독일어로 성스러운 저녁인 크리스마스 이브는 휴일이 아니지만, 12월 25, 26일이 공식적인 휴일이며, 이후 12월 31일인 질베스터까지 계속해서 파티를 즐긴다. 부활 연휴의 경우에는 부활절이 있는 일요일을 중심으로 그 전 금요일과 그 이후 월요일까지가 공식적인 휴일이다. 

4월 10일부터 13일까지는 독일의 부활절 연휴이다. 코로나로 온 세계가 들썩하기에 교회 예배 혹은 미사도 없고 공연 및 행사들도 취소되어 이전처럼 마음껏 축제를 즐기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부활절은 독일인들의 마음을 들썩이게 한다. 

코로나로 인해서 많은 시간 집에 머물고 있는 독일인들은 집을 청소하고, 새로 단장하며, 부활절 소품들을 사서 새롭게 집을 장식하고 부활절을 준비한다. 어쩌면 이 시기에 유일하게 혹은 가장 적절하게 적당히 역동적이면서도 생산적이고 재미있는 일이 집 꾸미기인지도 모르겠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는 발 빠르게 독일에서 부활절을 상징하는 토끼와 계란 모양의 인테리어 소품들과 초콜릿 그리고 부활절에 마시는 푸딩 맛의 계란리큐어 (Eierlikör)부터 양 모양의 케이크 및 토끼고기와 양고기까지 소비자의 욕구에 맞는 상품들을 내보인다. 해마다 거의 비슷한 상품들이지만 매해 사랑 받는 상품들이 슈퍼마켓을 가득 채운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계란이 부활을 의미하는 한편, 독일에서는 계란 뿐 아니라 토끼가 눈에 많이 띄는데 워낙 많은 이야기들이 있어서 무엇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토끼가 다산을 상징하기 때문에 부활과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가 가장 유력하다.

독일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이민자가 가장 많은 나라이기 때문인지 부활절을 보내는 방법도 집집마다 다양하다. 어떤 집은 양 모양의 케이크를 먹거나 양고기를 먹기도 하고, 생선요리를 먹거나 육즙이 가득한 독일식 소세지에 감자 요리를 곁들여 먹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들이 모두 모여서 함께 음식을 먹고 시간을 보내며 축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명절도 지역마다 음식 풍습은 조금씩 다르지만, 함께 모여 시간을 보내는데 의의가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부활절은 나의 독일가족과 함께 보내는 두 번째 부활절이다. 지난 부활절에는 내 독일 가족 뿐 아니라 그들의 큰아버지 가족들과 손자들, 오촌 아저씨 가족들까지 모두 함께 네덜란드로 여행을 갔었다. 스무 명 가까운 사람들이 한 호텔에 머물고, 함께 모여 다니며 여행을 했기에 다른 이들에게는 꽤 재미있는 풍경이었을 것이다. 재치 있는 큰 아버지는 우산을 번쩍 드시더니 ㅇㅇㅇ여행사에 오신 걸 환영한다며 길을 안내하기도 했고, 레스토랑 한 편에 테이블 네 개를 붙여서 크게 둘러 앉아 식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올해는 모두들 전화나 영상통화로 소식을 전하고, 한 집에 살고 있는 직계가족들끼리만 조용히 집을 꾸미고 케이크를 굽고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부활절을 보내는 중이다. 

비록 지난 시간에 비해 조촐한 부활절이지만, 20도가 넘는 따뜻한 날씨와 독일에서 만나기 어려운 따스한 햇살을 벗삼아 도란도란 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 코로나의 시기가 지나고 나면 축제는 언제든 다시 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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