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이들에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여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이다. 독일에서는 이를 위한 특별한 단체가 있다. 바로 페어라인 (Verein)이다. '모으다, 통합하다'라는 동사에서 유래된 페어라인은 한국어로는 단체, 협회, 클럽의 의미로 번역할 수 있다.7명 이상이 모여 단체 이름과 목적, 활동 계획 등을 정한 후 회장, 부회장 등 임원진을 선출하고 그 신청서를 지방 법원에 제출하여 최종 승인을 받으면 정식으로 하나의 페어라인이 설립된다. 우리나라의 무수한 동호회들이 일정한 규칙과 법적인 절차를 거쳐서 승인을 받으면 독일
최근 우리나라에서 층간 소음으로 인한 이웃간 갈등에 대한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심지어 이 갈등이 폭행, 살인 등의 형사 사건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독일에서도 이러한 이웃간 소음이 문제가 되었었는지, 독일은 법적으로 조용해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루헤차이트(Ruhezeit)라고 불리는 이 시간은 휴식 시간이라고도 번역할 수 있는데, 조용히 있어야 하는 시간이다. 일반적으로 오후 1시부터 3시 그리고 저녁 10시부터 아침 6시 또는 7시, 일요일이나 공휴일에는 하루 종일 루헤차이트로 규정되어 있다.보통 집에 이사할 때 계약서를 쓰
독일에 오래 산 사람도 독일에 온지 얼마 안 된 사람도 그리고 독일인도 모두들 입을 모아서 말하는 독일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뷰로크라티(Bürokratie)라고 불리는 관료주의이다.시청, 외국인청 등 모든 관공서는 물론이거니와 병원, 학교 내 행정 사무소 등 거의 모든 곳에 해당되는 이 뷰로크라티의 특징은 대부분의 행정시스템이 민원인이 아닌 공무원의 편의를 위해 구성되었다는 것이다. 가장 큰 예가 바로 테어민(Termin)이라고 하는 예약 시스템이다. 독일의 관공서에서 업무를 보고 싶다면 우선 홈페이지에 있는 예약 시스템을 통해서
타지에서 산다는 것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외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더 쉽지 않다. 특히나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는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우습게도 아시아인이 코로나를 퍼트린다는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 말도 안 되는 인종차별 사고에 사로잡힌 사람들 덕에 삶이 쉽지 않을 때도 있지만, 또 독일에서 사는 외국인, 특히나 코로나로 인해 삶이 어려워진 외국인을 위해 장학금 혜택을 마련하는 것도 독일이다.최근 독일의 유학생 네트워크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인종차별 이슈만큼이나 장학금 혜택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는데, 코로나로 인해 생활이
독일에는 대도시에도 소도시에도 여전히 시장 문화가 존재한다. 이전에 살던 도시의 경우에는 매주 수요일 오전과 토요일 오전에 중앙역과 시청 앞에 장이 서곤 했는데, 아침 7시부터 제철 과일과 야채, 신선한 생선과 고기, 소세지, 계란까지 갖은 신선 식품들이 판매된다. 갓 구운 빵부터 커피, 각종 치즈, 전기 구이 통닭과 감자튀김, 커리부어스트라고 하는 독일에서 즐겨먹는 카레 가루와 소스를 뿌린 구운 소세지까지 다양한 매장이 있기에, 이른 아침 장을 보고 간단히 아침 식사까지 할 수 있다. 일반 슈퍼보다는 가격대가 조금 더 높지만, 대
지난 편에 소개한 독일 유학길에 오르기 전에 알아보고 준비해야 할 사항에 이어 이번 편에는 본격적으로 독일 대학교의 학위 제도와 수업 방식 등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독일 대학교는 우리나라와 달리 다양한 학사 제도를 가지고 있다. 1999년 유럽의 학위 제도를 통합하고자 한 볼로냐 협약 이후, 독일의 학위 제도는 5년제의 예술, 이공계의 디플롬, 인문사회계열의 마기스터에서 3년제의 학사 과정과 2년제의 석사 과정으로 나뉘기 시작했다. 모든 학교가 학위 제도를 일시적으로 바꾼 것은 아니기에 과도기 기간 중 학사 과정과 석사 과정
독일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 주변 유학생들이나 유학생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접한 바에 따르면 많은 수의 사람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독일 유학을 선택한다. 물론 음악 전공자라든가 미술 전공자의 경우에는 상황이 조금 다르지만, 공학이나 인문 사회학을 전공하는 학생들 중 많은 경우는 영어권 국가에 가기에는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혹은 독일은 학비가 무료라던데, 라는 이유로 독일에 공부하러 온다.독일의 학비가 정말 무료냐고 묻는다면, 물론 진짜 무료는 아니지만, 무료에 가까울 정도로 굉장히 저렴한 것은 사실이다. 내가 재학하고 있는 학교의 이번
낯선 나라나 도시에 여행을 가면 배탈이 난다거나 피부 질환을 앓는 등의 물갈이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독일에 처음 유학을 오거나 거주를 시작한 사람들도 이러한 물갈이를 경험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원인은 석회수에 있다.독일 물은 센 물(경수, hartes Wasser)로 석회(칼크, Kalk)로 마그네슘, 칼슘 등 미네랄 함량이 높은 물이다. 물의 경도는 세 단계로 나뉘어지는데, 미네랄 함량 농도에 따라 8.4°dH 미만은 연수, 8.4-14°dH는 중간, 14°dH 이상은 경수로 구분된다. 독일 평균이 16.599°dH인 점을
만일 코로나가 없는 평범한 일상 속에 살고 있었더라면 5월 30일부터 6월 6일은 오순절 방학 기간으로, 진작부터 저렴한 비행기 티켓을 구매해서 이 근처 유럽의 어느 도시에 훌쩍 다녀올 생각으로 설레며 여행 가방을 싸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온라인 대학 강의도 오순절 방학 기간에는 수업이 없지만, 물리적으로 정말 학교를 다니던 때와는 어쩐지 방학에 대한 체감이 다르다. 게다가 코로나가 우리 일상을 크게 바꾸어 놓은 지금, 훌쩍 떠나는 여행이란 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렸다.'오순절'은 우리 나라 사람에게는 매우 낯선 이름으로, 성령강
코로나로 인해 독일의 레스토랑, 카페, 바, 호텔, 피트니스 센터, 클럽 등의 영업에 제재가 가해진지도 어느새 두 달이 지났다. 800제곱미터 이하 규모의 상점, 학교, 미용실 등이 서서히 영업을 재개하기 시작했을 때에도 레스토랑이나 카페와 같이 음식을 판매하는 곳은 포장만 가능할 뿐 여전히 정상 영업은 불가능했다.그러나 이제 레스토랑에도 일상의 기운이 들어서고 있다. 지역에 따라 조금씩 영업 개시 가능일의 차이가 있지만 지난 5월 15일부터는 레스토랑 영업이 허가됨에 따라 포장 뿐만 아니라 음식점 안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가능해졌
코로나의 위기로 독일에서는 한때 사재기가 성행했다. 사재기는 독일어로 Hamsterkäufe (햄스터코이퍼)라고 하는데 직역하면 햄스터식 구매로 햄스터가 먹이를 쌓아놓듯 집에 식량을 쟁여두는 것을 말한다. 이름은 귀여운 이 햄스터식 구매는 이름과는 달리 전혀 귀엽지 않은 식자재류의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흥미로운 점은 가격대가 가장 많이 상승한 제품 군이 구매가 어려웠던 화장지나 쌀이 아니라 신선 식품, 특히 야채류라는 것이다. 최근 오이의 가격은 2유로대로 1유로도 채 하지 않던 작년과 비교해보면 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것을 알 수
독일은 지금 대중 교통, 슈퍼마켓, 미용실 및 실내 공공 장소에서는 무조건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벌금을 내기 때문에, 거의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모두가 성실하게 임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십대 청소년들이 검사원이 있을 때에만 마스크를 쓰고 있다가 슬쩍 턱에 걸고 가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하지만 이러한 마스크 착용이 처음부터 널리 행해진 것은 절대 아니다. 처음 코로나가 확산되던 때에는 마스크를 쓰는 것을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독일은 아픈 사람이
코로나의 시대에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학교 수업의 온라인화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수험생들에게 '인강(인터넷 강의)'은 전혀 낯선 문화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규 교육 과정을 담당하는 학교라는 장소는 단순히 수업을 듣는 것 외에 공간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의미가 있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다가온 지금의 상황은 낯설기만 하다. 사실 학교가 온라인으로 개학을 하고 수업 시간에 맞춰 교실 책상이 아닌 내 방 컴퓨터 앞에 앉는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로봇이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것보다 더 낯설 정도로, 어린 시절 꿈꿨던 2020년의
코로나가 온 세상을 들쑤시고 있지만, 우리에겐 또 일상이 다시 올 거라는 희망이 있으므로 오늘은 독일인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먹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이름하여, 독일인의 삼시세끼.일전에 교양 수업으로 이탈리아어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기초반이었기 때문에 그다지 어렵지 않은 테마의 간단한 회화를 옆자리 학생들과 돌아가며 나누곤 했다. 안부를 묻는 것부터 시작해서 전공과 사는 곳, 출신 지역을 묻다가 어느 날은 음식에 대한 단원을 공부하면서 서로의 식습관에 대해 이야기하게 됐다. 나는 아침으로 주로 따뜻
드디어 4월 20일, 계획대로라면 다시 일상을 마주할 수 있는 날이었다. 여전히 코로나는 존재하기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속해야겠지만, 한가한 카페에서 테이블 간 간격을 두고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매일 먹는 똑같은 내가 한 집밥에서 벗어나, 음식점 한 켠에서 식사를 할 수도 있었을 날.하지만 지난 수요일 독일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 두기는 최소한 5월 3일까지 지속되며, 8월까지 예정된 콘서트 등 각종 행사는 모두 취소되었고, 800제곱미터 이하의 상점은 이번 주부터 미용실은 5월 3일부터 문을 열 수 있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명절이 설날과 추석이라면, 독일에는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이 있다. 학교도 공식적인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 외에 부활절 방학과 크리스마스 방학을 1-2주일씩 따로 두고 있을 정도로 큰 축제이다. 크리스마스의 경우 독일어로 성스러운 저녁인 크리스마스 이브는 휴일이 아니지만, 12월 25, 26일이 공식적인 휴일이며, 이후 12월 31일인 질베스터까지 계속해서 파티를 즐긴다. 부활 연휴의 경우에는 부활절이 있는 일요일을 중심으로 그 전 금요일과 그 이후 월요일까지가 공식적인 휴일이다. 4월 10일부터 13일까지는 독일
코로나의 시대는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처음 가장 눈에 띈 영향력은 사재기 열풍으로 인한 공포심의 확산이었다. 독일인들은 세계 대전을 겪은 영향인지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집의 경우에는 지하실이나 집 안에 작은 식료품 보관용 방이 따로 있다. 이 공간이 지난 70여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창고 정도의 역할을 하던 것이 코로나의 시대를 마주하여 다시금 식료품 보관실로 그 기능을 되찾은 듯하다. 반면 젊은 유학생들에게는 그럴만한 공간도 없거니와 살면서 경험해보지 못한 사재기 열풍에 당황한 이들의 글이 온라인 유학생
우리는 지금 훗날 크게 기록으로 남겨질 하나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 할아버지 혹은 그보다 조금 위 세대가 2차 세계 대전과 한국 전쟁의 시대였다면, 우리 아버지 세대는 IMF의 시대를 살았고, 우리는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는 시대에 살고 있다.얼마 전 독일 총리 메르켈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힘든 고비를 맞이했다고 말하며, 이 상황을 우리 모두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함께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확진자에게는 바이러스와 싸우는 물리적으로 고통스럽고 힘든 시간이, 그렇지 않은 이에게는 정신적, 물리적으로 구속 받는 시간이
매주 금요일은 한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날이다. 대체로 교민 2세 혹은 3세 아이들이나 한독 가정의 아이들이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이 곳을 찾는다. 지난 금요일도 어김없이 한글학교로 가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최근 종종 교무회의를 통해 휴교를 해야 할지 고민을 하고 있긴 하지만, 독일 학교가 모두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아이들도 부모님들도 청결을 잘 유지하면 수업은 괜찮지 않겠냐는 반응이었기에 정상 수업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그런데 지난 금요일, 13일의 금요일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이상한 일들이 시작됐다. 한글학교까지 1
오랜만에 만나기로 한 친구가 약속 다음 날이 생일이라면? 우리라면 당연히 "미리 생일 축하해!" 라고 생일 축하 인사를 전할 것이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조금 참아야 한다.독일에서는 생일을 미리 축하하면 생일 당사자에게 1년 동안 불행이 다가온다는 오래된 미신이 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이러한 미신을 모두가 믿는 것도 아닐 테고, 어떤 이들은 일정과 편의에 따라 미리 생일 파티를 열기도 하지만, 적어도 축하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기왕이면 생일날까지 기다리는 편이 좋다. 괜히 예의가 없다거나 불친절한 사람으로 오해 받을 수 있기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