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4월 20일, 계획대로라면 다시 일상을 마주할 수 있는 날이었다. 여전히 코로나는 존재하기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속해야겠지만, 한가한 카페에서 테이블 간 간격을 두고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도 있고 매일 먹는 똑같은 내가 한 집밥에서 벗어나, 음식점 한 켠에서 식사를 할 수도 있었을 날.

하지만 지난 수요일 독일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 두기는 최소한 5월 3일까지 지속되며, 8월까지 예정된 콘서트 등 각종 행사는 모두 취소되었고, 800제곱미터 이하의 상점은 이번 주부터 미용실은 5월 3일부터 문을 열 수 있지만, 호텔, 레스토랑, 카페, 바, 클럽 등은 여전히 언제 다시 영업이 재개될지 미정이다. 학교는 5월 3일부터 상황을 보며 순차적으로 개교를 시작한다고 한다.

이 와중에 4월 말 계획된 나의 이사는 어찌되었든 진행되어야 하기에, 상황이 여러모로 복잡하다. 모든 가구가 갖춰져 있는 기숙사에서 주방과 장롱만 있는 작은 원룸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기에 가구 구매가 시급한데, 가격대 면에서 가장 만만한 가구점인 이케아는 800제곱미터가 훌쩍 넘기에 여전히 문을 닫아 물품을 직접 보고 구매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주말마다 열리는 플리마켓에서 시간이 기록된 예쁘고 아기자기한 물품도 구매가 불가능하다.

다행히 이케아는 지정된 날짜로 배송을 해주기도 하고, Click & Collect라고 온라인으로 주문한 후 날짜와 시간을 지정하면 해당 매장에서 찾아갈 수 있게 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직접 보고 고르고 싶은 마음에 아쉬움이 남는다.

독일에서는 한국의 포장 이사 서비스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 본인이나 주변인 중 대형 화물차량을 직접 운전을 할 수 있는 경우, 차량을 빌려서 이사를 하거나 혹은 차량과 함께 운전할 사람을 섭외해서 이사를 한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동거인 또는 동거 가족 외 두 명 이상은 최소 1.5 내지 2미터 내의 접촉을 피해야 하기 때문에 차량을 운전할 사람을 구하는 일도, 이삿짐을 나를 사람을 구하는 일도 요즘은 쉽지 않다.

그 동안 기숙사에 살았기에 가구 같은 큰 짐이 많지 않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대형 화물차까지는 아니지만, 큰 차량을 운전해 줄 수 있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차량을 빌려 둘이서 이사를 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나마 행운이다.

이사 이후도 문제이다. 보통 이사를 하면 2주 내로 거주지 이전 등록을 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로 모든 관청이 문을 닫은 지금, 온라인이나 전화, 우편으로 업무가 가능할지라도 처리가 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소보다 훨씬 길 것이다. 다행히 코로나로 인한 상황이니 벌금 등의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한다.

가까운 친구가 최근에 이사를 했는데, 새 집의 전기를 곧 바로 신청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재택 근무를 하는 등의 이유로 현장 직원이 적기 때문인지 사흘이나 지나서야 전기가 들어왔고, 인터넷도 곧바로 신청했음에도 며칠이 지난 후에야 개통이 되었다고 한다. 게다가 그 친구는 싱크대도 직접 구매해서 설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설치해주는 기사가 이사 이후 2주가 지나서야 시간이 났다고 하니 느림보 나라 독일에서 더욱 힘든 일인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반대적인 소식이 속속 나온다. 최근 코로나로 인해 지난 1-2개월 사이에 급히 귀국한 유학생들이 늘어서 목이 좋은 자리에 급 매물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보통 독일은 이사를 가려면 2-3개월 전에 미리 계약 해지를 해야 하는데, 급히 나가야 하는 경우에는 집주인의 동의 하에 기존 세입자가 일찍 나간 시기만큼 일찍 들어와서 살 새로운 세입자를 직접 구한 후 집주인에게 소개해서 다음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다. 때문에 온라인 유학생 커뮤니티에는 평소라면 구하기 어려울 베를린의 목 좋은 집이 나오기도 하고, 집구하기 어려운 동네로 소문난 도시들도 종종 급히 들어와 살 세입자를 구하는 글이 올라온다. 어쩌면 이 시기가 또 누구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