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관세청에서 편지가 도착했다. 필자는 이미 밝혔듯이 싱글 세금이 높은 독일에서 조금이라도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종교를 탈퇴하였기에 의문을 가득 품고 편지를 뜯어보았다. 

편지의 내용은 지난 2018년에 종교세를 덜 냈으니 부족한 금액만큼 돈을 내라는 통지서였다. 2018년 소득이 전년도에 비해 많아져 그에 상응하는 세금이 다시 계산되었고 그해 5월 종교를 탈퇴하기 전까지에 해당하는 금액이 책정됐다. 언제나처럼 예상치 못한 지출은 유쾌하지 않다. 

외국인으로 종교를 공식적으로 등록하게 되는 때는 처음 독일에서 거주지 등록을 할 때이다. 나도 처음 거주지 등록을 할 때 관청 직원이 나의 종교에 대해 물어왔고 개신교라고 답했다. 그 대답이 후에 불러일으킬 결과에 대해서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 

독일의 종교세는 원천징수 항목이다. 이는 월 소득세의 8-9퍼센트에 해당하며 (지역별 차이가 있음) 월급으로 따지면 약 3-4퍼센트다. 납세의 의무를 가진 종교는 가톨릭, 개신교 그리고 유대교이므로 교회세라고 하면 좀 더 명확한 표현일 수도 있겠다. 

독일인들이 납부하는 종교세는 평균적으로 약 300유로이다. 이는 한화로 약 40만 원 정도로, 많은 이들이 이 때문에 종교를 탈퇴한다. 독일의 조사기관 IW에 따르면 2004년 이후 매년 평균 30만 명이 교회를 떠나고 있으며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조사기관에 따르면 세금 절감이 종교 탈퇴의 가장 큰 이유다. 종교를 탈퇴한 후에는 이전에 종교세 명목으로 지불했던 소득세에 8-9 퍼센트에 해당하는 금액을 절약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다른 많은 이들이 크고 작은 스캔들에 대한 실망으로 더 이상 교회를 지원하고 싶지 않는다고 밝혔다.

종교세를 납부하지 않는 이들은 교회에서 성례 성사를 받을 수 도 없고 대부, 대모도 될 수가 없다. 또 그동안 전통적으로 교회가 제공해 온 세례식, 결혼식, 장례식 등의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의사, 간호가, 교육자 및 사회복지사는 교회를 탈퇴할 시에는 그들의 일자리가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독일에서는 많은 기관들이 교회와 연관이 있고 교회 산하기관에서 일을 하기 위해서는 교회에 등록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첫 월급을 받게 된 이후로 계속하여 빠져나가는 종교세를 지켜보면서 복잡한 마음이 들었다. 십 년 전 개신교라고 말했을 당시는 독일 물정을 몰랐고 또 이렇게 세금을 내고 이곳에 살게 될 줄은, 이런 미래까지 내다볼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종교 탈퇴라는 말이 주는 무게감이 나를 주저하게 만들었고 몇 년간은 계속하여 교회에 가지 않으면서도 종교세를 납부했다. 몇 년 후 종교세 납부 등록 철회에 대한 결심이 섰고 처리 수수료 31유로를 내고 공식 행정처리를 진행했다. 그 후로 월급에서 종교세 이름의 세금은 0이 되었고 오늘 2018년 부족했던 세금을 지불함으로써 2010년 시작되었던 독일 교회와의 관계는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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