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나폴레옹 3세 집권 당시 지금의 모습을 갖춘 파리. 건물 양식과 도로, 공원 등 지금 파리 모습은 당시 파리 시장인 오스만 남작에 의해 완벽하게 계획됐다. 특히 시민들이 마음껏 쉴 수 있는 공원은 도심 속에 여럿 만들어지면서 파리지앙의 안식처를 담당하고 있다.

1년 내내 파리지앙들로 붐비던 파리의 공원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굳게 문이 닫혔다. 많은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몰리면 바이러스 전파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파리는 프랑스에서도 레드존 즉 위험지역으로 분류되어 더욱 강도 높은 규율이 적용되고 있다.

모든 공원과 카페, 레스토랑, 바 역시 문을 걸어 잠근 이 상황에서 안식처를 잃은 파리지앙들은 어디로 향할까. (파리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참고해서 방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먼저 파리에서 유일하게 개방된 불로뉴 숲, 그리고 파리 접경 지역에 있는 방센 숲이다. 울창한 나무들과 호수도 있어서 주말마다 피크닉하는 파리지앙들로 그 어느 곳보다 북적거린다.

또는 에펠탑 앞 샹드막스 광장이 있다. 특히 이곳은 평소 파리지앙들이 아닌 관광객들로 붐비는 장소지만 지금은 파리지앙들의 모임 장소가 됐다. 세느강과 생 마르탕 운하도 파리지앙들의 핫스팟이지만 음주가 금지되면서 현재는 경찰들의 끊임없는 순찰이 이어지고 있다.

가족들은 아이들과 함께 가까운 집 앞 공원조차 갈 수 없다보니 아예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고 아이들과 노는 모습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정부에 파리의 공원들을 모두 개방할 수 있게 해달라고 계속 사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선 손사래를 치고 있는 실정이다.

도심 속 파리가 답답한 파리지앙들은 차를 가지고 멀리 떠나기도 한다.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거주지 반경 100km 내에서만 이동이 가능하다. 지난 월요일에 친구와 함께 파리에서 약 6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퐁텐블루 숲에 다녀왔다. 차로 한시간도 채 되지 않는 거리지만 나름 ‘여행’이라 생각하고 그간 강제 자가격리 생활로 쌓인 피로를 맘껏 풀고 왔다. 영화나 드라마에 종종 등장하는 퐁텐블루 성 바로 옆에 위치한 숲은 월요일 평일 낮 시간에도 상춘객들로 붐볐다. 바로 옆에 위치한 예술인의 동네로 불리는 바비존은 그나마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었다.

그러나 파리를 중심으로 100km 내에는 딱히 기대할 만한 곳이 많지 않다. 모네의 집이 있는 지베르니가 대표적이지만 이마저도 현재는 입장할 수 없다. 게다가 날이 더워지면서 많은 파리지앙들은 바다를 그리워 하고 있다. 이같은 사정은 바닷가와 거리가 있는 파리같은 지역이라면 다 마찬가지. 그래서인지 100km 거리 제한을 어기는 프랑스인들이 적지 않다. 지난 주말에만 순찰에 걸린 경우만 무려 20만건에 달했다고 한다.

공휴일이 많은 프랑스의 5월, 원래대로라면 크고 작은 휴가를 떠났을 프랑스 친구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음을 기약하고 있다. 정부에선 올 여름 이동 제한 없는 바캉스를 허용할 수 있다는 긍정의 의사를 표시했다. 하지만 아직도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단정하기는 이르다.

파리의 동화같은 하늘과 반짝거리는 에펠탑, 마법같은 노을을 보면서 하루하루를 달래는 수밖에.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