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개인정보 가명처리 정지' 민사 소송 제기

지난해 8월 서울 을지로 신한카드 본사에서 진행한 '빅데이터 사업 전략적 제휴 업무 협약식'에서 안중선 신한카드 라이프 인포메이션 그룹 부사장(왼쪽)과 장홍성 SK텔레콤 광고·Data사업단장(오른쪽)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 을지로 신한카드 본사에서 진행한 '빅데이터 사업 전략적 제휴 업무 협약식'에서 안중선 신한카드 라이프 인포메이션 그룹 부사장(왼쪽)과 장홍성 SK텔레콤 광고·Data사업단장(오른쪽)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지난해 이른바 '데이터3법' 개정 시행 이후 SK텔레콤이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가명정보 결합상품'. 해당 상품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사용 중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가명정보는 개인정보 일부를 삭제하거나 일부 또는 전부를 대체하는 방식으로 추가 정보 없이는 특정인을 알아볼 수 없도록 처리한 것을 의미한다. 이를 활용하면 개인정보를 활용해 새로운 서비스나 기술, 제품 등을 개발할 수 있다. 다른 업종 간 데이터 결합을 통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 개발이 용이하다. 

이에 SK텔레콤은 지난해 신한카드, 네이버와 각각 손잡고 이를 활용한 결합상품 개발에 나섰다. 

그런데 시민사회단체는 이러한 서비스가 개인정보를 침해할 우려가 높다고 보고 있다. 각 기업이 지닌 원본 데이터와 비교하면 가명처리된 정보를 통해서 개인정보를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서울YMCA시청자시민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8일 SK텔레콤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수집된 개인정보 가명처리 정지를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해 10월, SKT를 대상으로 ▲해당 통신사가 보유하고 있는 본인의 개인정보를 해당 통신사 혹은 제3자의 과학적 연구·통계·공익적 기록보존의 목적으로 가명처리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 ▲만일 위와 같이 가명처리했다면 그 대상이 된 본인의 개인정보 일체의 열람 등을 청구했다. 또 향후 본인의 개인정보를 해당 통신사 혹은 제3자의 과학적 연구·통계·공익적 기록보존의 목적으로 가명처리하는 것에 대한 처리정지도 함께 요구했다. 

시민단체측은 이러한 요구에 대해 SKT가 "이미 가명처리된 정보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 제28조의2, 28조의 7을 근거로 개인정보 열람 및 처리정지권이 제한된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제4조는 정보주체의 권리로서 정보주체가 개인정보의 처리 여부를 확인하고 개인정보에 대해 열람을 요구할 권리(제4조3항)와 개인정보의 처리 정지를 요구할 권리(제4조4항)를 보장하고 있다. 또 제35조는 개인정보의 열람권의 제37조는 개인정보 처리정지권의 각 구체적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시민사회단체는 가명처리 이전의 개인정보에 대해 이를 가명처리한 적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열람을 청구한 것이다. 이번 소송을 통한 가명처리정지 요청 역시 가명처리 이전의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것에 대해 정지를 요구하는 내용이다. 

시민사회단체측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SKT는 위 요청에 응해야 한다. 법률이 규정하는 열람청구권, 처리정지권은 가장 기본적인 정보주체의 권리이며 내 정보가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열람할 수 없고, 필요시 처리정지권을 요구할 수 없다면 개인정보처리자인 기업의 손에 일단 개인정보가 넘어간 이후에는 정보주체가 통제하거나 감시할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KT·LGU+ 등 다른 통신사와도 개인정보침해센터 침해신고 및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분쟁조정 등을 통한 권리 구제 절차를 진행 중이다. 

기업들이 개인정보 활용을 두고 시민사회단체와 격돌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빅데이터가 있어서다. 개인정보는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데이터다. 하나 하나는 큰 효용이 없지만, 빅데이터가 되면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고객의 요구에 맞춘 각종 제품 출시, 광고·마케팅이 가능하다. 통신기술에 AI 등 첨단 IT 기술이 더해지면 혁신적인 신사업 창출도 기대된다.

실제로 휴대폰 앱을 활용한 서비스 대부분이 개인정보 수집에 나서고 있다.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하지 않으면 앱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데, 개인정보가 어떻게 쓰일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통신사들은 가명화로 개인의 신상을 철저하게 숨기면서, 개인정보만 빅데이터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네티즌들은 시민사회단체와 마찬가지로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개인정보가 공유정보냐" "내 정보를 왜 너네가 팔아먹냐" "개인정보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진다. 스미싱 봐라" 등 불만글이 쇄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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