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 칼럼니스트

매년 1월은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국제전자제품박람회 (CES)가 개최된다. CES는 세계 각국의 가전, 자동차 등 제조업체들이 최신 기술을 선보이는 장으로 소비자들은 향후 변화될 미래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이번 해의 CES는 코로나로 인해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2021년 1월 11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CES에 일본의 스타트업들도 참가했다. 일본무역진흥기구 (JETRO)는 일본을 대표하는 스타트업 경영자들을 초대하여 강연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일본 세션의 테마는 ‘초고령 사회에서 일본식 스마트 사회로, 과제 선진국 일본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제안’ 이었다. 고령화라는 일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타트업들이 개발한 기술을 선보였다. 

첫 번째 등장한 기업은 휠체어형 퍼스널 모빌리티를 개발하는 윌 (WHILL) 이다. 

고령화 사회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고령자의 이동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평소에 건강관리와 운동을 통해 나이 들어도 건강하게 걸어다니는 노인들도 많으나 거동 하기 힘든 고령자가 많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지하철이나 버스와 같은 대중 교통을 이용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집에서 멀지 않은 슈퍼마켓을 가는 것도 힘들어 하는 고령자도 많다. 

모빌리티 능력 저하 즉, 이동 능력의 감소는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이 된다. 이에 따라 최근 일본에서 활발히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는 노인을 위한 ‘퍼스널 모빌리티’이다. 윌은 전동 휠체어를 제조하는 회사로 이용자가 스마트폰으로 미리 경로를 입력하면 자율주행이 가능하며 내장된 센서가 도로 상황을 감지해 장애물을 알아서 피한다. 컴팩트한 사이즈로 좁은 공간에서도 움직이기 쉬우며 회전 반경이 낮아 좁은 곳에서도 360도 회전이 가능하다. 앞 바퀴에 옴니힐이라고 불리는 특수한 구조의 타이어를 채용하여 5cm 정도의 단차는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다. 윌의 전동 휠체어는 1대당 45만엔 (약 470만원)으로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디자인성과 뛰어난 주행 성능으로 인기가 높다. 

두 번째로 소개된 트리플 더블유 재팬은 간병용 배뇨 감지 센서인 디프리 (DFree)를 개발했다. 디프리는 방광이 얼마나 차 있는지 모니터링하여 화장실 방문 시간을 예측하는 디바이스이다. 디프리를 하복부에 장착하면 초음파 센서를 통해 방광의 팽창 및 수축 상황을 확인해 배설 시점을 예측할 수 있다. 간병 시설의 간호원이 고령자의 배설시점을 스마트폰을 통해 확인하고 배설을 돕거나 기저귀를 시간에 맞춰 교체해 줌으로써 고령자가 불쾌한 상태로 오래 지내는 것을 막아줄 수 있다. 배설 문제의 해결은 고령자의 자존심과 커뮤니케이션 의욕을 유지해 치매 악화를 억제하는 효과도 있다. 

다음으로 소개된 회사인 제노마 (Xenoma)는 IoT 기술을 활용하여 이스킨 (e-skin) 이라고 불리는 옷을 만든다. 이스킨은 평범한 잠옷이나 룸웨어처럼 생겼으나 센서가 내장되어 있어 고령자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한다. 셔츠에 배치된 14개의 변형 센서는 관절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한다.  움직임 뿐만 아니라 고령자의 호흡, 체온 등도 모니터링 할 수 있으며 결과물은 가족들에게 전송되기 때문에 1인 고령 가구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다. 세탁이 가능하고 내구성이 높으며 일반적인 셔츠처럼 편안하게 착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일본은 이미 초고령화 사회가 되어 노동 인구의 반은 고령자이다. 하지만 역으로 이러한 상황이 비즈니스 기회를 불러온다. 일본의 기술과 아이디어로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 세계 시장을 리드하고 싶다” 며 윌의 스기에 사토시 대표는 말한다.

실제로 CES에서 소개된 대부분의 회사들이 일본 시장 뿐만 아니라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윌은 미국, 유럽에 이어 2020년에는 중국 진출까지 진출했다. 중국은 고령자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고령자의 자립이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윌은 고령자를 위한 차세대 휠체어의 수요가 중국에서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령화 관련 기술은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 뿐만 아니라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한국의 기업들도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기술에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전세계의 노인들이 찾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탄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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