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초록우산어린이재단/디자인=안지호 기자

정부가 보호종료아동 지원대책을 내놨다. 공평한 삶의 출발기회를 제공해 열악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13일 정부는 김부겸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보호종료아동 지원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3개 기본방향, 6대 주요과제로 구성됐다. 

기본방향은 ▲보호부터 자립까지 국가책임 강화 ▲영역별 맞춤형 자립지원 강화 ▲두터운 사후관리 체계구축이다. 주요과제는 ▲보호받을 권리 보장 ▲자립지원전담 기관·인력 확충 ▲소득·주거안전망 강화 ▲진로·진학·취업 등 기회 확대 ▲심리·정서 지원 ▲법령 정비 등이다. 

구체적으로 보호받을 권리 보장을 위해 정부는 만 18세까지인 보호기간을 만 24세까지로 연장한다. 청소년과 성인 사이의 애매한 기간에 사회에 나와 홀로서기를 해야 했던 보호아동청소년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여기에 보호 연장 중 대학진학, 취업 준비 등으로 시설에서 나와 거주하는 아동의 기초생활 보장을 위해 아동에게 생계급여를 직접 지급할 계획이다. 

보호 중인 미성년자의 법정대리권 공백 문제를 막기 위해 후견제도를 보완한다. 지자체가 법원에 친권상실, 제한을 적극적으로 청구할 수 있도록 법정 사유를 구체화하는 형태다. 사실상 친권 공백 상태인 아동을 위한 공공후견인 제도도 도입할 계획이다.     

그동안 자립지원기관·인력 부족으로 보호종료아동이 사실상 자립 초기 각종 상담과 정보 등을 제공받지 못했던 문제도 해소한다. 정부는 자립지원전담기관을 전국 17개 시·도로 확대하고 내년 보호종료아동 자립지원 전담인력 120명을 배치하기로 했다. 

실제로 보호종료아동 상당수가 자립지원금으로 첫 주거지를 구할 때조차 홀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했다. 또 임대주택 등 각종 정책적 지원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호종료아동 김예원(21. 가명)씨의 경우 퇴소 후 홀로 집을 구하기 위해 추운 겨울에 공인중개업소를 찾아다녀야 했고, 그 과정에서 집주인이 시설 출신이란 이유로 임대를 거절해 상처를 받기도 했다. 또 다른 보호종료아동 김요셉(23. 가명)씨도 주거지원 정책을 문의하기 위해 주민센터를 찾아갔지만, 담당자가 관련 제도를 잘 몰라 적절한 상담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정책에서도 자립지원 전담인력이 부족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다. 모든 보호종료아동이 실질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3만여명의 아동이 아동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가정위탁 등의 형태로 보호받고 있고 매년 2600여명이 보호기간 종료로 사회에 나온다. 그런데도 정부는 내년 전담인력으로 단 120명 추가 배치를 발표했다.

정부는 보호종료아동의 소득 안전망 강화에도 나선다. 오는 8월부터 자립수당 지급대상으로 보호종료 3년 이내 아동에서 5년 이내 아동으로 확대한다. 자립수당은 월 30만원이다. 2022년부터는 디딤씨앗통장 정부 매칭비율을 1대 1에서 1대 2로 확대한다. 지원한도도 월 10만원으로 늘린다. 초기 정착지원금은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비용적인 부담이 커지더라도 초기 정착지원금을 시급히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전월세 가격 상승을 감안하면 현재 주어지는 500만원으로 안정적 주거지를 확보하기 힘들어서다. 

보호종료아동의 2020년 기준 월평균 소득은 127만원으로 나타났다. 최저임금(179만원)보다 낮다. 이에 자립수당과 생계급여로 생활을 이어오다 자립수당이 끝나면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복지부 자료를 보면 2016년 기준 보호종료아동의 40%가 기초생활수급 경험이 있었다.

여기에 보호종료아동 상당수가 주거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아동권리보장원의 2016 보호종결아동 자립실태 및 욕구 조사에 따르면 보호종료아동 전체의 33.9%는 전세임대주택에 거주하고, 26.7%는 보증금이 있는 월세로 살고 있었다. 보호종료아동 중 57.5%는 주거비용에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정부는 안정적인 주거 공급을 위해 공공임대를 확대할 계획이다. 2022년까지 2000가구 공공임대주택을 지원한다는 전략이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보니 학업을 중단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심지어 자살, 범죄 등 각종 위험에도 노출돼 있다. 복지부가 자립수준 평가대상자 1만2796명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 결과 무려 26.3%가 연락 두절 상태였다. 

지난해 6월에는 자립정착금을 노린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당시 보호시설을 갓 퇴소한 고 이민규(18. 가명)씨는 먼저 퇴소한 시설 선배들에게 자립정착금을 뺏기고 이후 돈을 벌어오라는 협박과 폭행을 당하다, 결국 7층 건물 옥상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해 사회에 충격을 준 바 있다.

정부는 보호종료아동의 진학·취업률 개선 대책을 내놨다. 사회적 배려 차원의 선발 확대를 위해 대학협의체와 협의를 추진, 진학기회를 늘리는 계획이다. 국가장학금, 근로장학금 지원, 기숙사 입소 확대 등으로 학업여건 개선도 지원한다. 보호단계에서 커리어넷을 통한 맞춤형 온라인 진로상담을 운영하고 학습역량 강화도 도모한다. 

현재 보호종료아동의 교육 수준은 심각한 상태다. 대학진학률이 일반 청년(70.4%)보다 7.6%포인트 낮은 62.8%다. 대학 진학 이후 휴학·중퇴하는 경우도 13.3%나 됐다. 대부분 생활비 마련을 위해 과도한 아르바이트 등으로 학업을 이어가기 어려워 이 같은 선택을 했다.   

취업지원책으로는 국민취업지원제도에 보호종료아동을 포함하고 마이스터고 등 입학 지원, 국민내일배움카드 훈련비 지원 우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보호 기간에 자립생활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체험형 경제교육, 금융상담 연계 등으로 경제관념을 키울 방침이다. 

보호종료 후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는 아동을 위해 심리상담·치료 등 심리지원서비스 체계화에 나선다. 보호종료아동 간 자립역량 강화를 위한 바람개비서포터즈(당사자 자조모임) 운영 규모 및 지역 확대, 범죄피해 예방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보호종료아동의 심리·정서 불안이 심각하고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심리·정서돌봄 대책이 마련된 것이다. 현재 보호종료아동의 자살생각은 50.0%로 보호종료예정 아동(42.8%), 일반 청년(16.3%)보다 높게 나타났다. 

법적인 부분에서는 현행 아동복지법령 규정을 구체화해 자립지원 업무의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고 보호종료아동 명칭을 '자립준비청년'으로 변경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보호종료아동이 같은 세대와 공평한 삶의 출발기회를 부여받아, 실질적 자립에 성공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라며 "보호종료아동이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성장해 자립할 수 있도록 국가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교수는 "매년 수천명의 보호종료아동 1인 가구가 생긴다. 하지만 이들이 사회적 가족으로 재탄생하는 현실을 보기 어렵다"며 "현금 얼마를 손에 넣어주는 보여주기식 사업은 그만둬야 한다. 특히 이들이 번 돈 때문에 지원을 축소하고 끊는 제도는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승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경기아동옹호센터장은 "보호종료아동 지원 강화 대책은 늦었지만, 환영할 만한 일이다. 보호종료아동은 경제적 지원 뿐만 아니라 심리적, 정서적 지지가 필요하다. 각자 상황에 맞는 맞춤형 지원이 그 어느 때 보다 절실하다"며 "보호체계의 자립지원 서비스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을 통해 아동 청소년이 보호받고 있는 체계 또는 서비스 제공 기관에 관계없이 보편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법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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