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배달·간편 음식 섭취 증가로 '영양불균형'
서울시, 1인 가구 먹거리 개선 나서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 부산이 고향인 오유진(29.여)씨는 3년 전 직장 때문에 서울로 주거지를 옮기면서 1인 가구의 삶을 시작했다. 바쁜 직장 생활에 아침은 거르고 점심과 저녁은 밖에서 해결한다. 주말에는 집에서 간편식과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운다. 오씨는 최근 빈혈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가 의사 진단에 깜짝 놀랐다. 영향불균형으로 여성 호르몬 수치에 빨간불이 켜진 것. 오씨는 "밖에서 사 먹는 음식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당분간 집밥으로 불규칙한 식생활을 고쳐야겠다"고 말했다. 

#.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거주하는 진성민(38.남)씨는 최근 종합건강검진 결과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고혈압, 고지혈증, 고콜레스테롤이 나온 것이다. 평범한 30대 직장인 수준의 건강관리는 한다고 생각했던 진씨는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이유를 전문의에게 물었다. 의사는 혼자 사는 진씨의 식습관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기간 약물치료와 함께 식단과 체중 관리를 권했다. 주로 외부에서 밥을 먹고, 집에서는 잠만 자는 진씨는 한 식단관리 플랫폼에서 구독서비스를 신청했다.  

불규칙한 식생활, 부족한 영양섭취 등으로 먹거리 사각지대 계층으로 분류된 1인 가구를 위해 서울시가 발 벗고 나섰다. 

2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민건강국은 먹거리정책 5개년(2021~2025년) 세부사업 계획에 1인 가구 맞춤형 안심정책 내용을 포함했다. 

서울시가 1인 가구 먹거리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1인 가구'가 갈수록 꾸준히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달 초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주민등록 1인 가구는 936만7439가구로 집계됐다. 전체 가구의 40.1%로, 1인 가구 비중이 40%대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의 1인 가구 비중은 42.8%였다. 전국에서 8번째로 1인 가구 비중이 크다.

1인 가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1인 가구의 건강·영양 불균형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 먹거리 통계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양적·질적 식품 안정성 미확보 가구는 총 103만 가구(23.4%)였다. 이 중 1인 가구는 44.6%를 차지했다. 

조사결과 과일·채소 섭취 부족 (76.6%),영양 섭취 부족(14.5%), 비만 유병률 (19.2%)로 1인 가구의 경우 배달·간편 음식 섭취 증가로 인한 영양불균형이 발생하는 빈도가 높게 나타났다. 

식습관 불균형은 건강악화로도 이어진다. 지난 6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서 을지대 식품영양학과 백진경 교수팀이 발표한 가구 구성원 수별 건강상태 분석을 보면 1인 가구는 다인 가구보다 고혈압 발생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2016∼2019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20∼30대 청년 5325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백 교수팀은 가구 구성원의 수를 기준으로 청년을 1인 가구와 다인 가구로 분류했다. 20~30대 1인 가구의 비율은 9.4%(500명)였다. 이들의 총열량 대비 지방 섭취 비율은 25.1%로 높은 반면, 열량 1000㎉ 섭취당 식이섬유 섭취량은 9.9g으로 낮았다. 평균 허리둘레는 80.6㎝, 이완기 혈압은 75㎜Hg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청년 1인 가구의 고혈압 발생 위험이 2인 이상 다인 가구의 1.4배나 됐다.

백 교수팀은 논문에서 "20∼30대 1인 기구는 (젊은 덕분인지) 아직은 건강상의 특별히 심각한 문제를 보이진 않았다"면서도 "1인 가구 청년의 건강행태나 영양소 섭취 상태 등을 봤을 때 나이 든 후 고혈압 등 질병에 걸릴 위험이 크므로 예방 등 대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식습관은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서울시도 1인 가구의 먹거리 격차 해소 중요성을 인지하고 대상별 먹거리 전략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 먹거리전략팀 관계자는 "양적, 질적으로 미보장된 먹거리 취약계층으로 먹거리 행태와 식품환경변화를 반영한 먹거리 지원정책 요구된다"면서 "먹거리 취약계층은 저소득층, 70대 이상 및 20대 청년 1인 가구가 많다. 이번 정책은 사회적으로 외부와 교류가 적고 지역사회활동이 낮은 완전고립형을 위한 지원이다. 간편식사 보다 건강한 식생활을 할 수 있도록 시에서 도움을 주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시 1인 가구 먹거리 맞춤형 정책 계획이 나오자마자 자치구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중랑구는 혼자 식사하는 주민들이 때우기 식으로 하는 라면, 빵, 김밥 등의 단일 간편식사에서 오는 영양 불균형과 비만 등 대사성질환을 막고 건강한 식생활 실천으로 스스로 건강관리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요리교실을 준비했다.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짜여진 요리교실 수업은 강사가 골고루 먹기, 나트륨과 단순당의 문제점, 가공식품 건강하게 먹기, 식품선택 방법 등의 식습관 이론교육을 실시한다.

저염드레싱과 저염쌈장 만들기, 샐러드와 양파잼 만들기 같은 제철식품과 저염레시피를 활용한 건강식단을 함께 만들어보는 체험실습도 병행한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1인 가구가 늘면서 식사를 대충하게 되는 경향이 있어 건강한 식단을 통해 만성질환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교육 이후에도 1인 가구가 꾸준히 건강식단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서초구는 온라인 요리강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밀푀유나베, 돼지고기 김치짐, 찹스테이크, 우삼겹 순두부찌개 등을 만들며 1인 가구끼리 소통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서울시는 구별로 1인 가구를 포함한 지역주민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동부엌, 취미활동 공간 등을 운영한다. 

사진=1코노미뉴스, 뉴스1/디자인=안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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