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혜진 기자
백혜진 기자

"이거 하나면 속이 든든해" 커피믹스를 즐겨 마신 할머니의 말씀이었다. 밥은 걸러도 하루 커피믹스 한 잔은 꼭 마셨던 할머니셨다. 숭늉 같이 속이 편안해진다는 할머니 말씀이 다시금 생각난 것은 커피믹스 시장 점유율 1위인 동서식품이 맥심 모카골드 등 커피믹스 출고 가격을 평균 7.3% 인상한다는 소식 때문이다.

동서식품은 오는 14일부터 맥심 오리지널 170g 리필제품을 5680원에서 6090원으로 7.2% 인상한다고 7일 밝혔다. 맥심 모카골드 커피믹스 1.2kg 제품과 맥심 카누 아메리카노 90g 제품도 각각 7.3% 등 출고 가격을 올린다.

이번 가격 인상은 지난 2014년 7월 이후 8년 만이다. 지난해 4월부터 급격히 오르기 시작한 국제 커피 가격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급등한 물류비용 및 주요 원재료 가격이 상승을 반영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국제 아라비카 원두의 가격은 2020년 말 1파운드 당 113센트에서 지난해 12월 230센트로 1년여 만에 103.5% 상승했다.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의 가뭄과 냉해 피해 등이 영향을 미쳤다.

원자재 가격 인상 등으로 가격을 올린 브랜드가 비단 커피만은 아니다. 앞서 서울우유가 1일부터 제품 가격을 5.4%(1ℓ 흰우유) 올리기로 결정하면서 우유값이 전격 인상됐다. 서울우유의 가격 인상은 2018년 이후 3년 만이다. 업계 1위 서울우유가 제품 가격을 전격 인상하면서 후발 업체인 매일유업과 남양유업 등도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우윳값 인상에 따라 빵·과자 등 우유가 주재료로 들어가는 다른 가공식품의 도미노 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미 밀가루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원가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우윳값이 촉매제 역할을 한 셈이다. 

식품 전반적으로 가격이 상승하면서 소비자 지갑도 얇아졌다. 기업의 이유 있는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커피믹스나 주전부리를 자주 이용하는 독거노인을 생각하니 씁쓸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사정이야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물가를 잡지 못하면 서민들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역대급으로 치솟는 물가 상승이 '일시현상'으로 남기기에는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가공식품뿐만 아니라 다른 생활 필수품까지 이어질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정부도 대책 마련 안을 내놓아야 한다. 더는 손놓고 바라보고만 있어서는 안된다. 세금만 잡아먹는 소비 쿠폰,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보다는 근본적인 대책 방안으로 물가 안정에 힘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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