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정희정
사진=정희정

 

2022년 새해가 밝았지만 코로나는 여전하다. 프랑스는 이미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코로나바이러스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어선 뒤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프랑스 최대 명절이라고 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규제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 정부에서 크리스마스 시즌에 특별한 제재를 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가족 모임 직전에 코로나바이러스 검사를 받을 것을 권장하는 정도였고 많은 프랑스인이 이를 따르면서 테스트 건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때문에 크리스마스 당일 신규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겼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대부분 프랑스인들은 크리스마스를 가족들과 함께 보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 필자와 같이 이 나라에 가족이 없거나 홀로 사는 독거노인들이다. 필자는 크리스마스를 좀 더 따뜻하게 보내고 싶어서 크리스마스 봉사활동을 지원했다. 대부분 가족 모임을 위해 파리를 떠나는 경우가 많아 크리스마스 전날과 당일에는 봉사활동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코로나 확진자가 증가 추세였기 때문에 방문을 진행했다.

봉사활동이라고 명명하기 민망할 정도로 특별한 것은 없다. 그저 홀로 사시는 노인 댁에 방문해 그분이 외롭지 않도록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봉사 단체에서는 방문할 할머님과 봉사자 것까지 크리스마스 선물 꾸러미를 챙겨줬다. 선물 상자 안에는 프랑스에서 크리스마스 당일에 먹는 전통 음식인 오리 푸아그라와 생선을 저민 리예트(Rillettes) 등과 함께 비스킷, 초콜릿과 같은 후식에 샴페인까지 풍성하게 채워져있었다. 술은 할머님께서 특별히 꼭 받았으면 한다고 요구한 것이었다.

올해 95세이신 할머님은 걸음걸이가 조금 불편해 보였지만 정정하셨다. 크리스마스 당일 처음 뵙는 분이었지만 친손녀처럼 대해주셨다. 단체에서 준비한 선물 상자와 개인적으로 준비한 양갱이와 호박죽을 드렸다. 할머님은 학생이 돈이 어딨냐면서 챙겨가서 먹으라고 필자가 드린 먹거리를 한사코 거부하셨다. 우리네 할머님과 똑같았다. 이네 양갱이를 맛보시더니 맛있다면서 한국에 이런 디저트가 있냐고 좋아하시는 모습에 필자도 기뻤다.

놀라웠던 것은 할머님댁을 방문할 당시 할머님은 혼자가 아니셨다. 일주일에 몇 번씩 할머님댁에 찾아와 대신 청소를 해주시는 아주머님이 일하고 계셨기 때문이다. 홀로 지내시는 노인분들 댁을 청소해 주는 일을 하신다고 했다. 크리스마스 전날이었지만 다른 두 곳을 더 청소해야 한다고 하셨다. 거동이 불편하신 노인분들을 위한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는 생각을 했다.

30년 넘게 같은 곳에 살고 계신 할머님은 거동이 불편하셔서 외출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 게다가 할머님 댁이 프랑스식 3층(우리나라식 4층)에 자리하는데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집 안에서 얼마나 답답하실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할머님은 대부분 시간을 집에서 보내시는데 애완용 새와 고양이가 할머님의 친구가 되어주고 있었다. 새는 말을 걸면 짹짹거리면서 대답까지 해 덜 지루하다고 하셨다.

또한 다행인 것은 크리스마스 시즌이어서 지방에서 먼 친척들이 할머님댁을 방문했거나 방문 예정이었다. 연말에 할머님께서 혼자 보내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마음 한편이 놓였다. 거리가 멀어 자주 볼 수 없는 친척들이지만 연말에 찾아와 준다면서 말씀하시는 할머니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프랑스는 지난 5일 기준으로 하루 신규 확진자 32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며 지내고 있지만 할머님 댁을 자주 방문하기란 쉽지 않다. 혹시라도 외부에서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도 있는 등 위험이 따른다. 자주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렸는데 홀로 집안에서 누군가가 찾아오길 기다리실 할머님 모습에 마음이 편치 않다.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고 있어서 기약 없는 기다림이 될 것만 같아 더욱 그렇다.

<위 글은 시민기자 작성 기사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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