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 칼럼니스트
정희선 칼럼니스트

"치매가 걸려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써 사회와 연결되고 싶다"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이를 실현하기는 말처럼 쉽지 않다. 오늘은 치매 환자가 사회와 연결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일본의 한 비영리단체 (NPO)를 소개하고자 한다. 

2012년 설립된 일본의 데이즈 비엘지 (DAYS BLG!)는 치매에 걸린 사람들이 사회와 단절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전을 꿈꾸며 설립되었다. 대표인 마에다(前田)씨는 데이즈 비엘지의 목표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치매에 걸리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이 진행되거나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것을 강제적으로 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치매 환자가 좋아하는 곳에서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치매 환자라도 자신의 의사로 선택하는 것을 돕고 싶습니다"

"하루를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보낼지를 본인이 선택하는 것은 삶의 만족감으로 연결됩니다. 평범한 우리의 일상 또한 무의식적인 선택의 연속이며, 이러한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일상의 만족감을 높입니다"

데이즈 비엘지는 치매 환자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세차, 청소, 우편물 배달, 영수증 정리 등 협력 업체의 업무 중에서 그 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여 일자리로 향한다. 실제로 일을 마친 회원들은 "뇌에 자극이  됩니다. 가족들도 얼굴이 훨씬 좋아졌다고 반깁니다다", "하는 일은 간단하지만 집에 있으면 아무것도 안 하니까요… 즐겁습니다"라며 만족해한다. 

또한 일을 한 회원들은 월 10만원 미만의 적은 금액이긴 하지만 사례금도 받는다. 일을 함으로써 사회와 연결됨을 느낄 뿐만 아니라 비록 큰 돈은 아니지만 자신도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증명할 수 있기에 치매 환자들의 만족감이 무척 크다. 일을 의뢰하는 기업 측에도 메리트는 있다. 일반 직원과 같은 작업복을 입고 세차하고 있는 모습을 본 고객들은 치매 환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된다. 또한 일반인들의 치매 환자에 대한 인식 개선으로도 이어진다. 마에다씨는 어떠한 연유로 치매 환자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시작하게 된 것일까? 

마에다씨가 한 노인 시설의 관리자로 일할 때 50대 치매 환자에게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묻자 일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고 한다. 마침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오래된 집이 있어 수리하는 일을 맡겼다. 그러자 그가 무척이나 활기차게 일하는 모습을 보고 마에다씨는 감동했다. 물론 이러한 경험이 데이즈 비엘지의 비즈니스를 떠올리게 된 계기가 됐다. 

그 후 마에다씨는 치매 환자 중에서도 젊은 축에 속하는 50대~60대들을 위한 치매 센터을 시작했는데 입소자들이 모두 일을 하고 싶어했다. 처음에는 필요하지도 않은 일을 억지로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내 회원들이 우리는 이런 일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라고 의견을 전했다. 이 때 마에다씨는 치매 환자들도 실제로 세상에 필요한 일을 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치매 환자들이 일할 수 있는 장소를 찾던 중 평소 친분이 있던 보육원 원장에게서 수영장 청소 의뢰를 받아 환자들에게 일을 주었는데 일하는 회원들의 표정이 매우 밝았다고 한다. 마에다씨는 회원들이 원하는 것은 실제로 수요가 있는 일, 사회에서 필요한 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하지만 치매 환자에게 일을 만들어 주는 것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우선 치매 환자도 일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았다. 마에다씨는 회사들을 일일이 돌아다니면서 설득, 지역 내 15개의 기업과 단체의 업무를 맡아서 하게 됐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일은 무상으로 진행되었다. 개호보험 제도에 의하면 치매 환자인 피보험자가 일하고 수입을 얻는 것이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한 회원이 일한 댓가를 달라고 했다. 보수를 받을 수 없는 것이 규제이기 때문에 마에다씨는 아이디어를 고안, 치매 환자의 가족으로부터 돈을 조금 받아 그것을 본인에게 건네 주었다. 본인은 무척이나 기뻐했다고. 하지만 마에다씨는 "제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건 분명 거짓말이었으니까요. 본인은 보수를 받고 싶어합니다"이후 마에다씨는 5년이라는 기간에 걸쳐 치매 환자가 일한 댓가를 받을 수 있도록 일본의 후생노동성과 교섭을 진행했다.

"치매 환자가 일하고 보수를 받음으로써 치매 증상을 늦출 수 있다는 증거가 있다면 조금 더 싸움이 수월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일하고 보수를 받는 것이 치매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점을 의학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기나긴 싸움 끝에 5년 뒤 일본의 후생노동성은 치매 환자가 보수를 받는 것을 용인했다. 

마에다씨는 치매 환자들이 일할 수 있는 기업을 늘리고 싶다며 포부를 밝힌다. "치매에 걸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뿌리 깊은 편견이 세상에 깊게 존재한다"며 이러한 편견 또한 없애고 싶다고 전한다. 

통계청과 세계보건기구 (WHO)의 자료에 의하면 2020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치매 환자 수는 84만명에 달하며 2024년에는 100만 명, 2039년에는 200만 명, 2050년에는 3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에서는 2025년 700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초고령화 사회가 진행되는 가운데 누구나 치매에 걸릴 가능성은 있다. 개인, 기업, 사회 전체가 치매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치매 환자에 대한 대응책을 바꾸어 가야한다. 치매 환자도 사회의 일원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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