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나눔과나눔/디자인=안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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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는 굵직한 이슈가 많았다. 제20대 대통령으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고, 오미크론 확산으로 코로나19 방역체계는 '셀프'로 전환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 여파로 경제적 타격도 예고됐다. 어수선한 정국이 계속되면서 민생현안은 결국 뒷전으로 밀렸다. 고독사 사건이 끊임없이 나오는데도 현 정부가 1인 가구 정책을 직접 챙길 의지는 안 보인다. 이에 [1코노미뉴스]는 앞으로 다가올 윤석열 시대, 새 정부가 반드시 챙겨야 할 1인 가구 정책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 지난 20일 서울 강동구 내 한 빌라에서 70대 남성 시체가 발견됐다. 숨진 지 무려 2주 만이다. 고인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받는 고령 1인 가구로 구청의 모니터링 대상자였다. 모니터링은 1개월 단위로 이뤄져 구청에서는 고인의 죽음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더 충격을 주는 부분은 사망한 고인의 집 상태. 고인의 집 안은 방치된 쓰레기 더미, 각종 고지서, 오물이 묻은 이불 등이 흩어진 상태였다. 홀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 이달 서울 동대문구에서도 고독사 한 50대 남성이 2주 만에 발견됐다. 기초생활수급자로 홀로 임대주택에서 거주하던 이 남성은 평소 왕래하던 지인이 없어 뒤늦게 사망 사실이 알려졌다. 

#. 지난 2월에는 충북 청주의 한 원룸에서 20대 청년이 고독사 했다. 고인은 직장 내 따돌림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외부와 연락을 단절한 체 홀로 생활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회보장체계의 사각지대에 있던 고인 역시 13일 만에 집주인의 신고로 발견됐다. 

#. 지난달에는 코로나19 확진 후 홀로 재택치료를 받던 6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기저질환이 있어 집중관리군으로 분류돼 하루 2번 모니터링을 받았지만, 결국 응급상황이 발생한 순간에는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이 고인의 사망 사실도 지인의 신고로 119 구급대가 출동한 후에 밝혀졌다. 

#. 대학 기숙사에 거주하던 20대 남성은 코로나19 확진 판정 이후 갈 곳을 잃었다. 확진 판정을 받자 기숙사에서 퇴소 조치된 것.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알아봤지만 자리가 없다는 말만 들었다. 가족에게 옮길 수 없으니 집에도 돌아갈 수 없었다. 거리에 나앉을 수도 없었던 그는 결국 지인에게 급하게 돈을 빌려 무인모텔에서 격리기간을 보냈다. 

복지 사각지대에 노출된 1인 가구의 피해가 연일 발생하고 있다. 고독사로 추정되는 무연고 사망자 수는 연간 3000명을 넘어섰고, 청년 자살률은 심각하기만 하다. 코로나19 방역체계가 '셀프'로 변하면서 도움을 받지 못한 1인 가구 역시 늘고 있다.  

그럼에도 '1인 가구'에 대한 정부의 전방위 지원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2020년 범정부 차원의 1인 가구 TF를 만들고 맞춤 대책을 내놓기로 하고 2년이 다돼가도록 실제로 실현된 정책은 거의 없다. 

실제로 TF 설립 이후 기대를 모았던 1인 가구 종합대책 대신 중장기 로드맵이란 두리뭉실한 정책만 발표했다. 이후 지난해에는 법무부에서 1인 가구의 사회적 공존을 위한 법 제도 개선을 목표로 '사공일가(사회적 공존 1인 가구) TF'를 운영했다. 실효적인 법 제도 개선 과제를 끌어냈지만, 국회 문턱을 넘은 건은 없다. 

여성가족부는 1인 가구를 하나의 가족으로 봐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1인 가구 지원 예산을 배정했지만, 그 규모가 단 6억원에 그쳤다. 올해 여가부 예산은 1조4650억원이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1분기가 지나도록 정부 차원의 1인 가구 지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쏟아진 1인 가구 지원 목소리도 선거가 끝나자 없었던 일처럼 조용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역시 아직까지 1인 가구에 대한 언급이 없다. 

고령·중장년·청년, 연령대와 상관없이 고독사·자살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대책 마련에는 미적지근하다. 정부가 1인 가구 증가가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렇다 보니 오히려 1인 가구 관련 대책은 지자체에서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1인 가구 특별대책추진단을 꾸리고 관련 예산을 늘리는 등 1인 가구 지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기도도 올해 1인 가구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해 체계적인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1인 가구 수가 급증하면서 나타난 광범위한 변화가 각 지자체의 현안으로 떠올라서다. 

그러나 한계가 분명하다. 지자체에서 추진되는 1인 가구 대책은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벗어나지 못한다. 여성 1인 가구 안전 관련 대책의 경우 골목길 방범CCTV 확충, 자경단 운영, 주거침입방지 안전 세트 설치 등에 그치고 있다. 독거노인, 독거중년 관련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돌봄 인력 확충, 스마트 IoT 서비스 보급 등이 나오지만, 지원 예산에 한계가 있어 실제 혜택을 보는 1인 가구는 일부에 불과하다. 특히 중장년, 청년 1인 가구 관련해서는 실태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곳이 태반이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향후 국정과제를 꾸릴 때 1인 가구를 염두에 놓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범정부 차원의 1인 가구 실태조사와 법 제도 개선 등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희선 일본 전문 칼럼니스트는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를 동일하게 겪은 일본의 사례를 보면 정부 차원의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대표적으로 후견청 도입이 있다. 가정재판소 내에 후견센터를 설립해 후견 관련 사무를 전문적으로 처리하다 청으로 격상됐다. 누구나 자신의 자산과 생활을 지킬 수 있도록 후견인 제도를 보급화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진옥 나눔과나눔 사무국장은 "고독사와 함께 다뤄지고 있는 무연고 사망자 문제는 지자체에서 해결할 수 없는 각종 법 제도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며 "1인 가구 시대, 사후에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선희 인천시의원은 "혈연관계로 맺어진 가족의 형태가 많이 깨지고 있지만, 우리 제도와 정책은 이를 담아내고 있지 않다"며 "사회적 가족도시 조성이 정부 정책으로 추진될 필요가 있다. 돌봄사회조성은 사회적 인식 변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일부 지자체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적으로도 1인 가구가 미치는 파급효과 커 규제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1인 가구가 다양한 산업을 이끄는 중심이며 새로운 기회의 장을 만들어 내고 있어서다. 실제로 구독경제, 펫, 여행, 가전, 가정간편식, 인테리어, 부동산 등에서는 1인 가구의 트렌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현 정부의 동떨어진 친환경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며 "재포장 금지법 등은 1인 가구를 겨냥한 제품포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규제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도 "1인 가구 확산, 비대면 소비 확대를 감안해 온라인 주류판매를 허용하는 방안을 새 정부가 고민해줘야 한다"며 "영세한 소규모 맥주·막걸리 제조자의 경우 판로가 막히고 있다. 청소년 주류 구입 문제는 핸드폰 인증이나 카드 결제 인증 등 해결법을 찾으면 된다"고 전했다. 

카셰어링 플랫폼 업계는 "1인 가구 증가로 소비자의 선호도가 달라지고 있지만, 업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각종 규제 때문"이라며 "대표적으로 차를 장소 제약 없이 빌리고 반납하는 프리 플로팅 서비스가 국내에서는 불가능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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