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 칼럼니스트
정희선 칼럼니스트

1인 가구의 증가는 세계적인 트렌드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는 2030년, 전 세계의 1인 가구 수는 2018년 대비30%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미국이나 유럽 주요 국가들의 1인 가구 비율은 벌써 30~40%에 달하고 있다. 핀란드에서는 부부와 아이로 구성된 핵가족의 2배 수에 달하는 가구가 1인 가구이다.  

대가족이 많은 아시아에서도 2040년에는 5명 중 1명이 1인 가구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중국은 2020년대 전반부터 총인구의 감소가 시작되었다. 가족을 만드는 것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싫어 도시에서 혼자 살기로 결정한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중국의 지방에는 독거 노인이나 노부부가 적지 않다. 2021년 기준, 중국의 1인 가구는 2018년 대비 30% 증가한 1억명에 달하는 것으로 예측된다. 

1인 가구의 증가는 비혼과 저출산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인구 감소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대가족이 해체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며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힘을 쏟는 것은 다름아닌 ‘고독 전략’이다. 고독은 마음과 몸을 병 들게 하고 결국 국가의 부담이 늘게 된다.  

2018년 1월 영국 정부는 세계 최초로 고독부 (Ministry for Loneliness)를 신설하였다. 고독이 고령자의 치매나 정신건강을 악화시키고 의료비를 늘릴 것이라는 강한 위기감이 그 배경이다. ‘조 콕스 고독문제대책위원회’의 보고서에 의하면 고독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것과 같은 해악을 미친다고 전한다. 고독이 끼칠 악영향이 영국 경제에 연간 320억 파운드 (약 50조원)의 손실을 끼칠 것이라고 시산하고 있다. 

사회의 활력을 빼앗는 고독과 어떻게 공생할 것인가는 세계 각국에서 커다란 화두가 되고 있다. 1인 가구가 약 40%에 달하는 스웨덴에서는 고독 사회의 생활 인프라 모델로서 주목할만한 시설이 있다. 스웨덴의 남부도시인 헬싱보리 (Helsingborg)시에서 2019년 진행된 프로젝트에서는 고령자와 청년 난민이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도록 한다. 1인 고령가구와 해외에서 이민 온 젊은 세대가 함께 살며 고령자가 이민자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젊은층은 고령자의 생활을 돕는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고독한 고령자를 돕는 비즈니스도 생겨나고 있다. 65세 이상 4명 중 1명이 사회적으로 고립된 것으로 알려진 미국에서 창업한 스타트업 파파 (Papa)가 좋은 예이다. 파파는 도움이 필요한 노인 가정에 젊은 직원을 파견한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이동을 돕거나, 장을 봐서 요리를 함께하는 등의 활동을 함께 한다. 병원 진료 예약을 대신해주고, 전등을 갈아주는 등 간단한 집안일도 대신해준다. '파파팔(pal)'로 불리는 파파의 직원은 몇 십달러 정도의 보수를 받지만 노인과의 친근한 관계를 만드는 것이 주요 임무이다. 2021년 11월에는 소프트뱅크의 비전 펀드 등에서 출자를 받아 기업 가치 14억 달러 (약 1조 7천억 원)에 달하고 있다. 

일본의 지방 도시에서도1인 고령자가 증가하고 있다. 일본 통계청의 조사에 의하면 65세 이상 중 혼자 사는 사람의 비율 (고령 독거율)은 1980년의 8.3%에서 2020년 19.0%까지 상승, 5명 중 1명이 혼자서 살고 있다. 통계청은 일본의 행정구역 단위인 도도부현별로 고령 1인 가구의 실태를 조사하였는데, 도쿄 26.1%, 오사카 24.0% 로 대도시가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도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고령 1인 가구의 비중이 20%를 넘어선 지방현이 13개에 달하고 있다. 

일본의 지방자치단체들은 1인 가구의 감소를 위해 자식 세대와의 동거를 촉진하고 있다. 후쿠이현(福井県)은 다세대 동거를 위해 단독 주택을 리모델링 할 경우 최대 60만 엔 (약 600만 원)을 보조한다. 2013년 실시 이후 2020년까지 총 309개 가구가 보조금을 받았다. 아키타현의 오가타무라는 다세대 동거를 위해 주택을 증축 및 개축할 경우 공사비의 10%를 보조해 주며 (80만 엔 상한) 지난 10년 동안 50개 가구가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금전적인 메리트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젊은층이 부모와 동거하도록 촉진하기 힘들다고 전문가는 지적한다. 아키타현의 담당자는 닛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고령자를 돕는다’는 시선에서 동거를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육아가 편해진다’는 면에서 동거를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고령 독거율 상승은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의 증가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조사에 의하면 50세 시점에서 측정한 미혼율이 낮을 수록 고령자의 독거율 또한 낮은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독거율이 전국에서 6번째로 낮은 시가현(滋賀県)은 50세의 미혼율이16.2%로 전국 평균에 비해 낮다. 이에 따라 관민이 제휴하여 결혼활동을 지원하거나 만남의 장을 제공하는 지방자치단체도 많다. 후쿠이현도 2020년에 ‘후쿠이 결혼 응원 협의회’를 만들어 맞선을 개시하였으며 2021년에는 맞선의 정확도를 높이려고 인공지능(AI)까지 도입했다.

지금 가족의 해체가 진행되며 세계 각국이 대응하기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고령화와 저출산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가족의 수를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 가족이라는 연대감이 옅어지고 사회에 뿔뿔이 흩어진 개개인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고독’이라는 인구 감소 시대의 병을 극복하는 것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있어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일 것이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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