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진의 리더십 읽기 -삼국지편⑮

세상이 복잡하다고 느낄 때 다시 꺼내어 보는 것이 역사다. 그것을 들여다보면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보이고 앞으로 어찌 되어갈지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극이 인기를 끈다. 춘추전국시대와 삼국지 이야기는 그중 으뜸이다. 삼국지는 망해가는 한나라가 배경이다. 난세에는 망하게 하는 인물과 세상을 구하는 스타가 함께 등장한다. 조조 유비 손권은 최후의 승자이고, 초기에 두각을 나타낸 대권주자들은 따로 있다. 그들은 모두 대권 경쟁에서 실패하고 사라졌다. 원소, 원술, 공손찬, 유표, 여포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배경이나 세력 능력 어느 것 하나 뒤지지 않고 도리어 더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왜 승자가 되지 못하고 무너졌을까? 역사의 패자들을 살펴보면 엄격한 경쟁 속에서 실패의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관우의 실패가 성공의 절정기에 일어났다는 것은 매우 교훈적이다. 당시 삼국의 상황을 살펴보면 조조의 위나라는 그동안 수많은 전쟁을 치르느라 재정 손실이 커져 있고 조직 내의 문제도 산적해 있었다. 손권의 오나라도 지방 토호 세력의 영향으로 응집된 국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상대적으로 촉한이 가장 안정되고 유리한 상황이었고, 관우도 과감하게 조조의 영토를 공격해서 큰 전과를 여러 번 올리기도 했다. 국가의 팽창이 시작되던 때였다. 그런데 선봉장인 관우가 무너지면서 교두보인 형주를 잃자 상황은 반전되었다. 촉의 짧은 우위 상황이 막을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촉이 추구해 온 한 왕실 보존이라는 가치가 실패하는 시작점이기도 했다.

삼국지의 영웅들은 자신의 성공과 성취, 물질적 권력적 지위 상승을 위해 전력투구하며 살았다. 현대인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인들의 능력과 실력은 삼국지 영웅들의 무공에 해당한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 이기려고 전력을 다한다. 지면 못 견딘다. 손해나 불이익, 불리함을 못 참으며, 그 때문에 미련 없이 다른 조직으로 옮기기도 한다. 조직이 비전 없어 보이거나 출세와 성공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면 주저 없이 다른 주인을 찾고 또다시 충성을 다짐한다. 현대인도 삼국지의 뭇 호걸도 모두 비슷하다.

주위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넘친다. 그런데 능력과 충성을 두루 갖춘 사람은 찾기 힘들다. 현대 사회가 충성의 가치를 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일까. 충성이란 단어 자체가 시대에 뒤처진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현대 사회의 조직들도 충성심 있는 사람을 원하고 있다. 단지 충성심이란 단어 대신 조직 몰입, 협동과 협력, 조직 비전과 가치에 대한 공감과 몰입, 신뢰, 바람직한 시민행동 등의 용어로 풀고 바꾸어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이기적인 사람, 거짓말하는 사람, 자기만 챙기는 사람, 긍정적인 보상만 추구하는 사람, 말을 자주 바꾸는 사람을 채용하지 말아야 할 사람으로 꼽으며, 미리 그런 사람을 걸러내는 방법과 도구를 개발하고 사용하고 있다. 결국 능력보다 중요한 덕목으로 여기고 있으며, 그런 점에서 관우의 성공과 실패는 충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관우가 거둔 성공의 핵심은 충성이다. 그의 뛰어난 무공과 학문적 소양, 용기 등도 작용했겠으나 여타의 영웅보다 월등히 더 존경받는 이유는 충의(忠義)로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삼국지 이후 지금까지 충성은 국가와 조직이 가장 중요한 가치요 덕목으로 강조하는 것이다. 송나라 때에 이르러 관우는 민간신앙의 대상이 되어 사당이 세워지고 신으로까지 추앙된다. 국내의 무속인들에게도 관우 장군은 가장 무서운 신 중 하나라고 한다. 이렇게 신으로 받들어져 존경받는 이유는 그가 신적인 위엄이나 능력, 업적을 남긴 존재가 아니라 의열충용(義烈忠勇)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우처럼 능력 있고 충성심 있는 사람도 실패를 하고 조직에 큰 손해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가 지나치게 강하고 오만해서 동료나 부하에게 상처를 주고 관계를 악화시켜서 조직 파워를 약화한다면 문제가 크다. 지나치게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잘못 대해서 협력을 얻어내지 못하고 불필요한 저항이나 공격을 자초하기도 한다.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경쟁자를 과소평가하며 상황 파악을 잘못해서 그릇된 전략적 판단을 내려 실행한다면 결과는 최악이다. 

물론 지금은 봉건사회가 아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과 함께 생활과 문명을 만들어간다. 그렇다 해도 조직과 동료, 마주하는 사람들에게 충성할 필요 없다는 생각은 어리석은 것일 수 있다. 충성과 의리라는 가치와 덕목은 현대 사회에 맞게 다시 재해석되고 구체적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올바로 충성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충성할 가치가 있는가”라고 질문하는 것이다. 충성할 만한 가치가 없는 대상인데도 복종하는 것은 잘못이며 어리석은 충성이다. 그리고 올바른 방법으로 충성해야 한다. 맹종은 충성이 아니다.

추락의 가능성은 정상에 섰을 때 가장 커진다.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거두어 온 성공이 클수록 실패가 일어날 가능성도 커진다. 충성을 다 하는 사람인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며 잘못된 충성을 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충성심 옆에는 겸손한 마음과 타인을 존중하는 태도가 항상 함께 있어야 한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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