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진의 리더십 읽기 -삼국지편⑯

 

세상이 복잡하다고 느낄 때 다시 꺼내어 보는 것이 역사다. 그것을 들여다보면 세상 돌아가는 이치가 보이고 앞으로 어찌 되어갈지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극이 인기를 끈다. 춘추전국시대와 삼국지 이야기는 그중 으뜸이다. 삼국지는 망해가는 한나라가 배경이다. 난세에는 망하게 하는 인물과 세상을 구하는 스타가 함께 등장한다. 조조 유비 손권은 최후의 승자이고, 초기에 두각을 나타낸 대권주자들은 따로 있다. 그들은 모두 대권 경쟁에서 실패하고 사라졌다. 원소, 원술, 공손찬, 유표, 여포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배경이나 세력 능력 어느 것 하나 뒤지지 않고 도리어 더 뛰어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왜 승자가 되지 못하고 무너졌을까? 역사의 패자들을 살펴보면 엄격한 경쟁 속에서 실패의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잘생겼다고 다 영화배우로 성공하지 못하며 노래 잘한다고 가수로 대박 나지 않는다. 똑똑하다고 다 출세하지 못하고 실력 있다고 다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살다 보면 깨닫게 된다. 난세가 영웅을 낳는다지만 삼국지에는 인물이 넘친다. 그 중 아쉬운 인물을 꼽자면 여포가 있다. 

그는 당시 최고의 무사였다. 삼국지연의의 편저자인 나관중이 '신이 전쟁을 위해 특별히 만든 불사신'이라고 묘사했을 정도다. 세력을 가진 사람들이 탐을 냈다. 그리고 중국 역사상 3대 미녀 중 한 사람과 극적인 연애를 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삼국지 전체에서 로맨틱 핸섬 인싸를 뽑으라면 아마 여포가 뽑힐지도 모른다.

그는 현재의 내몽고지역에서 태어나서 어려서부터 기마술을 익혔다고 한다. 그의 기마술은 중원지방 출신의 장수들에 비해 월등했다. 게다가 하루에 천 리를 달리는 적토마도 있었다. 한 수 높은 강점, 즉 한발 빠른 기동력과 정보력 등을 갖춘 셈이었다.

무술 실력 또한 따라올 자가 없었다. 혼자 유비 관우 장비 세 형제와 싸우고 조조의 장수 여섯 명도 상대해서 대등하게 싸운 것을 보면 그의 실력은 최고 중의 최고였다.

방천화극은 그에게 최적화된 복합기능의 무기다. 일반적인 기병의 무기와 달리 상대방을 찌르고 밀치고 걸어서 끌어당기는 복합적인 기능이 있어서 싸움을 자기 스타일로 끌어갈 수 있었다. 현대에 적용한다면 비즈니스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끌고 나갈 수 있는 아이템과 재력, 협상력, 정치력 등을 모두 갖춘 것으로 비유할 수 있다. 활도 잘 쏘았다. 사격은 힘이 있어야 하며 그 힘을 조절하는 능력과 자신을 조절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어느 한순간 한 지점에 그 모두를 모으는 집중력도 필요하다. 사업 목표에 에너지와 활동을 집중하고 유지하면서 목표를 이루는 능력이다.

그리고 잘 생겼다. '머리를 세 가닥으로 묶고 자금관을 썼으며, 서전홍금 백화전포를 걸치고 수면탄주 영화갑옷을 입었다'라는 묘사를 보면 패션 감각이 뛰어났던 것 같다. 요즘이라면 핫한 인싸가 되었을 것이다. 

여포는 능력과 실력, 외모까지 삼박자를 갖춘 완벽한 인재인 것 같다. 요즘 기업은 핵심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원한다는데 1) 전문성과 잠재력, 창의적 재능 2) 고객을 파트너로 인식하는 고객지향적 사고방식 3) 고정관념에 빠지지 않고 변화를 추구하는 지향성 4) 일에 몰입하고 성취해내는 열정 이상 네 가지를 갖춘 인재라고 한다. 여포는 두어 가지 이상의 항목에서 합격인 듯하다.

문제는 그의 발자취에 나타난다. 한마디로 발탁과 배신의 반복이다. 

그는 병주 자사인 정원의 수하에 들어갔다가 양자가 되어서 등장한다. 정원은 황태자의 지위를 놓고 권력다툼을 벌인 하진의 휘하였다. 그리고 하진이 동탁에게 제거면서 동탁의 수하로 편입되었다. 어느 날 정원이 고분고분하지 않아서 동탁이 칼을 빼서 죽이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정원의 뒤에 눈을 부릅뜨고 버티고 있는 한 장수의 위력에 눌려 물러선다. 바로 여포였다. 여포가 탐이 난 동탁은 적토마 등을 선물하면서 매수했고, ‘용맹하나 꾀가 없고 이익을 위해서라면 의리를 저버리는 성격’인 여포는 정원을 살해하고 동탁에게 귀순한다. 첫 번째 양아버지 살해다.

여포는 동탁의 양아들이 되어 신변 경호를 맡는다. 동탁의 횡포가 심해지자 이번에는 사도 왕윤이 여포에게 접근한다. 적토마가 아닌 경국지색 초선을 내세워 여포를 포섭했다. 사랑을 위해 부정을 끊은 것일까, 여포는 동탁을 제거한다. 두 번째 양아버지 살해다. 

동탁을 제거한 후 쫓기는 신세가 된 여포는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떠돈다. 그러다 임시로 서주 자사를 맡고 있던 유비를 찾아왔다. 유비는 그를 받아들이고 작은 성에서 지내게 해 주었다. 그런데 잠시 성을 비운 사이에 유비의 근거지를 냉큼 차지해 버린다. 은혜를 원수로 갚은 세 번째 배신이다. 그리고 이 배신을 마지막으로 천하제일의 전쟁의 신 여포는 전혀 영웅답지 않은 모습으로 인생을 마감하고 만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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