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된 보건복지부 ‘가족 대신 장례’ 지침

박진옥 나눔과나눔 사무국장
박진옥 나눔과나눔 사무국장

지난달 22일 여성이 병원에서 사망했다. 곁에서 임종을 지킨 남성은 장례를 치르기 위해 시신을 안치하고 가입했던 상조회사에 연락했다. 상조회사 장례지도사는 연락받자마자 장례식장으로 출동해 상담을 진행했다. 우선 남성에게 사망자와의 관계를 물었다. 그 남성은 “남편”이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잠시 후 장례지도사는 장례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남편이라고 말했던 남성은 ‘법률혼’ 관계가 아닌 ‘사실혼’ 관계였기 때문이다. 

그 장례지도사는 서울시 공영장례 상담센터에 문의했다. “사실혼 관계 배우자는 장례를 치를 수 없지 않나요?”라며 “혹시 장례를 치를 방법이 있나요?”라고 덧붙였다. 그리고는 장례지도사는 고인의 부모는 모두 돌아가셨고, 혼인 이력이 없어 배우자와 자녀가 없지만, 형제는 있다고 했다. 그런데 형제들과는 30년 정도 소식이 끊어진 상태라고 설명하며 답답해했다. “남편”이라는 말만 믿고 장례 준비를 마쳤는데, 장례를 중단해야 했기 때문이다.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도 장례를 치를 수 있다. 하지만...

2020년 보건복지부는 「장사업무안내」 지침을 개정하면서 사망자의 인척이 아닌 제삼자라고 하더라도 시신이나 유골을 사실상 관리하고 있다면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에서 정한 연고자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연고자 지정’ 신청서를 제출해서 지방자치단체의 내부심의를 거쳐야 했다. 

그동안 법률혼과 부모·자녀 또는 형제·자매 등과 같이 혈연관계가 아니면 장례를 치를 수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혈연의 종언(終焉)을 향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가족 대신 장례’를 할 수 있는 정부의 첫 번째 지침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지난달 4일 보건복지부는 2022년 「장사업무안내」 지침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지침은 링크 클릭 https://bit.ly/2022funeral). 주요 개정사항 중 하나는 사실혼 관계 등 연고자가 아닌 제삼자가 ‘가족 대신 장례’를 위해 거쳤던 ‘내부심의’의 삭제였다.

복지부 지침서
복지부 지침서

 

하지만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가 장례를 치르기 위해선 여전히 「장사법」제2조제16호에서 정한 선순위 ‘연고자’의 시신인수 여부를 확인해야만 한다. 즉 법률상의 배우자, 부모·자녀 또는 형제·자매 등과 같은 혈연관계인 사람들에게 시신인수 여부를 확인한 후에야 ‘가족 대신 장례’가 가능하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사망자가 무연고 사망자로 확정되기까지는 서울의 경우 평균 30일 정도가 소요된다. 결국 법률혼과 혈연관계가 아니라면 ‘가족 대신 장례’를 치르기 위해서는 평균 30일을 기다려야 한다. 

다행히 이번 경우는 구청의 신속한 업무 진행으로 원활하게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 지난달 22일 사망한 여성의 형제와는 24일 연락되었고, 해당 구청에서도 바로 다음 날인 25일 사실혼 관계 배우자를 연고자로 인정하면서 다행히 오래 기다리지 않고 장례를 잘 마칠 수 있었다. 

‘가족 대신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사람은 누구?

보건복지부는 「장사법」에서 정한 연고자가 아닌 제삼자 중에서 ‘가족 대신 장례’를 치를 수 있는 ‘시신이나 유골을 사실상 관리하는 자’의 구체적인 예시를 다음 네 가지 경우로 제시하고 있다.

첫째, 사실혼 관계 배우자가 장례를 치를 수 있다. 그동안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에 부부관계로 인정받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장례도 치를 수 없었다. 이제는 사실상 혼인 의사가 있고 사회적·실질적으로 부부가 되겠다는 합의로 혼인 생활을 했던 사람이면 장례를 치를 수 있게 됐다.

이 경우 실제 같은 주소에 동거하는 것으로 사실혼 관계를 증명할 수 있지만, 주민등록상 세대가 분리되어 있어도 무관하다. 또한 친척이나 주변 사람들의 증언과 경제적 공동체를 증명할 수 있는 공동지출 서류가 있어도 사실혼 관계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를 위해서는 ‘사실혼 관계 확인서’와 ‘사실관계 소명자료’를 함께 제출하면 된다. 

둘째, 사실상 가족관계인 사람이 장례를 치를 수 있다. 가족관계등록부 등의 공부상으로 법률적 가족관계를 증명할 수는 없지만, 실제로 친부모와 자식의 관계, 형제 관계에 있는 사람도 장례를 치를 수 있게 됐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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