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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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 가까이 운송업을 해오다 은퇴한 A씨(69. 남)는 친구에게 노후를 든든하게 대비할 수 있는 투자처가 있다는 소식을 접한다. A 씨가 방문한 사업설명회에는 A 씨뿐만이 아니라 이미 많은 노인들이 설명을 듣고 있는 상태였다. 이들은 투자를 명목으로 한 건강식품, 건강보조기구, 제약회사 등 신제품 개발과 회사 성장성에 대해 설명했다. 반년 안에 든든한 노후를 책임진다는 말에 A 씨는 덜컥 전재산 8000만원을 모아 이곳에 투자했지만, 회사는 물론 사업 계약은 모두 허위로 밝혀졌다.

#. 이혼 후 10년간 혼자 살고 있는 B씨(70. 여)는 최근 해외직구가 결제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해당 전화로 전화를 걸어봤지만, 전화를 받지 않는 상황. 곧이어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범이 B 씨에게 전화를 걸어 현재 계좌가 위험하다며 특정 계좌로 돈을 옮기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당황한 B 씨는 2억여원에 달하는 전재산을 보이스피싱범이 알려준 계좌로 송금하는 피해를 입었다.

#. 남편을 일찍 여의고 혼자서 4형제를 키워낸 C씨(83. 여). 하지만 C씨는 치매에 걸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장암 말기로 시한부 판정까지 받으면서 자식들에게 외면당했다. 하지만 C씨의 유일한 자산이었던 단독주택이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되면서 20억의 가치로 뛰게 됐다. 이에 C씨의 재산을 노린 형제 일부는 건강이 온전치 못한 C씨를 강제로 법원으로 데리고 가 명의 이전을 시도하거나, 임의로 자가에 데리고 가는 등 패륜을 저질렀다. C씨는 결국 사망했고, 형제들은 C씨의 재산을 두고 현재 법적 소송을 진행 중이다.

고령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노인을 대상으로 한 '경제적 학대'가 늘어나고 있다.

경제적 학대는 의사에 반해 재산이나 경제적 권리를 빼앗는 행위를 말한다. 특히 판단력이 저하된 노인을 대상으로 한 경제적 학대가 심각하다. 이는 가족, 지인 등 구분 없이 이뤄진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 노인 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경제적 학대 피해자는 2016년~2020년 기준 428명에 달한다. 고령층의 경우 학대를 당하더라도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피해자는 더욱 많을 것으로 보여진다.

친족에 의한 경제학대도 심각하다. 2020년 기준 경제적 학대 가해자 466명 중 361명(77.5%)이 피해자의 친족으로 알려졌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받는 노인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0대 이상 보이스피싱 피해 비중은 2020년 29.5%에서 2021년 37.0%로 급증했다. 피해액만 614억원에 달한다.

이에 정부는 노인의 경제적 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경제적 학대 신고를 활성화하고 금융권 퇴직자가 노인의 재산관리를 돕는 제도를 추진한다.

복지부는 신고 활성화를 위해 금융권 종사자를 노인 학대 '신고 의무자'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융권 종사자는 수상한 출금 내역 등 경제적 학대 피해의 징후를 먼저 발견할 수 있어 그동안 노인복지 현장에서 이 방안의 필요성을 제기해 온 바 있다.

현재 노인 학대 신고 의무자로는 의료인, 노인복지시설 종사자,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 등이다. 이들은 노인 학대 사실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정부는 금융권 퇴직자를 노인과 일대일로 연결해 재산 관리를 돕도록 하는 '생활경제지킴이'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지난달 15일 노인학대 예방의 날을 맞이해 낸 성명서를 통해 "현행법상 '노인학대'는 노인에 대하여 신체적·정신적·정서적·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을 하는 것을 말한다"면서 "최근 디지털화되는 환경에 적응이 취약한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사기 등의 피해가 속출함에 따라 '경제적 학대'를 구체적으로 정의하려는 '노인복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어 있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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