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취준생인데 올해도 글렀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 종일 우울하고, 나만 뒤처지고 인생 실패한 기분이 들어 친구들도 만나기 싫다. 자격증 시험이 다가오는데 손에 잡히지 않는다. 반복되는 하루가 두렵고 괴롭다."

30대 취업준비생이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이다. 취업준비 3년차 백수라는 A씨는 서울에서 홀로 생활하며 취업 스트레스와 경제난을 겪으면서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였다.

이처럼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는 경우 우울, 불안 등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정신질환으로 발전할 경우 자살시도로 이어질 위험 역시 높다. 

특히 1인 가구의 경우 심리적 지지자가 없고,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쉬워 자살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이에 1인 가구 대상으로 정신적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고 자살 전 경고신호인 스트레스 관리를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보건복지부는 2015~2021년 심리부검 면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심리부검은 자살 유족의 진술과 기록을 통해 자살사망자의 심리 행동 양상 및 변화를 확인해 자살 원인을 추정·검증하는 조사방법이다. 자살예방이 목적이다. 

이번 조사는 최근 7년간 자살사망자 801명(만 19세 이상 성인)의 유족 95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자살사망자는 성별로는 남성 542명, 여성 259명이었다. 생애주기별로는 중년기(35~49세) 비율(33.7%)이 가장 높았다. 이어 청년기(20~34세)가 30.8%, 장년기(50~64세) 25.6%, 노년기(65세 이상) 9.9% 순이다. 

대체로 근로소득은 있었지만 저소득이고 부채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사망 당시 경제상태를 보면 소득이 전혀 없는 경우 18.7%, 월평균 소득 100만원 미만 22.1%로 저소득층이 전체의 40.8%를 차지했다. 여기에 전체의 약 50%는 부채를 갖고 있었다.

자살사망자의 18.5%인 148명은 1인 가구였다. 이 중 34세 이하 청년층이 43.9%나 됐다. 

이번 조사 결과 자살사망자는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있거나 자살을 할 의도가 있음을 드러내는 징후를 보였다. 감정 상태의 변화(32.3%)나 무기력·대인기피·흥미상실(24.6%), 식사상태 변화(24.4%)다. 

구체적으로 보면 외로움, 절망감, 무기력감을 표현하거나 멍하게 있는 경우가 많고, 평소 즐기던 활동을 더 이상 즐기지 않거나 타인과 관계를 피했다. 

주된 자살원인은 '스트레스'다. 자살사망자 1명당 평균 3.1개의 사건을 동시에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사건은 가족관계, 경제문제, 직업문제다. 

표 = 복지부

자살사망자는 이러한 스트레스 사건 발생 뒤에 우울, 불안 등 정신건강 문제가 발생 또는 악화했다. 또 무려 88.6%가 정신과질환을 진단받았거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됐다. 실제로 정신과 치료나 상담을 받은 자살사망자는 심리부검 대상자의 52.8%였다. 

정신질환 조기 발견·치료를 통해 자살예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정부, 지자체 등은 1인 가구 대상 정신적 돌봄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홍보 부족과 진입장벽이 높아 체감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교수는 "1인 가구의 자살 비율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1인 가구의 생활 특성, 주거, 경제 상황, 건강, 사회적 관계 등을 파악하기 위한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1인 가구 중 청년층 자살비율이 높은 만큼 이들을 위한 정신건강 진단, 괄니 시스템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앱,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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