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기간 연장에도 공급목표 달성 불안
입주 청년 만족감 높지만, 주민 인식 여전히 '혐오시설'

사진=1코노미뉴스, 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1코노미뉴스, 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서울시가 추진하는 역세권 청년주택이 곳곳에서 인근 주민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청년들은 더 많은 역세권 청년주택을 원하지만, '혐오시설' 인식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착공 지연 등 공급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19일 [1코노미뉴스]는 서울시 동작구 신대방동 한 아파트를 찾았다. 이 단지 입구에는 '청년주택 건설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단지 바로 앞에 청년주택이 들어오면 입주민의 재산권이 침해된다는 것이다. 

2024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인 이곳은 향후 지하 2층~지상 26층 33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지하철7호선 신대방삼거리역이 도보권에 있고 인근에 생활편의시설이 편리한 주거환경을 갖췄다. 

청년 1인 가구 입장에서는 입주자 모집이 기다려지는 사업지 중 하나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인근 주민들의 눈빛은 싸늘하다. 지상 26층 규모 건물이 폭 4.5m가량의 1차선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들어서게 됐기 때문이다. 

입주민들의 반응은 "임대주택이 들어선다는 사실 자체가 집값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청년들끼리 살다 보면 아무래도 치안이 안 좋아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집 거실과 거실이 바로 마주 보는 상황이 예상된다. 심각한 재산피해다" "일조권은 법률상 보호되는 권리인데, 집 바로 앞에 고층 건물을 허가해주는 법이 어디 있냐" 등 부정이다. 

인근 아파트 입주민 김모(40)씨는 "오랜 기간 기다려서 어렵게 입주까지 마쳤다. 그런데 집 앞에 무슨 20층 넘는 청년주택이 들어온다니 기분이 어떻겠냐"며 "앞집에서 TV로 뭘 보는지도 다 보일 판이다. 하루 종일 빛도 안 들어올까 봐 걱정이다. 청년주택 필요한 건 알겠지만, 기존 주민들 재산권은 무시해도 되는 건지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한 아파트에 청년주택 건설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 = 1코노미뉴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한 아파트에 청년주택 건설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 = 1코노미뉴스

또 다른 사업지도 마찬가지 현상을 겪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선유도역 롯데칠성부지다. 

서울시와 롯데건설은 이곳에 청년주택 건설을 논의 중이다. 지상 35층, 11개동, 1400가구 규모 대단지 청년주택 건설 소식이다. 지하철9호선 선유도역 역세권 입지를 갖춰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지 찾기에 고민이 깊은 서울시에게 단비 같은 곳이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은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즉각 반발에 나섰다. 집단민원을 제기하고, 지역 곳곳에 반대 현수막을 내걸었다. 지역구의원도 나서서 결사반대를 외치는 상황이다. 

주민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대동소이하다. 일조권 침해, 임대주택 혐오, 지역 슬럼화 우려다. 

역세권 청년주택은 당초부터 황금입지인 역세권에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것이 가능한가, 사업지를 확보할 수 있겠냐는 의문이 따라붙었다. 현재 입주를 마친 곳들 역시 주민 반대가 격렬했다. 

그 결과 사업인가를 마치고도 착공조차 하지 못한 곳이 수두룩하다. 

서울시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역세권에 약 8만가구를 청년주택으로 공급하려 했지만, 연내 공급 예정 물량은 누적 1만5521가구에 불과하다. 사업시기를 3년 더 연장해 2025년까지로 늘리고, 공급계획도 4만8000가구로 줄였지만, 실현가능성은 높지 않다.  

사업인가를 마치고도 착공조차 못한 사업장이 수두룩해서다. 동대문구 장한평역, 신설동역 청년주택은 2018년에 사업고시를 했지만 여태 착공도 못했다. 동작구 노량진역, 강서구 송정역, 도봉구 쌍문역, 강서구 화곡역, 강나구 역삼역, 송파구 문정역, 중랑구 상봉역, 노원구 광운대역, 마포구 홍대입구역 등도 마찬가지다. 

2022년도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 계획./사진 = 서울시
2022년도 역세권 청년주택 공급 계획./표 = 서울시

주민들의 반응처럼 역세권 청년주택은 혐오시설일까. 수혜자인 청년들은 만족감이 높다. 

충정로 청년주택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여기 살고 매달 생활비 부담이 확 줄었다. 서울에서 이만한 곳이 있을까 싶다"며 "청년들이 모여 살면 사고 치고 다닌다고 반대한다는 뉴스를 봤다. 다들 자기 할 일 하기 바쁘다. 술은 청년만 마시나? 오히려 소비가 많아 인근 상권도 살고 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 성모씨는 "천호역 청년주택 입주민 모집을 올 하반기에 한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월세 계약이 내년 초에 끝나니까 입주 시기도 비슷하고, 공공임대로 들어가면 월세가 정말 저렴해 꼭 붙고 싶은 곳"이라며 "청년주택 님비현상이 있다고는 들었는데, 본인 자식이 서울에 혼자 올라와 산다고 생각해도 반대할까 싶다. 사람마다 입장 차이는 있겠지만, 솔직히 혐오시설은 아니지 않냐"고 전했다.  

신대방동 역세권 청녀주택 신축공사 현장./사진 = 1코노미뉴스
신대방동 역세권 청녀주택 신축공사 현장./사진 = 1코노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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