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선 일본 전문 칼럼니스트
정희선 일본 전문 칼럼니스트

최근 일본의 식품회사들이 치매 예방 및 인지기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상품을 출시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인지기능 관련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치매 고령자는 2025년 700만명에 이를 전망으로 이는65세 이상 고령자 5명 중 1명 꼴이다. 치매 발병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MIC, mild cognitive impairment)’는 40대부터 증상이 나타난다. 뿐만 아니라 고령자의 간병을 담당하면서40대부터 치매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도 늘고 있다. 즉, 인지기능은 초고령화 사회를 대표하는 문제이면서 동시에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인 것이다. 

소비자들 또한 나이가 들면서 저하되는 인지기능을 식품이나 운동을 통해 케어하려는 니즈도 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외부와의 접촉이 줄고 집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는 고령자들이 늘면서 기억력 저하를 우려하는 시니어들이 많다. 이러한 소비자 니즈에 주목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곳이 바로 식품 회사들이다. 

대표적인 예가 인지기능 향상을 위한 '기능성 표시 식품'이다. 일본에서는 사업자가 식품의 기능과 안정성을 입증하면 해당 기능 (건강효과)을 제품 표면에 표기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성 표시 식품 제도를 2015년 이후 운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식후 혈당치 상승을 억제하는 특정 성분이 들어간 녹차의 효과가 입증되면 녹차의 패키지에 혈당을 낮춰추는 차라고 표시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일본의 기능성 표시 식품 시장이 빠르게 확대 중인데 식품회사들이 다이어트, 미용과 함께 주목하고 있는 기능이 바로 인지기능인 것이다. 인지기능을 서포트하거나 치매 예방에 좋은 성분이 들어간 제품들을 출시하여 40대 이상 소비자들의 생활 속을 파고들고 있다. 

유제품을 제조하는 모리나가 유업은 2021년 가을, 기억력 유지에 도움이 되는 특정 비피더스 균 (MCC1274)을 첨가한 상품인 메모리 비피더스 기억 대책이라는 요구르트를 발매했다. 요구르트와 영양제를 출시하였는데 발매 1개월만에 연 목표 판매량의 60%에 달하는 물량을 출하하였다. 단지 제품만이 아니다. 도쿄의 한 클리닉에서는 치매 예방과 발병 리스크의 저감을 목적으로 한 '건강한 뇌 카페'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모리나가 유업에서 영양사로 일하는 사람이 강사로 참여한다. 스포츠클럽을 운영하는 르네상스와는 공동으로 뇌 활성화에 좋은 운동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일본의 음료 제조업체인 이토엔은 말차에 포함된 '테아닌 차 카테킨'성분을 강화해 주의력이나 판단력 개선 효과를 노린 녹차를 출시했다. 이토엔 또한 상품만이 아니다. 말차를 만드는 법을 배우는 세미나를 통해서도 치매 예방에 힘을 쏟는다. 2021년에는 제약 대기업인 에자이 (Eisai)와 함께 뇌 활동에 도움이 되는 앱도 개발하였다. 트럼프 카드의 그림을 활용하여 기억력, 시각학습 능력 등 4개 영역의 테스트를 통해 뇌 활동량을 정량화할 수 있는 앱이다. 

식품회사인 닛폰햄 또한 기억력의 유지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포함된 젤리 식품인 이미디아 (IMIDEA)를 2021년 출시하였고, 정기적으로 상품을 구입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인지 기능을 체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의료 벤쳐 기업인 ‘토탈 브렌인 케어’가 개발한 주의력 및 기억력의 테스트가 가능한 클라우드 서비스와 협업하여 인지 기능 가능한 토탈 케어를 제공하고자 한다. 

많은 식품 회사들이 인지 기능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조사업체인 시드 플래닝에 의하면 경도인지장애 (MIC) 관련 시장 규모는 2017년 200억 엔에서 2025년에는 600억 엔 (약 6천억 원)으로 3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이다보니 식품 및 음료 대기업인 아지노모토와 기린 홀딩스 등도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식품회사들은 식품만으로는 인지기능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운동이나 수면, 올바른 식생활 개선을 제안하거나 직접적으로 지도한다. 소비자들의 인지 기능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면에서의 서포트는 결국 자사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상승시키고 관련 제품 매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한국 또한 일본과 비슷한 상황이다. 출산율은 감소되는 반면 고령자 인구는 늘어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인지기능관련 시장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사업 기회를 노려볼 만할 것이다.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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