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화 칼럼니스트
한유화 칼럼니스트

"이기적 유전자, 더 이기적인 나"

모든 포유동물은 암수 모두 암컷의 배란 시기를 아는데, 유독 사람만 배란 시기를 모른다고 한다.

여성의 배란기를 드러내지 않도록 발정기가 사라지는 방향으로 인간이 진화했다는 점은, 결혼과 출산 계획이 없는 나의 '이기적인 인생계획'에 소소하게 힘을 실어주는 것만 같다. 이기적 유전자를 싣고 다음 세대를 향해 직진하던 트럭 같은 존재인 내가, 갑자기 유전자의 목적지를 무시하고 핸들을 꺾어 내 갈 길을 가는 것이다. 적어도 내가 살고 있는 '나'라는 이 한 세대 안에서는 트럭 운전자인 '내 맘'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이기적으로 살면 혼자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결혼하지 않으면, 내 가정이 없으면, 내 사람도 없이 노년을 맞이하고 외롭게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 그래서 비혼을 결심한 사람들 중에서도 '반려'할 수 있는 동반자를 찾아서 함께 하는 사례들을 접하고 이야기 들을 때마다 한숨 놓이는 것 같은 따뜻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연인이거나 친구이거나 다른 형태의 가족일 수도 있을 그 동반자가 참 탐난다. 비혼에게는 그러한 삶을 서로 인정하고 함께 해 나갈 동반자를 찾고, 또 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의 난이도가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에.

"연애는 필수일까요?"

계획적으로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략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결혼과 관련된 생각 자체를 거의 안 하는 부류와, 누구보다 결혼에 대해 다각도로 많은 생각을 하는 부류. 후자에 해당하는 나는 타고난 재능인 상상력을 기반으로 결혼 전후의 삶에 대해 어마어마한 상상을 하곤 했더란다. 결혼과 관련된 상상, 로망, 욕망, 내가 선호하는 종류의 쾌락과 가치관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 뿌리에 있는 핵심 원인(root cause)나 근본적인 필요(root needs)를 파고 들어가 봤다. 다행히도 내가 결혼을 상상하면서 원했던 요소들은 결혼하지 않고도 살짝 우회해서 충족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연애를 하지 않고는 충족하기 어려운 것들이 있더라. 연인을 통해 영감과 에너지, 교훈, 인사이트와 필요한 호르몬을 얻는다. 사랑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랑을 쓸 일이 없을 때, 사랑을 맘껏 생산하고 발휘할 수가 없을 때 나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된다. 

애정을 쏟을 수 있는 "반려 00"의 종류는 다양하다. 하지만 나는 반려 식물을 매번 죽게 만드는 슬픈 재주(?)가 있으며 여행블로거로서 집을 밥 먹듯이 비우기에 반려 동물과도 함께 하기 쉽지 않으니 더욱더 반려인의 존재가 중하다. 그렇기에 나의 인생 로망은 "결혼 안 하고 죽을 때까지 연애하기". 얼핏 봐도 난이도가 상당할 것 같지 않은가?

결혼하지 않으면서 계속 연애만 하는 게 가능할까? 그래도 괜찮은 걸까? 

내 유전자는 자기를 보존하고 번식하는 것을 목적으로 이기적인 진화를 계속해왔지만, 그 이기적 유전자보다 훨씬 더 이기적인 나는 내가 정립한 사명과 '내가 사는 삶'의 생존을 위해 진화하고 있다. '나'라는 한 세대 안에서 일어나는 진화는 유전자의 진화를 이길 수 있을 만큼 빠를 거라고 믿어본다. 

죽을 때까지 연애하면서 살고 싶다는 내 로망을 실현하는 것에만 집중하느라 특정한 삶의 형태에 대해 고집 부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조금 더 사랑을 깊이 이해하는 사람, 사랑의 그릇이 큰 사람으로 진화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혼자 하는 삶', 즉 '혼삶'으로서의 더 단단한 나를 만들어 나가려고 한다. 

[저자 소개] 네이버 블로그 <직장인 띄엄띄엄 세계여행> 운영, 34개국 250여 회 #혼행 전문 여행블로거 

'남의집' 소셜링 모임 <여행블로거의 혼삶가이드>의 호스트

혼삶이 두렵지 않은 합기도 4단, 23년 경력의 '무술인'

현) 비욘드바운더리 글로벌 커머스 본부장

전) 이랜드차이나 상해 주재원, 중국 리테일 런칭 전략기획 

후) 독립출판 레이블 리더 

 <위 글은 외부 기고 칼럼으로 본지의 편집 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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