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미리캔버스, 디자인 = 안지호 기자
사진 = 미리캔버스, 디자인 = 안지호 기자

#. 40대 1인 가구 전승희씨는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두 달 후면 전세계약이 만료되는 데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해서다. 임대인은 다른 세입자를 구해보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답답한 전씨는 직접 인근 중개업소를 찾아갔지만, 더 심각한 이야기만 듣고 왔다. 전씨의 보증금에 조금 더 보태면 매매가 가능할 정도라 세입자를 구하기 힘들 것이란 내용이다. 전씨는 "보증금이 5억여원인데, 집값이 7억이라고 한다. 그마저도 더 떨어지고 있다고 하니 전세금을 날리는 건 아닌지 걱정돼 잠을 못 잘 지경이다"고 토로했다. 

#. 30대 1인 가구 박수민씨도 전세보증금 때문에 골치다. 박씨는 변동금리로 전세대출 2억원을 받아 4억원대 소형 아파트 전세에 거주 중이다. 그런데 금리가 치솟으면서 최근 이자만 월 100만원 가까이 나가게 됐다. 도저히 생활비 감당이 안 되는 박씨는 내년 2월 전세를 빼고 월세로 전환할 계획이다. 문제는 역전세난이다. 주변 전세시세가 3억원대에 형성된 것. 혹시나 싶어 임대인에게 연락한 박씨는 당장 빼 줄 돈이 없으니, 보증금을 깎아서 재계약을 하자는 말을 들었다. 박씨는 "이대로 재계약을 하면 불안한 마음을 계속 안고 살 것 같은데, 무조건 내 돈 내놔라 할 수도 없고 답답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지난 몇 년간 급등을 반복한 부동산시장에 거품이 꺼지면서 그 후폭풍이 불고 있다.  

높아진 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임대인과, 높아진 이자 담에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 우려까지 생긴 세입자 모두 불안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세입자 비중이 높은 1인 가구의 피해가 우려된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0월 31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을 보면 전국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32% 하락했다. 2012년 5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집값 거품이 빠르게 사라지면서 그에 발맞춰 치솟았던 전셋값 역시 하락이 커지고 있다.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0.37% 하락하며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금리인상으로 전세 대출이자 부담이 커짐에 따라 월세화 역시 빨라지는 추세다.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4.99~7.318%다. 사실상 금리 하단도 5%에 진입한 셈이다. 상단은 7%를 넘어섰는데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이다. 

전세대출의 경우 93.5%가 변동금리란 점에서 세입자들의 부담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단 점도 세입자들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전세금 관련 사고 역시 증가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 가입자 중 올해 9월까지 보증금을 떼인 건수는 3050건에 달한다. 금액으로는 6466억원 규모다. 지난해 연간 보증금 사고 건수(2799건, 5790억원)을 넘어선 수치다. 

실제로 전셋값 시세를 보면 서울 은평구 힐스테이트녹번 전용 59㎡는 2020년 12월 최고 7억2000만원에 계약됐다. 그러나 이달 5억1000만원에 실거래가가 찍혔다. 2억원이나 하락한 것이다. 현재 4억원에도 매물이 나와 있다. 

엄정숙 법도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최근 전세금을 돌려받기 힘든 현상이 지속되면서 전세금반환소송이 늘고 있다"며 "세입자들이 소송이라는 절차에 부담을 느끼는 경향이 있는데 전세금반환소송은 대부분 세입자가 승소한다. 단 임대차계약이 종료되어야만 소를 제기할 수 있고, 계약만료 2개월 전까지 집주인에게 계약갱신 거절 통보를 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내년도 부동산시장에 대한 전망 역시 암울하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23년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내년 전국 매매가격이 2.5%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전셋값은 0.5%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일부 수요가 임대차시장에 유입되고, 월세 선호 현상으로 월셋값이 오르면서 월세로 갈아타는 수요 역시 줄어들 것으로 분석한 것이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여전히 전세에서 전세로 가는 비율이 가장 많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며 월세 가격도 상승하는 추세"라며 "올해까지는 하락을 하겠지만, 내년에는 가격이 반등하며 소폭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