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 위주의 식단을 실천하는 한국인 가정에 방문했을 때 먹은 한식. 중간의 닭 요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채식이다./ 사진=신락균
채식 위주의 식단을 실천하는 한국인 가정에 방문했을 때 먹은 한식. 중간의 닭 요리를 제외하고는 모두 채식이다./ 사진=신락균
혼자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삶에 있어 많은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1인 가구 수는 급증하지만 아직까지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서비스는 부족하다. 그래서 1인 가구가 1인 가구에 관심을 갖고 공감과 연대감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1코노미뉴스]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맞춰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 나가 있는 '1인 가구의 삶'을 날것 그대로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겨울을 목전에 두고 있는 11월의 영국은 비가 유독 많이 내린다. 영국에서 비는 항상 내리지만 늦가을에 시도 때도 없이 몰아치는 비바람을 맞으면 한국의 겨울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춥다. 추워지면 유행하는 독감 역시 조심해야 한다. 2년 전에 전 세계를 휩쓸었던 코로나19 유행은 어느 정도 잠잠해진 것 같지만 매년 찾아오는 독감의 위협은 여전히 우리를 위협한다. 매년 이맘때쯤 영국에서는 노년층을 대상으로 병원에 가면 독감 주사를 무료로 놓아준다. 

머나먼 타국에서 혼자 사는데 몸까지 아프다면, 게다가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없다면 그것만큼 서러운 것이 없을 것이다. 필자 역시 서러울 뻔한 상황에 놓일 뻔한 적이 있었다.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는 백신도 맞고 시간이 지나고 바이러스가 잠잠해질 즈음인 지난 6월 결국 코로나19에 걸리고 말았다. 전혀 예상 하지 못하고 있던 터라 타이레놀조차 넉넉히 구비를 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도 다행히 학교 동료 선생님 및 같이 사는 집주인 가족이 방문 앞에 음식과 상비약을 전달해 주는 덕분에 격리 생활을 잘 견뎌낼 수 있었다.

이렇게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 극복할 수 있는 경우라면 다행이겠지만, 이런 상황에서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누군가가 없다면 혹은 있다고 하더라도 같이 살지 않아 지속적인 도움을 줄 수 없는 경우라면 상당히 불편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의 동료 선생님께서 어느 날 사고를 당해 다리를 다친 지인 이야기를 해 주셨다. 다리가 불편하니 먹고 씻고 이동하는 등의 기본적인 생활조차 잘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방문하는 것도 그때뿐이지, 막상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기 때문에 곁에서 간병해 줄 사람이 없는 이상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화는 '혼자보다는 둘이 낫다'는 결론으로 흘러가기는 했지만 1인 가구, 특히 고령 1인 가구의 약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다리를 다치면 그래도 꾸역꾸역 살 수는 있다. 그런데 응급실에 가야 하는 긴급한 상황이 왔는데 구조 요청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이야기는 심각해진다. 가까운 지인의 경우 현재 고령의 집주인과 둘이 살고 있는데, 어느 날 새벽 집주인이 갑자기 위경련이 오는 바람에 옆집에 도움을 요청하고999(영국의 긴급 구조번호)에 연락하고 응급실에 가서 새벽 내내 검사하고 행정을 처리하는 등 집주인을 도와준 적이 있다고 했다. 둘이 살았기에 다행히 빠르게 조치할 수 있었지만 만약 고령의 집주인 혼자 살고 있었다면 최악의 경우 고독사와 같은 상황을 맞이했을 지도 모른다. 

영국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국가보건시스템(NHS)은 대부분의 진료가 무상인 점에서 좋기는 하지만 막상 제대로 알아보면 치과는 무상이 아니고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도 무료가 아니다. 또한 한국만큼 의료 접근성이 높지가 않고 행정 처리가 매우 느리다. 마을마다 있는 GP(General Practitioner)의 경우 한 번 진료를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1주일은 기다려야 하고, 코로나19 발병 이후 대면진료도 금지되는 바람에 전화로만 진료가 가능하다. 증상이 심각해서 바로 응급실을 간다고 해도 바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응급실에 가게 되면 환자의 심각도에 따라서 우선순위가 부여되기 때문에 만약 응급실에 가도 증상이 경미하거나 급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우선순위에서 밀려서 몇 시간을 기다리고 나서야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필자의 지인은 자녀가 한밤중에 고열에 시달린 적이 있어서 급하게 응급실에 갔는데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해서 어쩔 수 없이 대기실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결국엔 의사 진료받기 전에 아이 열이 내렸다는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자전거로 출퇴근은 탄소 배출 절감, 비용 절감, 운동 효과등 다양한 장점이 있다./ 사진=신락균
자전거로 출퇴근은 탄소 배출 절감, 비용 절감, 운동 효과등 다양한 장점이 있다./ 사진=신락균

한 번 몸이 아프면 진료를 제때 받기 힘드니 고생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인 걸까.

영국에서는 한국에서 보다 길거리에서 운동하는 사람을 쉽게 마주치는 듯한 느낌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아침저녁으로 러닝을 하는 사람은 기본이고,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도 많이 보인다. 또한 동네 주변에 헬스장에도 사람들이 꽉 차 있는 모습을 보면 평소에 건강을 잘 챙기는 것 같다. 특히 한국보다 많이 보이는 장면은 중년의 남성, 여성들이 운동을 하는 모습이다. 한국에서는 일이 많고 삶이 바빠서 그런지 중년이 운동하는 모습을 쉽게 마주하지는 못했으나 이곳에서는 비교적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또한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고자 하는 수요가 많은 것 같다. 런던에는 비건 식당이 굉장히 많고 일반 식당에도 비건 메뉴가 표시되어 있다. 환경 문제, 동물권 문제에 대한 관심도 채식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서구적인 식습관에서 벗어나 건강한 식단으로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려고 하는 욕구 역시 비건 식당의 증가에 영향을 주는 듯하다. 

필자 역시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 운동 시간도 규칙적으로 가지려 하고, 식습관 역시 패스트푸드 등을 멀리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려고 노력한다. 온전한 채식을 하지는 않지만 식사의 야채 비중을 늘리고, 외식이 비싼 영국에서 웬만하면 신선한 재료를 사서 조리해 먹으며, 군것질을 줄이는 대신 영국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과일을 통해 모자란 영양 보충을 많이 하는 편이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아무래도 혼자 살면 귀찮아지는 것이 많아지고 직접 해 먹는 음식보다는 배달 음식을 선호하게 된다. 만약 직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면 규칙적인 운동 시간 역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럴 때일수록 시간을 내어 자신의 식습관을 돌아보고, 귀찮고 힘들어도 시간을 내어 운동하면서 건강을 챙겨야 할 것이다. 당장은 조금 귀찮아도 자신을 돌아보고 챙기는 것이 1인 가구로서 건강하게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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