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동물권행동 카라 사진 캡쳐
사진=동물권행동 카라 사진 캡쳐

 

동물권행동 카라는 지난해 11월 강원도 평창에 목줄이 파고들어 목이 괴사하고, 골반에 올무가 걸려 제대로 걷지 못하던 떠돌이 개를 구조하던 중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카라에 따르면 당시 어느 노부부 가정집 마당에 고양이 네 마리가 쇠 목줄에 묶여 살아가고 있었다. 중성화 수술도 되어있지 않은 암컷 고양이는 묶인 채로 새끼고양이까지 출산한 상태였다. 어미 고양이는 목이 묶인 탓에 새끼 고양이들을 마음껏 보호하고 돌볼 수도 없어 새끼들은 죽거나 사라지기도 했다.

노부부는 평소 밥을 주던 고양이들이 마을 곳곳에 놓인 쥐약을 먹고 죽는 것을 보고는 보호 차원에서 묶어두기 시작했다는 입장이다. 자칭 보호자라고 말하는 이들로 인해 길고양이들은 쇠사슬에 묶여 추위도 피할 수 없는 구멍 뚫린 고무대야에 의지해 몇 년째 강원도의 강추위를 버티고 있었다.

카라 활동가들은 즉시 노부부와 대화를 통해 중성화 수술의 필요성과 고양이 습성에 대해 설명했다. 중성화 수술 지원과 급식소 설치를 바탕으로 고양이들이 마당에서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설득에 나섰다.

평창군은 연간 TNR(길고양이 개체수를 적절하게 유지하기 위해 포획하여 중성화 수술 후 원래 포획했던 장소에 풀어주는 활동) 사업 대상이 10마리가 전부인 탓에 별다른 해결책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카라는 자체적으로 의료진을 섭외하여 평창 마을의 길고양이와 마당 개의 중성화 및 환경 개선을 진행했다. 건강상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치료를 지원하고, 쇠 목줄에 묶인 고양이들은 이미 야생성을 잃어버린 경우 입양을 지원할 예정이었다.

그중 어미 고양이에게 카라는 '자유'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자유는 무거운 쇠 목줄에 묶여 최소 4년 이상은 이곳에서 생활했다. 그동안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기도 했다.

카라 관계자는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고, 비가 오면 비를 맞는 삶. 얇은 이불 한 장도 없이 자유는 온전히 1m의 삶을 버텨왔다"면서 "살아남은 것이 기적이라면 기적이다. 그 처참한 세상 속에서도 자유는 사람을 가장 사랑했다. 사랑 앞에 그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양, 낯선 사람의 손길에도 골골송을 부르며 발라당 누웠다. 멀리 있는 사람을 목청껏 부르는 목소리는 마치 '내가 여기 있어요'라고 말하는 듯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동물 구조에 나서고 있는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의 모습./사진=동물권행동 카라 사진 캡쳐
동물 구조에 나서고 있는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의 모습./사진=동물권행동 카라 사진 캡쳐

11월 평창군의 겨울 날씨는 물그릇이 얼 정도로 추웠다. 카라 측은 한시라도 빨리 노부부에게 묶인 고양이들의 소유권을 넘겨받기 위한 설득에 나섰다. 그러는 동안에도 고양이 자유는 이미 누런 콧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나오며 호흡이 편치 않았고, 눈도 부어있는 상태였다.

카라 측은 먼저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자유를 동물병원으로 옮겼다. 우려스럽게도 검진 결과 심한 허피스 진단을 받았다. 자유는 입원하여 중성화 수술은 잠시 미루고 허피스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생각보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자유는 힘든 치료 과정에도 묵묵히 잘 버텼다. 치료 과정 속에서도 자유는 활동가들에게 애정을 표현하기 바빴다. 

자유 이외에도 구조된 동물들은 무거웠던 쇠 목줄을 벗어던지고 따뜻한 공간에서 중성화 수술 및 안정을 취했다. 회복 기간 동안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활동가들은 고양이 스트레스 완화제 스프레이를 회복용 패드에 일일이 뿌려주기도 했다. 그동안 한 번도 관리받아 본 적 없는 발톱을 깎아주고, 엉겨 붙은 털을 다듬어 줬다. 중성화 수술을 받은 동물들이 이후 건강히 살아갈 수 있도록 예방접종과 외부 구충도 함께 진행했다.

카라는 평창 마을을 돌며 마을 사람들에게 동물을 묶어 키우는 것에 대한 인식 개선을 진행했다. 동시에 쇠 목줄 대신 급식소와 겨울 집을 설치했다. 고양이들이 급식소를 중심으로 자신의 영역에서 자유로이 살 수 있도록 설득했다.

카라 관계자는 "이제는 몸을 숨길 수 있는 공간이 있고, 물그릇은 얼지 않는다. 그루밍을 해도 흙먼지에 다시 더러워지지 않는다. 1m의 삶에서 벗어나 가볍게 점프도 할 수 있다. 언젠가 가족을 만난다면 도톰한 이불 속에서 겨울을 나고 태풍에도 두려움 없는 여름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는 동물들을 위해 계속 활동하겠다. 어려운 시절이지만 동물들을 위해 모쪼록 후원으로 함께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자유는 매일 하루 한 번 카라 병원에 방문해 호흡기 치료를 받고, 활동가가 챙겨 주는 약을 먹으며 현재도 허피스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더 이상 짧은 목줄에 묶이지 않아도 되는 것을 아는지, 매일 활동가와 봉사자들에게 배를 보이며 행복한 기분을 표현하고 있다.

애교많은 고양이 자유에게는 이제 따뜻한 손길의 보호자가 필요하다. 자유는 추정 나이 4살로 화이트 블랙색의 코숏 고양이다. 타동물과도 잘 어울리며 배변훈련도 되어있다. 입양을 원할 경우 동물권행동 카라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구조된 고양이 '자유' 프로필./사진=동물권행동 카라 사진 캡쳐
구조된 고양이 '자유' 프로필./사진=동물권행동 카라 사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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