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 30대 1인 가구 신은아(가명)씨는 최근 SNS를 통해 중소기업에서 5년 가까이 일했지만, 빈곤의 굴레를 벗어날 수가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신씨는 "전세대출 이자에 각종 생활비, 교통비를 내면 월급은 마이너스다. 월급은 3년째 동결인데 물가랑 이자만 치솟았다. 주변에서는 여태 뭘 했냐고 하는데 5년 내내 일해서 번 돈은 전세보증금 빼면 없다. 그렇다고 명품백을 산것도 아닌데 너무 억울하다"며 "지난달에 청약통장도 해지했다. 솔직히 청약 당첨되더라도 계약금 낼 돈이 없다. 결혼은 생각도 못 한다"고 밝혔다. 

#. 30대 1인 가구 정기태(가명)씨는 오래 만난 연인과 결혼 문제로 다퉜다. 경제적 부담으로 결혼이 망설여져서다. 정씨는 "비혼주의도 아니고 여자친구와 결혼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진지하게 결혼비용을 고민해보고, 미래도 생각해봤다"며 "결론은 경제적 압박감 때문에 (결혼을)못 하겠더라. 그래도 한 2년 후면 좀 나아질 것 같아 일단 미루자고 했다"고 토로했다.

만성화된 취업난, 고물가·고금리 등으로 경제적 압박감을 느끼는 청년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2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청년미래의 삶을 위한 자산 실태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19~39세 청년이 가구주인 가구의 평균 부채는 2021년 8455만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과 비교하면 3000만원이나 증가했고, 10년 전인 2012년보다는 5050만원 늘었다. 

해당 부채는 임대보증금을 제외한 금융부채로 평균값은 부채가 없는 청년을 포함한 금액이다. 부채가 있는 청년만 대상으로 하면 평균 부채액은 1억1511만원에 달한다. 

청년 1인 가구를 포함한 청년 가구주의 소득 대비 부채비(DTI)가 300%를 넘어선 경우는 전체의 21.75%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13.38%포인트 늘었다. 증가 속도가 상당히 가팔라 청년 빈곤 문제가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소득 대비 부채상환비(DSR)가 30% 이상인 비율도 25.78%로 2012년보다 10.04%포인트 증가했다. 

용도별 부채 잔액을 보면 주거 마련이 5820만원, 사업·투자가 1398만원을 기록했다. 2018년 이후 번지기 시작한 청년층의 '영끌', '빚투' 현상이 청년 부채를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보고서도 "영끌과 빚투로 금융자산과 부동산을 구매한 청년층이 향후 자산 감소, 부채 증가 등으로 사회적 약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며 "청년 빈곤 문제 해소를 위한 자립 지원 프로그램, 경제 교육, 사회안전망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청년층 빈곤 심화는 비혼, 저출산으로 이어지면서 인구 감소의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통계로 보는 1인 가구 보고서'에서도 청년 1인 가구들은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로 '결혼자금부족'을 꼽았다. 

결혼을 원하지만, 경제적 불안정 탓에 혼인하지 못하는 청년층이 많다는 의미다. 

정부도 공감은 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연초 국회예산정책처가 혼인율을 높이기 위해 청년층 대상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해 향후 저출산 대책에 청년층 지원을 눈여겨볼 여지는 있다. 

한편 청년층 경제빈곤이 심각성을 더해가는 가운데 결혼 비용 부담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최근 2년 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혼비용 보고서'에 따르면 신혼부부 총 결혼비용은 3억3050만원으로 집계됐다. 

항목별로 ▲주택 2억7977만원 ▲혼수 1573만원 ▲예식홀 1057만원 ▲예단 797만원 ▲예물 739만원 ▲신혼여행 485만원 ▲웨딩패키지(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333만원 ▲이바지 89만원이다. 결혼 비용 부담률은 신랑 60.3%, 신부 39.7%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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