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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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하나 끓여놓고 소주 한잔씩하고 자. 술이야 자주 먹지. 일이 힘들기도 하고, 혼자니까 외롭기도 하고, 잠도 안 오니까 술기운에 자는 거지 뭐…몸이 안 좋아지는 걸 알아도 술을 끊기가 힘들어."-독거노인 박모씨(70)

고령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알코올 의존증' 환자도 60대 이상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족의 부재가 클 수밖에 없는 독거노인은 우울증 등으로 알코올 의존증 위험률이 더 높아질 우려가 있다.

27일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5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1000만명)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아울러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독거노인 가구 또한 2016년 18.8%(127만명)에서 2022년 20.8%(185만명)로 급증했다. 이는 앞으로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수치는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우울증을 앓는 고령층도 늘어나고 있다.

의료계 보고서를 보면 일반 노인 인구의 1~4%가 주요우울장애를 앓고 있다. 연간 발생률은 0.15%다. 주요우울장애의 유병률과 발병률은 모두 70~85세 이후에 두 배가 되는 것으로 파악했다. 또한 노인 우울증의 경우 환자들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 등 여러 가지 부담감으로 인해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고령층이 겪는 경제상황, 신체건강의 어려움, 정신건강 취약 등은 사회적 고립을 유발하고 우울증을 가속화해 알코올 의존증까지 이어질 수 있다. 알코올 의존증이 지속화될 경우 건강악화로 인한 고독사, 극단적 선택의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지정 알코올질환 전문기관 다사랑중앙병원의 통계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1월 1일부터 집계된 남성 환자 3652명 가운데 60대 이상 환자가 1315명으로 조사됐다.

최강 다사랑중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노화로 인해 뇌의 기능이 많이 저하된 상태에서 술은 매우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 "노인들의 경우 체지방률이 증가하고 수분량이 줄어들어 알코올 분해가 쉽지 않아 알코올 의존, 간경화, 각종 질병과 합병증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최강 원장은 또 "심한 경우 자칫 '알코올성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 알코올성 치매는 장기적인 알코올 섭취로 기억을 관장하는 뇌세포가 파괴돼 지능, 학습, 언어 등의 인지기능이 감퇴한 상태다"라며 "감정을 조절하는 전두엽 쪽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화를 잘 내고, 폭력적으로 되는 등 충동 조절이 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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