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스턴 경찰서와 함께한 여성 안전 워크숍./사진= 신락균
킹스턴 경찰서와 함께한 여성 안전 워크숍./사진= 신락균

혼자 산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삶에 있어 많은 것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1인 가구 수는 급증하지만 아직까지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서비스는 부족하다. 그래서 1인 가구가 1인 가구에 관심을 갖고 공감과 연대감을 이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1코노미뉴스]는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맞춰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에 나가 있는 '1인 가구의 삶'을 날것 그대로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지난 3월 8일은 국제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이다. 115년 전 미국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 생존권을 의미하는 빵과 참정권을 의미하는 장미를 목놓아 부르던 그녀들의 외침은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고 1910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여성 노동자 국제 컨퍼런스에서 클라라 제트킨은 여성의 날을 국제 기념일로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75년 UN은 3월 8일을 국제 여성의 날로 공식 지정한다. 여성의 날은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찾고자 투쟁한 여성들을 기리는 날이다.

과거의 여성들은 참정권, 노동시간 단축,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투쟁했고, 이 투쟁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성격차 해소, 동일 임금을 위해 여전히 세계 곳곳의 여성들은 투쟁하고 있다. 오랜 시간을 거치며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남녀는 평등하지 않다. 남녀 불평등은 폭력과 범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가정 내 폭력은 대부분 여성이 당하며, 각종 범죄 역시 여성이 더 취약하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한 2019년 이후 아시아인에 대한, 특히 아시아인 여성에 대한 혐오 범죄가 급증했다. 가정 내에서 아내에 대한 폭력이 늘어났고, 길거리에서 벌어진 묻지마 폭행 역시 주로 아시아인 여성에 대해 이루어졌다. 

여성 1인 가구의 경우 폭력과 범죄에 더욱 취약하고 할 수 있다. 외부에서 누군가 침입했을 때 집 안에 자신을 보호해 줄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학교 동료 선생님들과 음식 배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혼자 사는 여성들은 배달을 시키면 남자 신발을 현관에 놓거나, 남편이나 남자 친구가 같이 있는 척을 한다고 했다. 이유는 배달원이 무슨 일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동료 여성 선생님 한 분께서 한국에서 겪었던 본인의 일화를 털어놨다.

한 젊은 여성이 자신이 사는 빌라로 걸어가고 있었고 그 뒤를 따라 남성 둘이 걸어가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본 선생님은 낌새가 이상하다고 느꼈고 바로 그 뒤를 따라갔다. 여자가 먼저 건물로 들어가고 그 뒤를 남자 둘이 차례로 들어갔다. 뒤이어 건물에 들어간 선생님께서는 '이 건물은 왜 이렇게 청소가 안 되어 있냐며' 남자들이 다 들리도록 큰 소리로 불만을 늘어 놓으셨다.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커다란 목소리를 듣자 남자 둘은 빌라 건물을 재빨리 빠져나갔다. 남자들이 저 멀리 사라지고 안심할 상황이 되자 선생님께서 젊은 여성이 사는 원룸 현관문을 두드려 그의 상태를 확인했는데 겁에 질린 젊은 여성은 현관문을 꼭 잡고 벌벌 떨고 있었다고 했다. 이어서 그는 동료 선생님에게 자신을 따라온 두 남자 중 하나는 얼마 전에 자신 집에 음식 배달을 한 배달원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이렇게 범죄가 일상에 녹아있고 정말 쉽게 발생할 수 있으며 남성으로서 정말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던 음식 배달을 남녀의 시각에서 바라보게 됐다. 

영국 역시 전국 각지에서 주거침입, 절도부터 시작해서 납치, 살인사건까지 다양한 범죄가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정부에서는 늘어나는 범죄율을 줄이고자 다양한 정책적 시도를 하고 있다. 얼마 전 리시 수낙 영국 총리는 반사회적 행동 및 범죄에 대응할 '핫스팟 치안 정책(Hotspot policing)'을 발표했다. 영국 전역에 16개 지역에 시범적으로 이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다. 핫스팟 치안의 경우 범죄(Anti-social behaviour, 반사회적 행동)가 많이 일어나는 곳에 더 많은 경찰력을 배치해서 많은 경찰들이 지역 곳곳을 순찰을 함으로써 범죄율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즉각적 정의(Immediate Justice)'라는 제도 역시 이번에 시범적으로 시행되는데 이는 핫스팟 치안보다 보다 강력한 정책으로 어떤 반사회적 범죄가 발생했을 때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정책이다. 보다 강력한 치안 정책을 통해 영국 정부는 보다 안전한 거리, 안전한 동네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킹스턴 경찰서와 함께한 여성 안전 워크숍./사진=신락균
킹스턴 경찰서와 함께한 여성 안전 워크숍./사진=신락균

 

핫스팟 치안 정책의 일환으로 얼마 전 필자가 거주하는 킹스턴 지역 경찰서의 주관으로 '여성이 안전한 거리(Safe Street)' 워크숍이 뉴몰든 도서관에서 개최됐다. 한국계 경찰관도 참가해서 영한 통역 서비스도 제공이 됐다. 워크숍에 참석한 여성분들께서는 가정 폭력, 길거리에서 당했던 인종차별(언어적, 신체적), 절도 및 강도의 경험을 공유해 주셨고 경찰관들은 여성들이 범죄에 노출되었을 때 대처 방법에 대해 설명해 줬고 워크숍에 참여하신 여성들은 본인이 정말 안전하다고 느끼는지, 안전한 동네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지 경찰관에 전달했다. 늦은 밤 어두운 길거리를 홀로 돌아다닐 때 여성들이 느끼는 불안감, 거리에 순찰을 도는 경찰관이 있는 것만으로도 안심을 느낀다는 한 여성,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노년의 한국인 여성이 기본적인 영어가 힘들어 신고를 하지 못하는 사례 등을 이야기 들었을 때는 워크숍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안타까움을 표하며 경찰관분들의 지역 사회에 거주하는 소수자들(한국, 홍콩, 스리랑카 등)이 경찰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도록 경찰의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나아가 이번 워크숍에는 주영한국대사관 소속 영사도 참여해서 재외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한국 대사관도 다방면으로 법적, 행정적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고 알려줬다. 영국에서 폭력, 절도 등 경찰이 필요한 상황과 응급상황 등 모든 긴급상황은 999번으로 연락하면 된다. 혹은 지금 당장 경찰이 출동해야 할 응급상황까지는 아니지만 경찰에 신고해야 하다고 필요한 상황은 101번으로 연락하면 된다. 만약 영어로 소통이 힘들다면 대한민국 대사관에 연락하면 도움을 얻을 수 있으니 주간에는 +44-(0)20-7227-5500, 야간에는 +44-(0)7876-506-895로 연락하면 된다. 아울러 대사관 홈페이지 '안전 공지'게시판에는 수시로 안전과 관련된 공지사항이 올라온다. 또한 만약 해외여행 중이라면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안전한 여행을 할 수 있는 비상 연락처 등의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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