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취업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다. 지원하는 족족 떨어져 인생의 현타(현실 자각 타임)를 느끼고 있다. 삶에 대한 의욕이 크게 떨어졌다."-30대 취준생 허 모씨

극심한 고용불안과 경제난 등 불안한 사회 속에서 우울증과 불안감에 시달리는 청년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1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60세 이상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44만2000명 늘었지만, 청년층 취업자(15~29세)는 13만7000명 줄어들며 6개월 연속 하락했다. 

이는 청년 인구 감소도 있지만, 비경제활동 인구로 빠지는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기간 비경제활동인구는 1613만5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만6000명 줄었다. 그런데 '쉬었음' 인구는 (13만3000명, 6.0%) 증가했다.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60대(11만3000명 증가, 12.1%)를 제외하고 20대(3만8000명, 10.8%)가 가장 많은 증가세를 보였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이날 "청년인구가 굉장히 많이 감소하고 있어서 취업자 수도 감소하는 상황인데, 인구보다 취업자의 감소 폭이 조금 더 높은 상황"이라며 "청년층의 취업 감소가 실업으로 연결되기보단 비경제활동 인구로 전환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기본적으로 취업시장이 신규 채용보다는 경력직 채용으로 변화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일자리 공급 측면에서 유리하지 않은 측면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설명했다.

취업에 지친 청년들이 취업활동 마저 접었다는 것은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짊어지게 됐다는 의미다. 여기에 고금리·고물가 상황을 고려하면 취준생 청년 1인 가구의 부담감은 더욱 크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80(2020=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3.7% 올랐다.

주택·수도·전기 및 연료는 전년동월 대비 6.1% 올랐다.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는 5.0% 올랐고, 가정용품 및 가사서비스는 5.2% 상승했다. 음식 및 숙박은 7.6%, 기타 상품 및 서비스도 8.6% 상승했다. 주로 생활비 부분의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이처럼 취업난, 경제난에 시달리면서 청년 1인 가구의 심리적 건강상태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1인 가구 김모(35·여) 씨는 연이은 취업 실패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생활하고 있다. 그는 최근 마음이 많이 약해진 상태라고 털어놨다. 김 씨는 "30대 중반인데도 아직까지 취업을 못 하고 있다. 기준을 많이 낮춘다고 해서 지원을 하는데도 연락이 하나도 없다. 아무것도 안 되는거 보니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라며 "자기소개서를 미리 써 놓았는데도, 의욕이 안 생겨 지원하지 않고 있다. 인생이 끝난 기분이다. 밤늦게 혼자 있을 때는 사라지고 싶은 기분도 든다"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취업준비생 박모(32·남) 씨도 서울의 한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도 취업에 실패하면 고향인 제주도로 내려갈 생각이다. 박 씨는 "대학만 졸업하면 취업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원하는 일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면서 "부모님이 매달 주시는 용돈과 아르바이트 월급으로 생활은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대출이자, 월세, 생활비를 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친구들과의 연락을 피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졌다. 점점 인생에서 혼자 낙오된 느낌이 든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청년층이 겪는 우울증, 불안감 등 정신질환 수치는 심각하다. 지난해 건강심사평가원이 발표한 '5년(2017~2021년)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료현황 분석'결과를 보면 2021년 우울증 환자 수는 93만3481명으로 2017년(69만 1164명) 대비 35.1% 증가했다.

특히 20·30대 우울증 진료 환자 비율은 같은 기간 45.7%로 크게 늘었다. 그중 20대의 우울증이 가장 심각했다. 2021년 20대 환자가 전체의 19.0%(17만 7166명)로 가장 많았다. 20대 환자는 2017년 대비 2021년 127.1%(연평균 22.8%) 증가했다.

아울러 같은 기간 20대 불안장애 환자 수는 2017년 대비 2021년 86.8%(연평균 16.9%)로 가장 큰 폭을 나타냈다.

이같은 청년층의 정신건강 악화는 청년 고독사, 극단적인 선택의 확률도 높일 수 있다.

보건복지부의 '2022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20대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016년 16.4명에서 2020년 21.7명으로 급증했다. 또한 30대의 자살률도 같은 기간 24.6명에서 27.1명으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통계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지난해와 올해 청년 1인 가구의 환경은 더욱 악화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불안, 고물가 상황이 심각성을 더해 갈수록 심리적 압박감 역시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정재훈 서울여자대학교 교수는 "1인 가구 중 청년층 자살비율이 높은 만큼 생활 특성, 주거, 경제 상황, 건강, 사회적 관계 등을 파악하기 위한 정책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들을 위한 정신건강 진단, 관리 시스템을 활성화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1코노미뉴스 = 안지호 기자]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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