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 챌린지' 보상안 발표에도 집단소송 줄줄이
미 17개주 법무장관, NHTSA에 공식 리콜 요구도

정의선 회장 체재의 현대차그룹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며 미국 시장 진출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가운데 집단소송이라는 암초를 맞닥뜨렸다. / 사진 =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체재의 현대차그룹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며 미국 시장 진출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가운데 집단소송이라는 암초를 맞닥뜨렸다. / 사진 = 현대차그룹

미국에서 벌어진 '현대·기아 챌린지' 여파 계속되고 있다. 현대·기아가 한화 약 2700억원 규모의 보상안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현지에서는 여전히 집단소송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현대·기아가 내놓은 무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한 차량이 또다시 도난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미 전역에서 리콜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정의선 회장 현대차그룹 회장이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며 미국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차량결함, 도난 등 품질 이슈가 계속될 경우 브랜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1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현지에서 현대·기아차에 대한 집단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현재까지 제기된 집단·행정소송만 해도 미 전역에 걸쳐 20여 건에 육박한다.

이는 미국에서 유행 중인 '현대·기아 챌린지'에 대한 피해 소송이다. 도난 방지 장치가 탑재되지 않은 현대차와 기아차를 절도하는 일이 미국 전역에서 급증하자 피해를 입은 차주들은 결함이 있는 차를 팔았다는 취지로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집단소송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현대·기아 미국법인은 피해자들과 지난 19일 한화 약 2700억원 규모의 보상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보상안에는 무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비롯해 보험으로 보상되지 않는 손해에 대한 현금 보상과 도난 방지 장치 구매 비용 등이 포함됐으며, 도난 방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불가한 차주에 대해서는 최대 40만원의 추가 현금 보상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보상안 발표로 '급한 불'은 끈 것처럼 보였지만, 여전히 집단소송은 이어지고 있다. 

가장 큰 소송은 지난 3일 미국의 68개 보험사가 제기한 건이다. 원고측은 현대·기아가 도난 방지용 장치를 차량에 미장착함으로써 관련 규정을 위반했고 차량 도난이 급증했다며 최대 8000억원의 배상금을 요구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최근 발표한 보상안은 일부라도 책임을 인정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소송을 제기한 보험사 측에서 이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 같은 논리로 주정부 등에서 제기한 다른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기아 보이즈(Kia Boys)라 불리는 청년들이 기아 자동차를 훔치는 법을 공개하고 있다. / 사진 = Tommy G 유튜브 캡처
기아 보이즈(Kia Boys)라 불리는 청년들이 기아 자동차를 훔치는 법을 공개하고 있다. / 사진 = Tommy G 유튜브 캡처

소송 결과를 떠나 이같은 논란이 지속되는 것은 미국 내 현대차와 기아의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대차가 올해 1분기 좋은 실적을 낸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고급화 전략 또한 주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미국 시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지금 차량 품질에 관련된 소송이 지속되는 상황은 브랜드 평판에 좋을 것이 전혀 없다"고 전했다.

더해 미국 현지에서는 공식적인 리콜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미 17개주 법무장관들은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공식 서한을 보내 리콜을 요구한 바 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30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대·기아가 업그레이드 후에도 계속 도난당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아직 보안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은 차주가 많고, 업그레이드를 완료한 자동차가 또다시 도난당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현지의 자동차 딜러와 몇몇 주 관리는 WSJ에 "현대차가 리콜을 하지 않은 것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WSJ은 "이러한 도난 사건이 지속되면서 양사의 평판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차를 도난당한 몇몇 차주는 다른 브랜드의 차량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에 대해 말씀드리기 힘든 측면이 있다.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고 결과에 따라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북미 시장 판매 목표를 역대 최대치인 104만대로 제시하며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줄지은 집단소송을 극복하고 이같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1코노미뉴스 = 신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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