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코노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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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불황 여파로 청년 1인 가구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취업난에 고물가, 고금리, 주택시장 불안까지 그야말로 사면초가(四面楚歌)다. 피할 곳 없는 청년 1인 가구의 선택은 '절약', 그것도 극단적 절약이 됐다. [1코노미뉴스]는 '거지방'에 열광하는 청년층의 현실을 다루고자 한다. -편집자 주 

 

MZ세대 사이에서 거지방 놀이가 뜨겁다. '거지방'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소비를 줄이기 위한 SNS 오픈 채팅방이다. 경기 불황에 따른 거지방의 유행은 빚투와 영끌로 대변되는 젊은 세대의 단면을 보여준다.  거지방에서는 지출을 줄이고 소비를 대체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한다. 이는 경기 불황과 일자리 부족, 고금리와 고물가 문제가 청년층의 고립 등 사회문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다. [1코노미뉴스]는 청년들과 긴밀한 소통을 이어가는 3명의 전문가에게 거지방 유행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전문가들은 현대판 자린고비를 두고 다음과 같은 견해를 내놨다. 

우선 백승훈 청년지갑트레이닝 이사는 거지방에 대해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백 이사는 "거지방과 무지출챌린지는 본인의 소비를 스스로 돌아보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며 소비를 대체할 다양한 방법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일면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라며 "예를 들면, 남는 식재료를 활용한 냉파(냉장고파먹기), 자가용·택시 대신 대중교통·자전거 이용하기, 가까운 거리는 걷기, 도서관과 같은 공공시설 이용하기 등은 기존 돈중심, 소비중심의 문화와 대비되는 긍정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기의 문제와 무조건 '쓰지 않는다'는 초점에 맞춰진 부분에 대한 우려를 표현했다. 

그는 "당초 취지와 달리 현재의 거지방과 무지출챌린지는 '쓰지 않는 것'에만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상당히 우려스럽다"면서 "이런 현상은 청년들의 어려운 현실은 보여주면서도 이 유행이 금방 사그러들지 않고 장기화 된다는 것은 청년들의 현실이 해결되지 않고 지속·심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런 극단적인 유행은 당장의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에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관계 비용을 줄이게 되면 우울감이나 사회적인 고립 나타날 수 있고 교육비를 줄이면 자기개발에 어려움이 생겨 미래에 대한 성장가능성이 약화된다.  거지방이나 무지출챌린지에 참여하더라도 본인 스스로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사회적으로 청년들의 현실을 본질적인 차원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등 다방면에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청년 1인 가구에 대한 실무 업무를 담당하는 정수미 강남 1인 가구 센터장 역시 거지방에 대한 현상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정 센터장은 "거지방의 유행은 청년 당사자의 각박한 생활을 재치있게 해학으로 풀어내어 꼭 필요한 절약을 보다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실천하기 위한 현상이다. 익명성이 보장된 안전한 공간에서 본인의 소비 내역을 공유하여 불필요한 지출을 통제하는 동시에 구성원간 느슨하게 연결되어 서로를 응원하는 효과를 경험하게 한다. 지방 현상은 오늘날 경제 불황과 빈부격차의 심화, 각자도생이 상식이 되어버린 세태에도 느슨하더라도 서로 간 연결되고 싶은 청년 당사자의 욕구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청년 대상의 주거(월세 등), 자산형성지원, 문화생활비 지원 등 자구책이 등장하고 있지만 청년층의 사회안전망 체감도는 여전히 싸늘하다. 공약에 따른 일시적인 청년지원정책이 아닌 청년 지원에 대한 토대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더불어 근거법령 제정 등의 노력을 더해야 할 때이다. 더불어 고용, 경제 불안 등 사회적 안전에 대한 신뢰를 우선적으로 회복하도록 사회안전망이 정상 작동해야 미래 세대의 청년층에게도 각자도생이 시대의 상식이 아닌, 함께공생의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지방 유행에 대해 사회적인 이해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한동철 서울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거지방은 기본적으로 공감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진다. 상대적박탈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악조건 상황에 내몰린 청년세대들이 모였다. 올해만 거지방을 미디어에서 본 게 3번째이니 유행을 넘어 이미 문화로 자리잡았다. 장기적으로 갈지는 알 수 없지만 현재는 그렇다"라며 " 긍정적인 점은 거지방에 청년들이 모여서 소비습관을 돌아보고 공유하면서 조금이라도 개선되고자 하는 노력을 시도하는 거 자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 교수는 한 곳으로 집중되는 점을 우려했다. 

한 교수는 "한 곳에 모여 절약 팁을 공유하는거나 그런 시도를 하는 건 좋은데 거기에만 매몰돼서 경제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피해의식을 발산하면 바람직하지 않다. 또 다수가 모이면 바람직하지 않은 집단사고로 빠질 수 있기에 조심해야 한다"라며 "이 방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단순히 절약 습관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생산적인 방이 되려면 일단 자신의 현실이 주어진 거라고 받아들이고 창조를 통해 (돈이 부족한 상황을)극복해야 한다. 절약은 부자가 되기에 소극적인 방법이고 기본이다. 적극적으로 발전하려면 창조를 하려는 노력을 지금부터 해야 한다. 창조를 생각하는 습성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1코노미뉴스=안유리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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