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현호 기자 
지현호 기자 

"한 주에 세 끼 정도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다. 맛은 없다. 너무 짜고, 고기만 많고. 성분표 같은 건 모른다. 글씨가 너무 작아서 보이지도 않고, 그냥 반찬이 뭔지 보고 야채가 좀 많은 걸 고른다."

취재현장에서 만난 70대 고령 1인 가구 박 모 씨의 말이다. 이렇다 할 소득이 없는 박 씨는 요즘 편의점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곤 한다. 

물가가 너무 올라, 식당에서 밥을 먹기 힘들어져서다. 박 씨가 주로 가던 무료 급식소는 경쟁이 너무 치열해졌고, 비교적 저렴하게 이용하던 한식 뷔페도 1년 사이에 가격이 2000~3000원이 올랐다. 

결국 박 씨의 발길이 향한 곳은 편의점이다. 가격도 싸고 앉아서 밥도 먹을 수 있어서다. 

20·30대 이용자에 치우쳐져 있던 편의점에 60대 이상 고령층이 몰리고 있다. 저소득 고령 1인 가구의 한 끼를 해결할 대안이 됐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편의점 도시락이 과연 건강에도 괜찮을지 우려된다.

수차례 지적된 바 있듯, 편의점 도시락은 열량이 높고, 나트륨 함량이 과도하다. 제품 구성도 육류에 편중되어 있다.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음식을 자주 섭취하면 비만, 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특정 식품군만 과도하게 먹을 경우 영양 불량 상태에도 이룰 수 있다. 

편의점 도시락을 건강하게 섭취하려면 영양성분을 꼼꼼하게 따져, 지방과 나트륨이 낮은 도시락을 선택하면 된다. 하지만 청년들도 한눈에 보기 어려운 작은 글씨로 빼곡하게 써져 있는 성분표를 과연 어르신들이 읽고 판단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고령층의 편의점 이용 증가가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은 일본 역시 같은 흐름을 보였다. 그리고 일본 편의점 업계는 이에 대응해 노인 친화 전략을 펼쳤다. 

우리나라 편의점 업계도 달라져야 한다. 어르신들이 올바르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돕고 서비스를 통해 문턱을 낮춰야 한다. 건강한 한 끼를 먹을 수 있도록 나트륨 저감 제품 개발도 힘써야 한다. 

올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 수는 950만명에 달한다. 내년에는 10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그야말로 초고령화 사회를 목전에 뒀다. 

노인을 위한 편의점 업계의 노력이 선행된다면, 신시장 창출은 물론 지역사회에서 편의점이 갖는 위상을 제고하는 상생이 되지 않을까. [1코노미뉴스 = 지현호 기자]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