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비로 제가 커피 한 잔 사겠습니다."

내 옆자리에 자주 앉는 한 대표님이 내게 말을 건넸다. 내가 일하고 있는 공유 사무실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출근을 한다. 그중 평일에 딱 두 번만 나오는 사람이 있다. 그는 국내 대형 중공업 회사에서 30년 이상 근무하고 지금도 선박 설계 업무를 하느라 서울과 부산을 매주 오간다. 지난주 정부 회의에 참석했던 그가 회의비를 받았으니 음료를 한 잔 사겠다고 한 것이다.

"자네 역할이 뭐라고 생각하나?"

중공업 회사에서 팀장으로 있을 때 직속 임원이 자신에게 뜬금없이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그야, 지금 맡고 있는 프로젝트들 차질 없이 진행하는 것이죠." 

이 대답에 그 임원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그건 아니네"라고 말했단다. 

"프로젝트가 마이너스 손실 없이 정해진 기간에 잘 마무리하는 것이죠." 

고심해서 쥐어짠 이번 대답에도 그 임원은 나지막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그건 자네가 없어도 어차피 잘 진행되고 마무리될 것이네."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한 그의 두 눈은 그 임원의 두 눈을 깜빡이며 쳐다보았다. 

"자네가 진짜 해야 하는 역할은 후배들을 키우고 성장시키는 거야."

그 말을 듣고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 것이다. 그날 이후 그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그동안 아껴왔던 소중한 자료와 정보를 하나둘 팀원들에게 나누어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동안 소중하고 알짜라고 생각했던 그 자료의 크기와 무게만큼 자신의 마음도 가벼워졌다고 한다. 

또 중요하게 생각해서 자신이 직접 해왔던 일들도 팀원들에게 하나둘 나누어 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시간이 점점 남아돌기 시작했단다. 처음엔 이 일을 놓아버리면 내 역할이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도 했다고 한다. 남아도는 시간에 이것저것 관심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동안 보이지 않던 새로운 일들이 어둠 속에서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단다. 그 일들은 자신에게 새로운 도전이었고 재미로 다가왔다고 했다

이제는 퇴직해서 60살이 넘었지만 아직도 업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 비결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팀장 시절 그때 내가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놓아버리고 보이지 않았던 것을 찾아서 계속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도한 덕분인 것 같아요. 그때 손에 쥐고 있던 것을 계속 지키려고만 했다면 아마 몇 년 못 가서 도태되었을 거예요."  

그가 마치 먼 과거 속을 회상하듯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성재 C2P코칭컴퍼니 대표, (사)한국코치협회 코치
나성재 C2P코칭컴퍼니 대표, (사)한국코치협회 코치

[필자 소개]

나성재 코치는 알리바바, 모토로라솔루션 등 다국적 IT기업에서 다년간 근무하였고, 한국코치협회 코치이자, C2P 코칭 컴퍼니의 대표이기도 하다. 또한 NLP 마스터로 로버트 딜츠와 스테판 길리건의 공동 저서인 영웅의 여정(Hero’s Journey) 번역서를 출간했다. 현재는 멘탈코칭 워크숍과 영웅의 여정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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