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개인 사정으로 휴무입니다."

맛있다는 족발집을 찾아갔는데 출입문 손잡이 옆에 A4 용지 한 장이 붙어있었다. 공교롭게도 휴일이었다. 어디로 갈까 잠시 고민했다. 바로 옆에 꽤 넓은 삼겹살집이 있어 그곳에 가기로 했다. 새로운 곳을 찾아 헤맨다고 더 좋은 곳을 찾는다는 보장도 없어서 그냥 쉽게 결정했다. 공유 사무실을 함께 쓰는 두 분과 처음으로 저녁 식사와 술자리 시간을 가졌다. 

장사와 비즈니스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장사는 내가 없으면 안 돌아가는 구조이고 비즈니스는 내가 없어도 잘 굴러가는 시스템이라는 말을 최근에 들었다. 오늘 모인 세 명은 코칭과 컨설팅을 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 세 명 모두 지금은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장사를 하고 있지는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코칭과 컨설팅업계에서 '협회' '연구소' '한국' '진흥원' 등과 같은 거창한 이름으로 단체나 회사를 만들어 비싼 교육과정과 자격증을 발급하는 것도 일종의 비즈니스라는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름에 비해 실력과 자격이 부족한 사람들이 사업 논리만으로 과도하게 접근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측면들도 이야기했다.

그런데 집에 걸어오면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자신의 위치와 크기보다 더 큰 이름을 부여한다는 것은 자신이 지향하는 의도와 목표를 선언하는 효과가 있다. 예전에 회사를 그만두고 코칭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일이다. 명함을 만들어야 하는데 차마 '대표이사'라는 네 글자를 명함에 있는 내 이름 옆에 붙이는 것이 망설여졌다. 내 실력이 아직은 한참 부족하다는 생각이었다. 회사에서 월급만 받으면 일하는 월급쟁이 차장 부장으로 쭉 살아오다 보니 대표이사라는 타이틀이 내겐 너무 크고 버겁게 느껴지기도 했다. 

돼지 농장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한 일꾼이 새끼 돼지 한 마리에게 재미삼아 예삐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시시때때로 돼지의 이름을 부르면서 각별하게 키웠다. 이 돼지는 그 일꾼의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잘 자랐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일정 무게가 넘은 돼지는 도축장으로 가야 하는 신세가 되는 것이었다. 그 일꾼은 도축장에 실려가는 돼지를 보고 오열을 했다고 한다. 일반 돼지나 예삐나 모두 똑같은 돼지다. 하지만 그가 그 돼지를 어떻게 규정하는지에 따라 그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새로운 명함을 만드는데 1년이 넘는 시간이 넘게 걸렸던 것 같다. 내가 하는 일에 주인이 되어 명함 위에 내 이름 석자 뒤에 사장, 회장, 원장, 센터장, 대표이사 그 무엇을 붙인다 한들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과거와 현재의 자신을 규정짓는 생각에 묶여 있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명함을 만들면서 새삼 깨달았다. 

나는 나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나?

현재의 나를 뛰어넘는 더 큰 나를 상상하여 그에 걸맞은 더 큰 이름을 부여하고 세상에 선언한다면 어떻게 내가 달라질까? 우리의 성장을 막고 있는 것은 어쩌면 내 자신을 더 큰 나로 규정하지 못하는 상상력의 부족에 있지는 않을까? 오늘부터 나에게 지금의 나보다 더 큰 이름을 부여하고 마치 그 사람이 된 것처럼 자신을 대해보는 것은 어떨까?

나성재 C2P코칭컴퍼니 대표, (사)한국코치협회 코치
나성재 C2P코칭컴퍼니 대표, (사)한국코치협회 코치

[필자 소개]

나성재 코치는 알리바바, 모토로라솔루션 등 다국적 IT기업에서 다년간 근무하였고, 한국코치협회 코치이자, C2P 코칭 컴퍼니의 대표이기도 하다. 또한 NLP 마스터로 로버트 딜츠와 스테판 길리건의 공동 저서인 영웅의 여정(Hero’s Journey) 번역서를 출간했다. 현재는 멘탈코칭 워크숍과 영웅의 여정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1코노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