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산이 지루해졌다. 작년 중순 이후부터 매주 한 번씩 많을 땐 두 번씩 등산을 했다. 이렇게 자주 오르다 보니 돌부리가 어디에 있는지 그루터기는 어디 있는지조차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듯했다. 

보통 구리시에 위치한 고구려 대장간 마을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거기에서 등산을 시작해서 대성암을 지나고 아차산 정상을 지나 4보루까지 갔다가 다시 주차장에 돌아온다. 오늘은 항상 다니던 길에서 벗어나 다른 길로 들어섰다. 산 정상을 향하지 않고 한 번도 가지 않았던 3층 석탑을 목표로 걸었다. 등산로는 점점 좁아져서 한 사람이 겨우 다닐 정도가 되었다. 

거미줄이 얼굴을 몇 번씩 덮쳐서 얼굴에 붙은 거미줄을 오른손으로 닦아내야 했다. 길을 몇 번 잘못 들어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 마침내 3층 석탑에 도착했다. 안내문에 백제시대 석탑이라고 적혀있었다.

석탑을 구경하고 돌아오는 길에 또 길을 잘못 들어섰다. 사람들이 안 다니는 길에서 헤맬 때 한 등산객을 만났다. 대성암쪽으로 가고 있다고 했더니 반대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자기를 따라오라고 한다. 

동대문에서 의류 도매상을 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저녁 8시에 일을 나가서 새벽이면 집에 돌아온다고 했다. 중국 단체관광 규제가 안 풀려서 중국 사람이 거의 안 온다고 걱정을 했다. 

대성암에 거의 이르렀을 때 자기도 고구려 대장간 주차장쪽으로 간다고 했다. 사람들이 잘 안 다니는 멋진 길을 안내할 테니 따라와 보라고 했다. 과연 매번 다니던 길에서 벗어나니 기존과 다른 느낌의 작고 구불구불한 산길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졌다. 다음에 산에 올 땐 다시 한번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차된 차를 운전해서 집으로 향했다. 이번 산행에서는 매주 다녔던 아차산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을 보았다. 

나는 아차산을 오르는 수백 가지 길 중에 몇 가지 길을 알고 가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수백 개의 크고 작은 길들은 계절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다양한 풍경을 품고 있을 것이다. 

'만약 아내가 아차산이라면 나는 그 산의 몇 개의 길을 경험해 보고 알고 있는 것일까'라는 엉뚱한 상상을 했다. 혹시 몇 개의 길만 자주 다니면서 마치 그 산 전체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또 내가 산이라면 나는 몇 개의 길을 아내에게 내어 주었을까?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다음에도 약간의 호기심과 유연성을 발휘에 내가 가보지 않았던, 오르지 않았던 갈래 길을 탐험해 보아야겠다.

나성재 C2P코칭컴퍼니 대표, (사)한국코치협회 코치
나성재 C2P코칭컴퍼니 대표, (사)한국코치협회 코치

[필자 소개]

나성재 코치는 알리바바, 모토로라솔루션 등 다국적 IT기업에서 다년간 근무하였고, 한국코치협회 코치이자, C2P 코칭 컴퍼니의 대표이기도 하다. 또한 NLP 마스터로 로버트 딜츠와 스테판 길리건의 공동 저서인 영웅의 여정(Hero’s Journey) 번역서를 출간했다. 현재는 멘탈코칭 워크숍과 영웅의 여정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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