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만 혜택, 지금도 역차별"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저출산 문제로 싱글세를 내라는건 이해가 안 된다." "싱글세 내면 노후 책임져 줄 건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1인 가구 사이에서 해묵은 '싱글세'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싱글세는 독신세라고도 불린다.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만 걷는 세금을 말한다. 

1인 가구 사이에 싱글세 논란이 재점화 된 것은 최근 나온 한 설문조사 탓이다. 저출산 대책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역차별에 대한 불만이 커진 상황에서 오히려 싱글세 도입 필요성을 언급하자 1인 가구들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다. 

설문조사는 '아무튼, 주말'이 지난달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에 의뢰해 싱글세 찬반과 비혼·저출산에 대한 의견을 20~50대 4015명에게 물은 내용이다.

이번 조사에서 싱글세 또는 미자녀세 도입에 대해 의견을 묻자 응답자의 21%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30대가 16%로 찬성률이 적었고, 50대는 26%로 가장 높았다. 

거꾸로 보면 응답자 10명 중 8명은 싱글세 도입을 반대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2명이나 찬성하다는데 무게를 둔 해석이 나왔다. 

720만 1인 가구가 분노할 만한 소리다. 지난해 1인 가구는 총 722만4000가구로 전년 대비 18만4000가구(2.6%) 증가했다.

실제로 1인 가구 사이에서는 결혼자금을 모으기 위해, 지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인데 세금을 더 내고도 자녀가 있는 기혼자들에게 비해 혜택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작성자 A씨는 "싱글세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말만 없다 뿐이지 이미 싱글세를 내고 있다. 자녀가 있는 가정에만 혜택을 주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미래를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저축한 것뿐인데 세금을 걷어간다. 이게 싱글세가 아니면 뭐냐"라고 지적했다.

5년 차 직장인 박도원(29·가명) 씨는"지난 연말정산에서 20만원 가량을 토해냈다. 월세 내기도 빠듯한데, 단지 혼자 산다는 이유에서다. 기존에 다양한 연령별 복지 정책이 즐비하지만, 정작 늘어나고 있는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혜택이 없다. 이렇게 해놓고 결혼하고 애를 낳으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서는 개인의 선택인 결혼을 간접적으로 강제하며 1인 가구를 역차별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자신을 비혼주의라고 말하는 이동제(39·가명)씨는 "최근 서울에 10평대 전세 오피스텔을 구했다. 전세자금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을 찾았는데, 신혼부부에겐 혜택이 주어지지만, 혼자 사는 사람에 대한 혜택은 전혀 없었다. 내가 스스로 혼자 살고 싶다고 선택한 것인데 이런 게 역차별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토로했다.

권동우(35·가명) 씨의 사정도 비슷하다. 권 씨는 "내 집 마련을 위해 거의 10년 동안 모아서 청약에 지원해도 1인 가구는 기대조차 못 하고 있다. 주변에서도 결혼하고 애가 둘은 있어야 당첨확률이 높아진다는 말뿐이다"라며 "집 계약이 끝나면 새집을 구해 이사하는 것도 스트레스다. 이제는 정착해서 결혼도 하고 싶지만 기회 잡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국내 1인 가구는 인적공제, 부양가족 가점 등으로 인한 역차별, 각종 사회 서비스 배제등으로 사실상 싱글세를 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연말정산 소득공제 시스템이 있다. 소득공제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은 부양가족 인적 공제다. 연간 소득금액 합계액이 100만원(근로소득만 있는 경우 총급여 500만원) 이하인 배우자와 부양가족에 대해 1명당 150만원씩 과세대상 소득에서 제외한다.

한편 해외에서도 '싱글세' 적용 사례는 드물다. 독일의 경우 무자녀 가구의 장기요양보험료율을 올리는 식으로 일종의 싱글세를 신설했지만, 결국 독일 연방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적 요소가 있는 것으로 판명났다. 독일 역시도 근로소득세를 징수하는 과정에서 소득세법상 가구 유형에 따라 차별 징수하는 것으로 역차별이 존재하는 수준이다. [1코노미뉴스 = 안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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