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네이버 로드뷰, 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사진=네이버 로드뷰, 미리캔버스/디자인=안지호 기자

서울역 앞에는 이른바 '절망의 탑'이라 불리는 건물이 있다. 대부업체로 가득 찬 이곳은 금융권에서 더 이상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저신용자들이 찾는 곳이다. 

최근 고금리 장기화로 연체율이 악화하면서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청년 1인 가구 사이에서 '절망의 탑'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중저신용자가 많고, 유동성이 부족한 청년 1인 가구의 대출길이 막히면서 2, 3금융권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차입 규모가 증가한 차주의 연령별 잔액 및 비중'을 보면 올해 1분기 전 연령 대출 증가분은 총 79조7000억원으로 이 중 30대 이하가 40.8%(32조5000억원)를 차지했다. 주로 전월세보증금 마련이나 부족한 생계비 마련을 위해 대출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고금리 상황에서도 2030세대, 청년 1인 가구의 대출이 늘어난 가운데 연체율도 늘면서 가계 부채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 자료를 보면 지난 5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40%로 전월 대비 0.03%포인트 증가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0.16%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지난 5월 중 신규연체율도 0.10%로 전월 대비 0.02%포인트, 전년 동월 대비 0.05%포인트 상승했다. 부문별로 보면 가계대출 연체율이 0.37%를 기록했는데 주택담보대출이 0.37%, 가계신용대출 등이 0.75%를 기록했다. 둘 다 전월 대비 상승하며 연체율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처럼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은행권의 대출 문턱도 높아졌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신용대출(신규취급액 기준) 평균 취급 신용점수는 927.4점이다. 지난해 12월(903.8)보다 23.6점이나 상승했다. 

카카오뱅크만이 833점으로 중저신용자를 포용하고 있다. 고신용자로 분류되는 832~890점조차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갈 곳을 잃은 중저신용자는 제2, 3금융권은 물론 대부업체로 밀려나고 있다.

30대 1인 가구인 홍은채(32, 가명) 씨는 최근 제2금융권을 통해 전세 보증금을 해결했다. 홍 씨는 "갑작스럽게 이사를 가면서 전에 살던 집에서 보증금을 못 빼면서 목돈이 필요했다. 그런데 은행에서 기존 대출이 있고, 신용점수가 낮아 추가 대출은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당장 돈이 필요해서 결국 금리가 비싼걸 알면서도 제2금융권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20대 진재(28, 가명) 씨는 "생계비로 조금씩 돈을 빌렸다가 다시 갚고 있다. 급할 때 간단히 빌리고 갚으면 되니까 바로 대출이 나오는 대부업을 쓰게 된다"며 "은행에도 가봤지만, 대출이 어렵다는 소리만 들었다. 소액이고 생계비 목적인 대출은 은행에서 청년들에게 지원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청년층의 가계부채 압박은 심각하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액생계비 대출 상품이 출시된 지난 3월 27일부터 6월 말지 약 3개월 동안 총 6만3538명이 이를 이용했다. 한도 최대 100만원, 연 15.9% 고금리의 상품을 찾은 이들은 주로 당장 생계비가 부족한 2030세대였다. 

그런데 2030세대는 소액생계비대출조차 연체를 했다. 20대는 21%대 미납률을, 30대는 15%대 미납률을 보였다. 

2030세대 개인회생 신청도 여전히 많다. 올해 1~5월 20대 개인회생 접수 건수는 6993건, 30대는 1만3846건에 달한다. 

한편 정부가 개인채무자 보호를 위해 마련한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금융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은 채무자의 권익 증진과 신속한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정부 제정안이다. 채무조정, 연체이자 부과, 추심 등 연체 이후 일련의 과정에서 채무자의 권익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추심총량제, 연락제한요청권, 추심 유예 등을 통해 과잉추심 등 채무자에게 불리한 추심관행을 개선하는 내용도 담겼다. [1코노미뉴스 = 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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