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옥 나눔과나눔 사무국장
박진옥 나눔과나눔 사무국장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는 2018년에 제정되었다. 그 후 두 번에 걸쳐 개정되었는데, 현장의 목소리와 요구사항을 반영한 결과물이었다. 2021년에는 고인의 종교를 고려해 공영장례 지원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되었고, 지난 2023년 5월에는 '사별자의 애도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여러 내용이 추가되어 개정됐다.

이렇게 개정되어 온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는 단순 '시신처리'방식으로 진행되었던 '무연고 사망자'행정 수준을 존엄한 삶의 마무리를 위한 장례지원으로 변화시켰고 이를 제도화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는 해마다 꾸준히 증가해 2018년 362명에서 2022년에는 1,102명이 됐다. 전국의 지자체 중 가장 체계적으로, 많은 고인의 장례를 치르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어떻게 25개 구청과 의전업체, 민원인, 장례식장 등의 의견을 조율해 한해 천 명이 넘는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치르고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서울시 공영장례 상담·지원 센터'를 들 수 있다. 상담·지원센터의 인력이 오랜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영장례 제도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미비점을 개선해 온 결과다. 하지만 현재 상담·지원센터는 서울시 예산 지원 없이 업무협약(MOU)만으로 운영 중이기 때문에 안정성과 책무가 담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무연고 사망자'의 수와 지속적인 제도 개선을 위해 '서울시 공영장례 상담·지원 센터'를 조례에 명시하여 제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예산 지원 없이 민간 단체의 자율성에 기반한 상담·지원센터

현재 운영 중인 '서울시 공영장례 상담·지원 센터'는 서울시가 2018년 공영장례를 시범 운영한 뒤 안정적 공영장례 운영을 위해 상담·지원 기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서 논의됐다. 이후 2019년 3월 '무연고 사망자'장례를 지원해온 사단법인 나눔과나눔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예산 지원 없이 자율성에 기반해 운영되기 시작했다.

서울시 공영장례 상담·지원 센터는 전국적으로 유일하며, 서울시 공영장례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상담·지원 센터는 사별자를 대상으로 공영장례 관련 상담을 할 뿐 아니라 공무원을 위한 공영장례 업무 매뉴얼 제작 및 교육, 그리고 현장에서의 공영장례식 및 사별자 애도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무연고 사망자'를 비롯해 공영장례 현황 D/B를 관리하고 정책과 제도 개선에도 노력했으며 코로나로 인한 긴급상황 및 미디어 대응을 하면서 서울시 공영장례의 안정적 운영과 체계화에 이바지했다.

사진= 나눔과 나눔 
사진= 나눔과 나눔 

 

하지만,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서울시와 업무협약(MOU)을 통한 민간단체의 자율적인 운영에는 지속가능성의 한계와 내재적 위험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서울시 예산 지원 없이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단체의 특성을 고려할 때 해마다 증가하는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장례지원을 현재와 같이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만일 후원금의 감소 등을 이유로 현재 체결한 업무협약을 해지하려고 할 때 이에 대응할 다른 방법이 없다. 그리고 상담·지원을 못 하게 된다면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모두 상실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현재의 운영 방식은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추기에는 한계가 있다. 오롯이 민간의 자율적 책무에 기반해서 특별한 문제 없이 운영되고 있으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지만, 예산 지원도 없이 운영되고 있는 민간단체를 관리·감독하거나 정기 감사를 진행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무연고 사망자'와 연고자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데 있어 예상하지 못한 문제 상황이 발생할 내재적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례를 통한 공영장례 상담·지원 센터 제도화 필요

서울시 공영장례 운영은 서울시 어르신복지과와 25개 자치구, 서울시립승화원과 장례의전 업체, 그리고 서울시 공영장례 상담·지원 센터가 서로 협력하고 지원하면서 공영장례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와 25개 자치구 담당 공무원은 순환보직으로 이동하다 보니 담당자가 자주 교체된다. 입찰을 통해 선정되는 장례의전 업체 역시 정기적으로 입찰하면서 낙찰 여부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자치구 담당 공무원은 행정 전문가이고, 장례지도사는 장사업무 관련 전문가일 수는 있지만, 장례 현장에서의 사별자의 애도 지원까지 요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난 5년간의 공영장례 지원·상담을 진행한 결과를 보더라도 장례라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1년 365일 상담이 진행되어야 한다. 또한 공영장례의 취지를 고려할 때 사별자의 애도 과정에 대한 이해가 업무의 바탕이 되어야 하며, 이를 통한 장례식 현장에서의 사별자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때문에 이는 사회복지와 인권의 관점에서 활동하는 기관이 운영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개인정보의 민감성과 공공성이라는 측면을 고려하여 민간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제도화를 통한 내부통제 강화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에 상담·지원센터 설치를 명문화하고 운영에 필요한 행정지원과 예산 지원, 기능을 구체화하는 조항 신설이 필요하다. 이미 부산광역시 공영장례 조례에는 상담센터 설치 관련 조항을 포함하고 있는 사례도 있다. 

모든 법과 제도가 완벽할 수 없다. 그래서 항상 현장의 요구와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여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 '요람에서부터 무덤까지'장례복지를 이제는 '무덤 이후'로 확대하고 있는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고 공영장례 제도의 안정과 책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에 상담·지원 센터 제도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또한 공영장례 상담·지원 센터는 서울시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설치되어야 할 제도이며, 이를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도 죽음의 지역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어떠한 시스템을 구축할지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 [1코노미뉴스=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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