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대학동에 위치한 '참 소중한...'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이영우 신부. 그는 고시원에 생활하고 있는 중장년 1인 가구도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사진=안지호 기자
서울 관악구 대학동에 위치한 '참 소중한...'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이영우 신부. 그는 고시원에 생활하고 있는 중장년 1인 가구도 소외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사진=안지호 기자

"삶의 희망을 잃은 고시촌 중장년 1인 가구에게 '내가 참 소중한 사람으로 존중받고 있구나'를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서울 관악구 대학동에서 '참 소중한...'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이영우 신부의 말이다. 이곳 센터는 2021년 2월 설립하여 고시촌에 생활하고 있는 중장년 1인 가구의 쉼터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11일 이영우 신부는 [1코노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회적 고립에 빠져있는 고시촌 중장년에게 삶의 이유를 되찾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동은 과거부터 대표적인 고시촌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2017년 12월 31일 사법시험이 폐지되면서 고시생들은 점차 이곳을 떠나기 시작했다. 이후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중장년층이 값싼 주거지를 찾아 이곳에 점차 자리 잡기 시작했다. 고시원은 주로 보증금 없이 15~20만원에 형성되어 있어서다.

문제는 이곳에 자리 잡은 중장년 1인 가구의 심각한 고립이다. 고시원 대부분은 최저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주거환경과 사회와의 단절 등으로 고독사, 극단적인 선택이 쉽게 발생하는 지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영우 신부는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빈민사목을 지향한 뒤로 대학동의 소식을 듣게 됐다고 말했다.

이영우 신부는 "90년대 초만 하더라도 이곳에 고시 공부한다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사법시험이 폐지되면서 젊은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싼 주거비에 사회적 약자들, 경제적 약자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고 듣게 됐다"며 "이들 대부분은 주변과 단절되어 얘기할 사람도 없고, 직업도 없어 알코올에 의존하거나 우울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 자살과 고독사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서울 관악구 대학동에 위치한 '참 소중한...'센터 입구 모습./사진=안지호 기자
서울 관악구 대학동에 위치한 '참 소중한...'센터 입구 모습./사진=안지호 기자

실제로 고독사는 심각한 사회 문제다.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의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보면 2021년 고독사 사망자 수는 총 3378명으로 최근 5년(2017년~2021년)간 증가 추세다. 그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연령은 50~60대가 매년 절반 이상(50%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이영우 신부는 "시민단체와 사회봉사활동 중 2020년 '대학동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이때 어려움을 겪는 중장년 1인 가구들이 편하게 쉬고, 이들이 와서 머물고 같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역사회에서도 한번 실행해 보면 좋겠다는 마음이 모여 센터를 설립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대학동 프로젝트는 2019년 7월 관악구 봉천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탈북모자 사망 사건'이 계기가 됐다. 대학동 고시촌을 중심으로 1인 가구가 지닌 복합적인 상황에 대응하고자 2020년 3월부터 시민사회단체와 개신교가 나섰다.

이영우 신부는 '참 소중한...'센터의 지향점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경제 발전으로 빈민가에 아파트가 들어서고 발전하고 하다 보니 빈민들이 흩어져 겉으로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센터 설립 후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 아픈 분들이 찾아오면서 '우리 사목 방향도 더 어렵고 가난한 사람들 속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센터가 생기기 전 지역 시민단체인 해피인에서 중장년을 대상으로 식사지원을 했었다. 하지만 20~30명이 찾아오더라도 서로 말도 안하고 인사도 안 하고 식사만 해결하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익명 속에서 이웃이 누구인지, 이들이 놓여있는 위험은 무엇인지 은폐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이곳에서는 찾아오는 사람들과 화분도 만들고, 꽃도 함께 심는 작업들을 통해서 동네에 애정도 가지게 되고 서로를 알게 되는 과정을 겪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참 소중한...' 내에 있는 고시촌 중장년 1인 가구를 위한 커피머신, 반찬들이 준비되어 있다. 시설 내부를 소개하는 이영우 신부의 모습./사진=안지호 기자
'참 소중한...' 내에 있는 고시촌 중장년 1인 가구를 위한 커피머신, 반찬들이 준비되어 있다. 시설 내부를 소개하는 이영우 신부의 모습./사진=안지호 기자

이영우 신부는 센터를 공동체를 형성하는 사랑방이라고 표현한다. 서로가 눈치보지 않고 함께 모여 식사하고, 얘기하며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그는 "센터가 생기기 전 이곳 중장년들은 갈 곳이 없어 주변 놀이터 주변을 서성거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이곳에 모여 밥도 먹고 얘기도 하고 그런 것들을 통해 공동체 형성이 살아나고 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영우 신부는 '참 소중한...'의 뜻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특히 나 자신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다면 삶의 활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영우 신부는 "'참 소중한...' 여기서 점점점은 자존감이 제일 낮은 상태를 표현했다. 이들 대부분은 실패하고 남에게 드러나고 싶지 않고, 어떤 분들은 죽지 못해서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가 제일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는 그대로 나를 받아들이는 것, 미운 나고 보기 싫은 나지만 사실 그게 또 나니까 실패와 좌절의 내 모습도 있는 그대로 내가 받아들이고 그래도 나를 위로해 주고 화해하고 그리고 나를 조금이라도 소중하게 여길 수 있다면 그게 새로운 삶의 활력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공간도 오는 분들이 '아, 내가 참 소중한 사람으로 존중받고 있구나', '환대받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주기 위한 공간들로 꾸몄다"라고 덧붙였다.

'참 소중한...'센터를 이용하고 있는 지역 중장년 1인 가구의 모습./사진=안지호 기자
'참 소중한...'센터를 이용하고 있는 지역 중장년 1인 가구의 모습./사진=안지호 기자

인터뷰를 통해 이영우 신부는 중장년 1인 가구를 위한 정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주로 청년과 노년을 위한 정책만 마련되어 있다는 부분도 꼬집었다.

그는 "중장년에 대한 정책이 없다. 청년은 사회초년생이라, 노인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다양한 정책이 지원되지만, 경제의 중심이 되는 중장년을 위한 정책은 없다. 중장년 1인 가구 특히 남성을 위한 공간이 없다. 몸이 아프고 정신이 아픈 중장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중장년도 한 국민으로서 행복하게 살 권리, 안정된 주거를 갖고 살아야 할 권리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마을공동체 형성, 사회적인 주택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영우 신부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조직적인 형성, 협동으로 단단해졌으면 한다. 또 정책적으로 주거 취약 중장년 1인 가구를 위한 사회적 주택, 문화 공간이나 이러한 센터 비슷한 공간들이 생겼으면 좋겠다"면서 "정책도 복지를 끝으로 수동적인 것이 아닌, 이들이 스스로가 의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부분이 생겼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1코노미뉴스 = 안지호 기자]

이영우 신부는 사회적 고립에 빠진 중장년 1인 가구의 정책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사진=안지호 기자
이영우 신부는 사회적 고립에 빠진 중장년 1인 가구의 정책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사진=안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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