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 돈의문 사옥 앞에서 건설 현장 사망 사고에 대한 진상 규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 조가영 기자
DL이앤씨 돈의문 사옥 앞에서 건설 현장 사망 사고에 대한 진상 규명과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사진 = 조가영 기자

DL이앤씨 재개발 공사 현장에서 숨진 하청노동자 유족들이 DL이앤씨에 진상 규명과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19일 오전 10시 DL이앤씨 돈의문 사옥 앞에서는 '중대재해 근절 및 생명안전 개악 저지 순회투쟁 선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DL이앤씨, 동국제강 산재사망 피해자 유족들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산업연맹, 생명안전행동 등 시위대 20여명이 자리했다.

시위대가 든 현수막에는 '8명의 노동자 죽었다. 중대재해 다발 기업 DL이앤씨 책임자를 엄정 처벌하라', '생명 안전 후퇴 시키는 윤석열 정권 퇴진하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사고 피해자에 대한 묵념과 함께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시위가 시작됐다.

중대재해 근절 및 생명 안전 개악 저지를 위한 순회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지난 8월 11일 DL이앤씨 건설 현장에서 사망한 피해자에 대한 묵념이 진행됐다/ 사진 = 조가영 기자
중대재해 근절 및 생명 안전 개악 저지를 위한 순회 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지난 8월 11일 DL이앤씨 건설 현장에서 사망한 피해자에 대한 묵념이 진행됐다/ 사진 = 조가영 기자

사회를 맡은 조진영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노동안전보건담당은 "e편한세상으로 잘 알려진 DL이앤씨에서 노동자 8명이 사망할 동안 노동부는 수사만, 검찰은 기소조차 안 했고 유족들은 울고만 있어야 했다"며 순회 투쟁의 시작을 알렸다.

앞서 지난 8월 11일 DL이앤씨 재개발 공사 현장에서는 20대 하도급 노동자 강 씨가 창호교체 작업을 하다 20m 높이에서 떨어져 숨졌다. 해당 사업장은 공사 금액 50억원 이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는다.

이 사고로 DL이앤씨 공사 현장에서는 지난해 3월 첫 사망 사고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7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고 노동자 8명이 숨졌다. 그러나 DL이앤씨는 지금까지 한 건도 기소되거나 처벌받은 바가 없다.

유족들은 DL이앤씨가 유족들의 사고 현장 접근을 가로막았다고 주장했다. 또 사건 경위와 진상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 씨의 어머니는 "어려운 가정에서 가난에 시달리며 힘들게 살았지만 꿈을 가지고 대학원 석사까지 나온 아들이다. DL이앤씨가 29살 아들을 한순간에 빼앗아 놓고 사과 한 마디도 안 한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딸이랑 둘이서 울음바다로 하루하루를 지낸다. 버팀목이 없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싶다. 책임자는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빌어라"고 말했다.

이태의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앞선 중대재해에서 제대로 수사하고 처벌받게 했으면 이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DL이앤씨는 진심어린 사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꾸짖었다.

이어 "DL이앤씨는 유가족 조차 사고 현장에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유가족들은 사고 현장을 사진으로만 봐야 했다. 왜 당사자가 접근조차 못 했는지, 왜 수사과정에서 유가족에게 아무런 설명을 해 주지 않았는지 답하라"고 요구했다.

시위대가 든 팻말에는 'DL건설현장에서 5대 건설사 중 사망사고 최다 발생', '사망사고 최다 발생에 철근 누락 공사까지 골고루 하십니다' 등 문구가 써 있다./ 사진 = 조가영 기자
시위대가 든 팻말에는 'DL건설현장에서 5대 건설사 중 사망사고 최다 발생', '사망사고 최다 발생에 철근 누락 공사까지 골고루 하십니다' 등 문구가 써 있다./ 사진 = 조가영 기자

강한수 건설산업연맹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안전하고 좋아보이는 e편한세상 아파트를 짓는 과정은 너무나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 350명, 올해는 200여명의 피해자가 나왔다. 약 500여명의 건설 현장 피해자 중 5% 정도가 e편한세상 건설 현장에서 일어났다. 건설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사고가 대림에서 지난 1년 동안 발생한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른 범죄는 강력하게 처벌하라고 하는 정부가 유독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건설 자본의 살인 행위에는 관대하다. 그것이 같은 기업에서 비슷한 형태의 사망사고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 근본 원인이다"고 말했다.

또 "건설현장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건설안전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3년동안 요구를 해 왔는데 이번 정권이 들어오고 나서 이 법안이 통째로 사라졌다"고 했다.

"살인기업 DL이앤씨 유족 앞에 사과하라"는 시위대의 외심 속에서 기자회견이 마무리됐다. 이번 기자회션을 시작으로 시위대는 2박3일간 순회 투쟁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에 대해 DL이앤씨는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으며 재발방지를 위해 힘쓰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1코노미뉴스 = 조가영 기자]

DL이앤씨 공사 현장에서는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7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고 노동자 8명이 숨졌다./ 사진 = 조가영 기자
DL이앤씨 공사 현장에서는 지난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지금까지 7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고 노동자 8명이 숨졌다./ 사진 = 조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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