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욱 DL그룹 회장(좌)과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1일 국회 환노위에서 열린 산업재해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 = 조가영 기자
이해욱 DL그룹 회장(좌)과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1일 국회 환노위에서 열린 산업재해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사진 = 조가영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노동자 사망사고를 계속해서 일으켜 지탄을 받아온 이해욱 DL그룹 회장과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국회 청문회에 불려 나왔다.

두 회장은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부산 연제구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DL이앤씨의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가 추락해 숨지는 등 지난해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7번의 사고, 노동자 8명이 목숨을 잃은 것과 관련해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했다.

허 회장은 지난해 10월 그룹 계열사인 SPC 제빵공장에서 20대 근로자가 끼임 사고로 숨진 데 이어 올해 8월 다른 계열사인 샤니 제빵공장에서 50대 노동자가 숨지는 등 반복되는 사고와 관련해 증인으로 섰다.

두 회장은 노동자 사망사고를 막지 못한 데 사과하며 안전 조치와 안전경영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회장은 "이 자리를 빌려서 유족분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임직원들과 저희가 협력사들과 같이 협심을 해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한 현장을 운영하는 회사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지난번 산재 사망사고는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다. 저희가 부족해서 사고가 난 걸로 생각한다. 오늘을 계기로 안전관리를 더욱 강화할 것이고 앞으로 기업문화 자체가 안전경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하겠다"고 했다.

이날 야당 의원들은 두 회장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외국 출장 등의 이유로 불출석했던 것을 문제삼으며 질타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국정감사 불출석 관련 지적에 "30년간 직접 참석해 온 해외 행사"라며 "거기서 만난 사람들도 오래전부터 알던 설비업체들이고 하니까 제가 가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어서 가게 됐다"고 답했다. / 사진 = 조가영 기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은 국정감사 불출석 관련 지적에 "30년간 직접 참석해 온 해외 행사"라며 "거기서 만난 사람들도 오래전부터 알던 설비업체들이고 하니까 제가 가면 좋겠다는 요청이 있어서 가게 됐다"고 답했다. / 사진 = 조가영 기자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허 회장을 향해 3개 사와 협약(MOU)체결의 당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정감사에 불출석 했다고 지적했다.

SPC그룹이 불성실하게 자료제출에 임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진성준 의원은 SPL 사망사고 발생 이후 3년간 1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통상적으로 회사 계획에 의해 투입되는 설비개선 비용이 얼마고, 안전을 위해 추가로 투입되는 비용이 얼마인지 비교 가능한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재조사표도 제출하지 않았다"며 "재원인분석및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제목을 포함해 8~9줄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환노위 위원들은 SPC그룹의 장시간 근로, 미비한 안전 설비 등 근무 환경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동종업계인 CJ제일제당은 2016년부터(공장 노동방식이)4조3교대 방식"이라며 "SPC의 2조2교대 방식은 SPC가 얼마나 후진적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정 환경노동위 위원장(더불어민주당)도 SPC그룹 계열사 사업장의 노동강도에 대한 의구심을 표했다.

박정 위원장은 "샤니의 근로자 1410명 가운데 80.7%가 신규채용이다. 작년 사고가 났던 SPL도 65%가 신규채용, 심지어 파리크라상은 54.1%가 신규채용"이라며 "이는 근무 강도가 너무 쎄거나 봉급이 작거나 근무환경이 안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허 회장은 "2조2교대 근무 방식 개선에 대해서 현재 각 회사 경영진들이 노동조합과 협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허 회장이 SPC그룹의 실질적 지배인이라는 질문도 연이어 쏟아졌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사업주 또는 경영 책임자 등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 범위를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장으로 정하고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허 회장이 해외 사업 진출 등 경영 활동을 주도하고, 이사회 의사결정에서도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원식 의원은 "파리크라상이 SPC그룹 지배구조 최상층에 있는데 그 지분은 허 회장과 배우자, 자녀들이 100% 소유하고 있다"며 "파리크라상을 통해 그룹과 자회사를 지배하고 있으니 의사결정도 증인의 절대적 영향 하에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허 회장은 대주주와 경영은 별개라며 선을 그었다.

허 회장은 "아무리 대주주라고 해서 대표이사를 마음대로 선정하고 그렇게 하지 못한다"며 "앞으로도 대표이사가 자기 권한을 가지고 책임경영을 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나갈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증인석에서 공사비 관련 질의에 대해 답변하는 모습./ 사진 = 조가영 기자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증인석에서 공사비 관련 질의에 대해 답변하는 모습./ 사진 = 조가영 기자

DL이앤씨는 다른 건설사와 달리 유독 근로자 사망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DL이앤씨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가장 사고를 많이 낸 건설사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최저낙찰제도와 불법하도급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주 의원이 공사기간과 낮은 공사비가 사고의 원인이 아니냐고 질의하자 이해욱 회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해욱 회장은 "공사비용과 공사기간에 대해서 감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대한민국 어떤 건설회사보다 우리가 그 부분을 보수적으로 하고 있다"며 "올해 안전비용을 작년 보다 29% 늘렸고 내년에도 25% 이상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타 건설사와 비교해 작업중지권 요청건수가 현저히 낮다'는 질의에 대한 답변도 이어졌다.

이 회장은 "거부권을 행사했을 때 돌아갈 수 있는 불이익에 대한 보장과 함께 인센티브를 실시하고 있지만 더욱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는 여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을 제외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불참해 사실상 반쪽으로 치러졌다.

임 의원은 "여당 의원님들께서는 야당과 합의되지 않은 청문회이기 때문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1코노미뉴스 = 조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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