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밥상 풍경 잔소리 대신 덕담이 필요하다고 1인 가구는 말한다.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미리캔버스
추석 밥상 풍경 잔소리 대신 덕담이 필요하다고 1인 가구는 말한다.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미리캔버스
코로나19 엔데믹 후 첫 추석 명절이다. 그간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19라는 특수 사항이 맞물리면서 생겨난 '혼추족'은 이제 새로운 명절 풍속도가 됐다. 홀로 추석을 보내는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에 불편함은 사라졌고, 오히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여행, 쇼핑, 문화, 먹거리 등 각종 상품·서비스가 넘쳐난다. 자발적 혼추족이냐, 비자발적 혼추족이냐에 따라 명절을 보내는 기분은 엇갈리겠지만, 혼추족이 대세인 것은 올해도 매한가지다. 이에 [1코노미뉴스]는 민족 대명절인 추석을 보내는 혼추족의 현주소와 1인 가구 정책을 다시 돌아봤다. - 편집자 주

#서울 구로구에 거주하는 1인 가구 박현주(30세, 가명) 씨는 이번 추석 연휴에 고향에 내려가 가족, 친지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긴 연휴 기간 동안 혼자서만 시간을 흘려보내기엔 아쉬움이 남았다. 가족과 둘러앉은 추석 밥상 앞에서 박 씨는 이것도, 저것도 먹으라는 부모님의 잔소리를 듣는 것이 즐거웠다. 하지만 '취업은 언제 할 거냐'는 친척 어른의 말 한 마디에 힘이 빠졌다. 박 씨는 "취업이나 결혼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심적으로 부담되는 게 사실이다"며 "모처럼 휴식을 취하러 고향에 와도 어른들 잔소리 때문에 기분이 상해서 돌아가기 일쑤다"고 말했다.

엔데믹 이후 처음 맞는 명절이면서 동시에 연속 6일을 쉴 수 있는 올해 추석. 오랜만에 떨어져 있던 일가친척이 한 자리에 모이면서 풍성한 한가위를 맞았다. 도심에 흩어져 살던 1인 가구도 설레는 마음으로 고향땅을 밟았다. 하지만 마냥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명절은 때론 휴식과 즐거움보다는 스트레스와 다툼의 씨앗이 되곤 한다.

명절에 으레 듣는 결혼 잔소리는 특히나 1인 가구를 괴롭히는 대표 고민거리다.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지만 가족과 친인척의 성화에 못이겨 자발적 '혼추'를 선택하는 1인 가구도 적지 않다.

이에 [1코노미뉴스]는 추석 명절을 맞아 가족과 친지를 만난 1인 가구가 추석 밥상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귀담아 들어봤다.

취업 준비생인 1인 가구 오찬민(29, 가명) 씨는 연휴 동안 듣게 될 단골 질문들이 두렵다. 오 씨를 제외하고 또래 사촌들은 모두 졸업과 동시에 이른바 '칼취업'을 했다. 친척들의 관심은 혼자 취준생으로 남아있는 오 씨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오 씨는 "올해도 여김없이 취업 잔소리를 들었다. 29살이 그렇게 늦은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매년 잔소리를 듣다 보니 이젠 명절만 되면 저절로 위축이 된다. 이번엔 '눈을 좀 낮춰봐'란 소리를 들었는데 자존심이 상했다"고 토로했다.

반면 덕담이나 칭찬은 듣기 좋은 소리라고 답했다. 오 씨는 "얼굴이 좋아졌다거나 건강해보인다는 말을 들을 때 기분이 좋다. 또 취업 잔소리라도 여러 사람이 모인 밥상머리가 아니라 조용한 분위기에서 단둘이 얘기하면 기분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1인 가구 강유경(36, 가명) 씨는 명절 연휴 가장 듣기 싫은 얘기로 '외모에 대한 평가나 지적'을 꼽았다. 강 씨는 "좀 꾸미고 다녀라, 살을 좀 빼면 예쁘겠다는 소리가 가장 듣기 싫다. 집은 예쁘게 차려입고 가야하는 자리가 아니지 않느냐. 편하려고 가는 자린데 그냥 보기 좋다고 말해주는 편이 낫다"고 했다.

반대로 애정과 배려가 담긴 긍정적인 조언은 힘이 된다고 답했다. 강 씨는 "혼자 살다 보면 조언이 필요할 때가 많다. 개인적으로 이직을 고민하고 있었는데 인생 선배인 사촌들의 조언이 도움이 많이 됐다. 조언을 듣고난 후엔 확실히 결정이 쉬워졌다. 지원군이 있다는 든든한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1인 가구는 추석 밥상에서 가장 듣고 싶은 말로는 칭찬과 덕담을, 가장 듣기 싫은 말로는 평가와 충고를 꼽았다. 온 가족이 모여 음식을 나눠먹으며 가족간의 기쁨과 감사를 느끼는 시간인 만큼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끼고 싶다는 의미다.

이같은 사례들이 빈번하다 보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잔소리 스트레스 지수를 가격 등급으로 나타낸 '잔소리 메뉴판'이 유행하고 있다. 가격대는 개인사의 유형, 발언의 강도 등에 따라 몇만원부터 수십만원까지 다양하다.

추석 잔소리 대한 대처법도 온라인 상에서 퍼지고 있다. 가장 간과하기 쉬우면서도 조심해야 할 대표 잔소리로는 진학, 취업, 결혼이 꼽힌다.

실제로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지난 8월 미혼남녀 500명에게 추석 잔소리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각종 결혼 잔소리에 대한 대응 방법은 '유쾌하게 반응하며 넘어간다'가 24.6%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말없이 미소만 짓는다'(23.8%), '그냥 못 들은 척 한다'(17.8%), '무표정으로 일관한다'(9.8%), '요즘 결혼 현황에 대해 설명한다'(9%), '소개를 시켜달라고 대응한다'(7.6%), '그런 말씀 삼가 달라고 부탁한다'(5%) 순으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성은 '유쾌하게 반응'(30.4%)을, 여성은 '말없이 미소'(20.4%)를 각각 1순위로 꼽았다. 연령별로는 20대는 '말없이 미소'(24.8%)를, 30대는 '유쾌하게 반응'(26.4%)을 각각 1순위로 선정했다. [1코노미뉴스 = 조가영 기자]

1인 가구가 추석 밥상에서 듣고 싶은 말은 덕담과 격려, 그리고 칭찬인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 밥상./ 사진 = 조가영 기자
1인 가구가 추석 밥상에서 듣고 싶은 말은 덕담과 격려, 그리고 칭찬인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 밥상./ 사진 = 조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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