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1인 가구의 매입임대주택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미리캔버스,LH 사진 캡쳐
청년 1인 가구의 매입임대주택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사진=미리캔버스,LH 사진 캡쳐

"매입임대주택 좋아요. 빌라라 층간소음 있고 방도 좀 작은 구조라 불편하지만, 전세 보증금 문제로 고생해 본 사람은 무슨 말인지 아실 겁니다."

"(매입임대) 청약하려는 곳이 지하철역에서 버스로 5분 정도 거리에 있는 빌라다. 21㎡ 정도 크기라 작지만, 전세사기 걱정 없이 4년만 버텨려고 한다."

"매입임대 청약했다가 한 번 떨어져 봤다. 사람 보는 눈이 비슷해서 위치 좋은 곳은 경쟁이 치열하다. 이번에는 꼭 붙어야 해서 좀 거리가 있더라도 경쟁률 낮을 것 같은 곳에 지원할 계획이다."

오늘(4일)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2023년 3차 청년·신혼부부 매입임대주택 입주자 모집' 청약 접수를 시작한다. 

한때 공실 논란을 불러올 정도로 관심도가 떨어졌던 매입임대주택이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미 1차 공급 당시에 일부 물량에서 수백 대 1의 경쟁률이 연출되는 등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LH가 알짜 매입임대주택 확보를 늘렸다기보다는 전세사기 피해를 우려한 청년 1인 가구의 발길이 공공임대로 몰린 탓이 크다. 여기에 최근 고물가·고금리로 주거비 부담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3차 물량은 전국 총 3044가구다. 이 중 단 1316가구다. 특히 청년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서울의 경우 매입임대주택 공급물량은 190가구뿐이다. 모집인원은 570명이다. 

4일 오후 3시 현재 서울 종로 숭인동, 동작 신대방동, 강서 방화동, 광진 화양동 등은 400명 이상의 신청자가 몰리고 있다. 종로 숭인동 미래지안은 55가구 모집에 신청건수가 909명을 넘어가고 있다.  

청년매입임대주택은 만 19~39세 청년 등을 대상으로 공급한다. 임대조건은 인근 시세의 40~50% 수준으로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제품을 갖춘 상태로 공급된다. 2년 임대 후 재계약요건 충족 시 최장 10년까지 머무를 수 있다. 

최근 전세 사기 피해가 심각해지면서 전세금을 떼일 일이 없다는 점에서 수요층이 두터워졌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조오섭 의원(더불어민주당)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사고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전세 보증사고 예상액은 3조7861억원에 달한다. 전년 대비 3.2배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전세 보증사고의 경우 청년 1인 가구 밀집도가 높은 수도권에서 대부분 일어났다. 서울이 36%, 경기도 34%, 인천 21%다. 

또 김학용 의원(국민의힘)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2020~2023년 7월 전세반환보증 집중관리 다주택 채무자 사고현황에 따르면 다주택 채무자에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중 77.9%는 20~30대였다. 

사고금액도 30대 9789억원, 20대 3731억원으로 1조원이 넘는다.

청년 1인 가구가 느끼는 전세 사기에 대한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임대주택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이번 청년 매입임대주택에 대한 글이 많다. 매입임대주택의 경우 다세대, 다가구, 오피스텔 등이 대부분인 만큼 청약에 앞서 실제 후기나 경쟁률을 묻는 글이 다수 눈에 띈다. 

대부분 후기는 입지 조건이 뛰어나고 신축인 경우 치열한 경쟁률을 각오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또 지하철역에서 거리가 있거나 면적이 좁고 층간소음 문제를 안고 가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목을 끄는 부분은 그럼에도 후기글 작성자들은 매입임대주택에 '만족한다'고 한 점이다. 전세 사기 불안감, 임대료 가성비를 따지면 생활상 불편은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30대 1인 가구 채선경(가명) 씨는 "전세 사기에 당해서 전세금을 다 날릴 뻔했다. 보증보험 덕분에 돈을 날리지는 않았지만, 마음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잠이 안 온다"며 "전세는 무서워서 월세로 살고 있는데 주거비 부담이 너무 크다. 매입임대 청약 넣을 생각이고, 안되면 장기공실 매입임대를 노려볼까 한다"고 전했다. [1코노미뉴스 = 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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