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가을을 탄다'는 말이 있다. 계절성 우울증을 뜻하는 것으로 가을부터 겨울까지 기온이 낮은 시기에 주로 발생한다. 외로움, 고독감, 자존감 하락, 무기력증 등이 더해지면서 우울증이 심화한다. 일시적 현상으로 가볍게 지나칠 수도 있지만, 1인 가구에는 위협 요소다. 

우울증세가 있는 경우 주변에 털어놓고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1인 가구의 경우 자칫 고립될 수 있어 정신적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 보건 예산 중 정신건강 부문은 1.9%에 불과하다. 1인 가구가 빠르게 늘면서 우울증 환자 역시 급증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최근 5년간(2018~2022년) 우울증 진료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우울증 진단 인원은 100만744명을 기록했다. 2018년(75만2976명)과 비교하면 32.9%나 급증했다. 

성별로 보면 여성이 67만4555명으로 남성 32만6189명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연령별로는 20대가 18.6%, 30대 16%, 60대 14.3%, 40대 14.2%, 50대 12.6%, 70대 11.1%, 80대 7.1% 순이다. 

20·30대 여성 환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셈이다.

동기간 1인 가구 수도 급증했다. 2018년 584만9000가구에서 2022년 750만2000가구로 28.3% 늘었다. 1인 가구는 여전히 고령층이 많지만, 최근 증가세는 20·30대가 이끌고 있다. 마찬가지로 여성 1인 가구가 눈에 띄게 늘었다.

남인순 의원은 "스트레스와 불안을 부추기는 심리적·사회적 요인이 많은 한국 사회에서 우울증과 같은 정신병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우울증도 조기 치료하면 호전되는 만큼 우울증에 대한 인식개선 등을 통해 치료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울증 환자 증가에도 심리·정신적 돌봄 서비스는 부족해서다. 정부는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신건강 예산이 세계보건기구(WHO) 권장치(5%)를 훨씬 밑돌고 있다. 

지역사회 정신건강 대응 인프라도 부족하다. 정신건강복지센터는 17개 광역센터, 247개 기초센터로 운영된다. 전체 종사자는 4563명인데, 무기계약직이 1563명, 계약제·기간제는 3000명이다. 이 중 약 2900명이 사회복지사다. 간호사, 임상심리사 등 의료 직군과 달리 사회서비스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이들이 대부분인 셈이다. 

심지어 전국 평균 센터별 종사자 1인당 사례 관리자 수는 25.3명이며 일부 지역에서는 106명을 전담하는 곳도 있다. 

우울증 등 정신건강 서비스 수요는 급증하는데 대응 인력은 부족해 필요한 서비스를 제대로 받기 어려운 현실이다. 

장기간 우울증을 알아 온 1인 가구 임 모(38) 씨는 "치료비 부담이 있어서 처음에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이용한 경험이 있다. 사실상 단순 상담만 제공해 치료는 직접 정신과를 찾아야 했다"며 "정신과 치료도 대기가 많아 한 달 넘게 기다렸다.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은둔 상태로 고립됐을 것"이라고 경험담을 전했다. 

이어 "우울증 환자는 상당히 민감하다. 가벼운 자극 하나만으로 갑작스럽게 증상이 심해지기도 해 계절이 바뀌는 시기 같은 경우 주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1코노미뉴스 = 지현호 기자]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