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정신과 전문의는 부족한 실정이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미리캔버스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정신과 전문의는 부족한 실정이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미리캔버스

"정신건강 관리·서비스 인프라와 인력 등을 포함 전국민 정신건강 혁신 방안을 마련해 조속히 발표하겠다."-조규홍 복지부장관

최근 정부는 '정신건강 혁신 방안'을 내세웠다. 현재 고립·은둔 청년 문제, 우울증 환자 증가 등 정신건강 부재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지속적인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OECD 국가 중 국내 정신과 의사 수는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30일 보건복지부, 보건사회연구원 등에 따르면 복지부가 지난 7월부터 전국 19~39세 청년 5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고립·은둔 청년 규모가 51만6000명으로 추산한 바 있다. 이는 전체 응답자 중 5%를 차지했다.

고립·은둔 청년이라고 분류한 응답자의 18.5%는 정신과 약물을 복용 중이었다. 우울감을 느낀다는 청년도 57.6%로 일반청년(27.5%)의 2배다.

정신건강이 취약한 청년 중 일부는 사회에 대해 불만과 분노를 잘못 표출하기도 한다. 올해 떠들썩했던 ▲신림동 흉기난동 ▲신림동 성폭행 ▲서현역 흉기난동 ▲과외 앱 또래 살인 등이 예다.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환자 역시 지난해 100만명을 넘어섰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기관에서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인원은 100만 46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91만 5280명보다 9.1% 증가한 수치다. 나이별로는 20대가 18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16만명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정신건강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이는 서울시만 보더라도 1인 가구의 취약점이 나타난다.

서울연구원의 '1인 가구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및 정신건강 문제의 특성과 유형' 자료를 보면 서울시 1인 가구 중 외로움, 사회적 고립, 우울증, 자살 생각 경험이 있는 사람은 각각 62.1%, 13.6%, 7.6%, 0.7% 순으로 집계됐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로 꼽힌다. 하지만 정신과 전문의는 턱없이 부족해 진료를 보기 위해서는 최소 한 달을 기다려야 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국립대병원 9곳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9개 국립대병원 정신과 평균 대기일수는 2017년 14.5일에서 지난해 31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하지만 9개 병원의 정신과 전문의 수는 같은 기간 80명에서 82명으로 큰차이가 없다.

복지부가 국회 보건복지위 강은미 정의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인구 1000명당 정신과 수는 2020년 기준 0.08명이다. 이는 OECD 29개국 평균 0.18명의 절반도 못 미친다. 

실제로 정신과 진료를 보기 위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원 박영선(33·가명)씨는 최근 불안장애, 공황장애를 겪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아낸 정신과에 문의했다. 하지만 초진의 경우 3개월가량 기다려야한다는 답이 왔다. 박 씨는 "지금 당장 진료가 필요한데, 3개월이나 기다려야 한다. 다른 병원을 수소문해 겨우 진료받았다"면서 "주기적으로 병원을 가야하는데, 진료 받은 병원은 집과 거리가 있어 불편하다"라고 말했다.

회사원 도경욱(29·가명)씨 역시 정신과 진료를 받기까지 어려움을 겪었다고 호소했다. 도 씨는 "평점이 좋은 정신과는 이미 예약이 내년 2월 이후로 넘어간다. 동네 정신과도 예약하기 쉽지 않다. 초진은 적어도 한 달 이상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김도연(25·가명)씨는 "정신과 초진 예약이 어렵다고는 알고는 있었다. 그래도 이정도일줄은 몰랐다"며 "동네 병원에서는 매주 환자 예약을 받고 있어 매주 도전하지만 실패한다. 이러다가 없는 정신병도 걸릴 것 같다"라고 호소했다.

정신과 진료환자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에 대응해야 하는 정신과 전문의 수 증가는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는 의대 정원 증원을 반영하여 정신건강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 8월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정신건강복지센터 수가 적고 의료인과 전문가가 충분히 배치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며 "예방·조기 발견, 치료 등 전주기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을 조속히 만들어 시행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정신건강문제를 호소하는 환자가 많아짐에 정부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다만 실효성을 위한 전문의 확보 한계가 있어 이번 정신건강 혁신과 관련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18년째 3058명으로 묶여있다. [1코노미뉴스 = 안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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